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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약회 대구광역시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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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약회 대구광역시지회 스크랩 500년 명문가에서 배우는 경영 ④ - ‘기획의 달인’ 청계 김진
이장희 추천 0 조회 20 15.05.19 13:0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500년 명문가에서 배우는 경영 ④ - ‘기획의 달인’ 청계 김진
[한경비즈니스 2006-10-19 16:15]
최근 대기업에서는 이른바 기획력이 강한 ‘기획인재’ 모셔오기가 다시 붐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한동안 뜸했던 신문기자들이 대기업 회장의 기획담당 중역으로 옮겨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자들은 전통적으로 홍보담당 역할을 맡는데, 요즘에는 비중이 커진 기획업무를 맡으며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다고 한다.

이는 경영학자들이 미래의 생존경쟁력이 기획력에 달려 있다고 말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백만불짜리 습관>의 저자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CEO가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다름 아닌 ‘기획력’이라고 강조한다.

기획자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발상의 전환, 즉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사고의 유연성일 것이다. 기존 관념을 깨고 창조적 발상을 할 수 있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적으로도 가장 요구되는 인재는 다름 아닌 기획인재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최고지도자부터 말단공무원이나 직장인에게까지