길샘의 수도행정 탐구-‘서울 물만드는 사람들의 숨은 이야기“ 출간
김정수 기전과장, 김의재,진익철 본부장, 김홍석차장
대담형식의 과도기 시절 상수도행정의 변혁 구술
수도용어 정립,공사비 정액제,배수지건설,직결급수
서울역사편찬원(원장 이상배)이 최근 서울시 상수도 공무원들의 회고를 통한 ’서울 물 만드는 사람들의 숨은 이야기‘를 출간했다.
◾김의재 전 6대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장(37년생,93-94년,충남보령산,서울대법대행정학,수도국 업무과장,동작구,중랑구,성북구청장,기획관리실장,1부시장, 국가보훈처장,15대 국회의원,환노위)◾김정수 전 서울시 수도국 기전과장(35년생,황해도 장연군산,인하대 기계공학과,서울시 수도국기계계장,기전과장,효성중공업부장,상무이사)◾김홍석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차장(40년 경남 남해산,서울대 전기공학,한양대 도시공학박사,71년 기술고시,건설부 수자원국 개발과, 서울시 수도국 구의수원지소장,수원기전과장, 뚝도수원지소장,수도기술연구소 초대소장,상수도사업본부 차장,94-99년)◾진익철 전 19대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장(51년 경남 울산산, 08-09년,79년 행시,건국대,상수도업무계장,내무국총무과장,베이징 서울문화무역관장,공보관,환경국장,상수도사업본부장,서초구청장)등 4인의 상수도시정 참여시절을 류상진 전임연구원의 주도아래 이연식(일본 소피아대 외국인연구원)의 인터뷰를 정리한 책이다.
상수도의 중심 역할을 한 인물을 선정하여 경험한 이야기들을 쉽게 구술하여 출간한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수도인으로는 서울시 기전과장(화공)을 퇴임하고 수처리 전문기업을 운영하는 한미엔텍 임성기회장(1961년 구의수원지 사무소장.1972년 초대 환경과장,49번째 상하수도기술사,수도국 시설과장 77년,팔당수원지 준공 후 퇴임 79년)의 자전적 에세이 ’물과 함께 50년‘이 유일하다.
이 책은 시대적 상황에서 비교적 최고 책임을 담당했던 인물들을 설정하여 시책결정과정과 사업수행의 변화속에 부닺기는 내부갈등과 중앙부처와의 협상등을 통해 헤쳐나가는 모습들이 그려졌다.
1980년대까지 물 부족(상수도)이 심각하였던 시절의 1970년대를 김정수 서울시 기전과장이 구술했다.
상수도분야의 기술 용어조차 대부분 일본식 용어였기에 청계천 헌책방을 뒤져가며 상수도 분야의 원서를 탐독하고 수도용어의 올바른 정립을 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우리나라 수도용어정리는 2차례 부분적으로 시도한바 있으나 환경부,상하수도협회,상하수도학회등에서는 이에 대한 용어정립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정수과장은 차관사업으로 건설된 정수장시설이 프랑스 데그레몽 기술로 1개월간 프랑스에 가서 기술 연수를 했다. 당시 우리의 건설과 시설운영 능력이 1백년이나 앞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50여년이 지난 현재 국내 정수장은 국내기술로 조성되고 있고 데그레몽 수처리는 서울 광암정수장에서 일부가 운영되고 있으나 80년대 초반부터 데그레몽 수처리는 국내 물관리와 맞지 않으며 운영관리에 어려움이 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차관사업으로 해외 기술을 도입하므로서 프랑스 기업이 주도하는 모든 자재와 기기를 100% 수용해야만 했다는 점은 우리나라 물 산업의 해외수출시 반드시 염두해 둬야 할 물산업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심도있게 살펴볼 사항이다.
업무과장과 6대 상수도본부장을 역임했던 김의재 전 서울시 부시장은 업무과장시절 기존의 설비제인 수도관 인입공사비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36만2천원(1982년)으로 확정하여 정액제로 전환했다.(당시 서울시 수도관 인입공사는 지역별로 카르텔이 형성되어 최소 50만원에서 200만원까지 다양하게 시공업체에 따라 제각각 받았다.) 건설업체들이 불만이었던 <수도조례> 개정시 건설부와 맞장을 떴던 집념과 용기등은 수도를 책임지는 일선공무원으로서 지금도 개혁과 혁신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엿볼 수가 있다. 이외에도 지자체장이 반대하던 수도요금의 현실화를 통한 수도사업의 정상화, 아프리카 르완다에 상수도기술을 전수해준 것은 수도산업에 있어서 국내 최초의 해외기술연수를 해준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이외에도 우리나라 밸브기술을 혁신하여 오늘날의 밸브산업 기술을 발전시킨 계기를 마련했다. 당시 불량품인 국내 밸브들에 대해 기술개발을 하지 않으면 해외제품이라도 구매하라는 강력한 지시로 선두기업이던 신진정공과 같은 국내 밸브회사들이 소프트밸브등 물이 누수되지 않는 밸브들을 개발하여 양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이후 밸브의 선진화는 김의재본부장 시절의 개혁이후 달라지지 않았다.
상수도사업본부 차장을 역임한 김홍석차장은 대형배수지를 설계하고 실행하여 오늘날의 안정적인 물공급순환체계의 기틀을 마련했다. 수도기술 발전의 원동력인 선입선출과 수도토목기술자들조차 반대했던 직결급수의 추진은 끈질긴 김홍석차장의 탄탄한 이론적 배경을 기본으로 한 일당 백으로 혁신한 사례이다.
차관사업으로 펼친 수도산업에서 차관사업시 해당정부와 기업들에게 사후관리를 강조하면서 국내 업체와 동업을 하거나 협력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추가하므로서 안정적인 사후관리를 할 수 있게 하였다.
김홍석차장은 사업수행시 중견간부들이 반대하면 하위 직급의 똘똘한 인물들에게 방향과 취지를 납득시켜 직속 상관을 뒤집어 설득시키는 업무추진을 하였다. 배수지건설,직결급수,정수장의 강남,북의 균형적 건설등 오늘날의 서울시 상수도의 근간을 마련한 대표적 인물이다.(하지만 강북과 강남이 균형을 가졌던 정수장시설은 현재 강북권에 있었던 선유,보광,신월,노량진정수장을 폐쇄시키면서 균형을 잃었고 결국 마곡지역등 신도시 형성에 따른 균형 있는 송배수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
진익철 19대 상수도사업본부장은 본부장직급이 1급에서 2급으로 내려 앉으며 취임한 첫 인물이다. 수돗물의 안정적 공급으로 위생과 품질이 강화되는 시기에 사실상 시민의 음용율이 선진국 대비 낮은 사실에 ’아리수품질확인제‘를 국내에서 최초로 도입하여 홍보와 신뢰도향상에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이와 더불어 수돗물을 페트병으로 생산하여 시민에게 가깝게 다가가는 전략도 마련했다.
이 당시 정수기업체가 상수도물을 전기분해를 통해 부유물질이 형성되는 과정을 직접 실험하므로서 역삼투 정수기가 좋은 물이고 수돗물은 나쁘다는 사회공론을 조장하였지만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와 정부는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이후 환경부는 전기분해를 통한 수돗물 실험은 원천적으로 부당한 과잉홍보라며 금지시켰다)
이에 본지와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서울시립대팀이 서울 명동에서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두 차례의 시음행사를 통한 물맛 평가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당시 시음행사에 사용했던 물은 샘물에서는 삼다수,풀무원,아이시스등 3개사 제품과 수돗물로는 끓인 수돗물,일반수돗물,아리수병물을 18.9리터 생수용기에 담아 브랜드명을 감춘 상태에서 맛있는 물에 대한 시민의 반응을 관찰한 야외 실험이었다.
그 결과 먹는샘물이 51%,아리수병물 18.5%,끓인 수돗물 18%,수돗물 8.5%로 나타났다. 시민 만족도가 수돗물 전체로는 45%로 먹는샘물과 유사하다는 결과를 돌출했다.
이 책에서는 제외되었지만 역대 서울시 상수도본부장중 유수율향상에 혁신적으로 공을 세운 인물로는 11대 박종옥본부장(99-2001)이다. 박 본부장은 취임이후 모든 기술적 문제는 전문가들(임동국차장,박수환 생산부장,유재룡 급수부장,조성현 시설부장)에게 맡기고 박본부장은 오로지 유수율 향상에 매진하겠다며 집중적으로 유수율향상을 위한 행정을 펼쳤다.
상수도본부가 출간한 유수율 백서를 보면 98년 64%이던 유수율이 99년 68%,2000년 72%,2001년 75%로 3년간 11%를 향상시켰다. 반면 98년 이전의 경우 3년간 (96-98) 유수율 향상은 고작 2.2%였다.
향후 물만드는 사람들의 숨은 이야기는 다양한 전문분야별로 지속적으로 조명하므로서 수도전문가들이 증발되고 있는 현실에서 좋은 행정 지침서로 활용될 수 있는 역사적 사실기록물을 편찬할 필요가 있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 환경 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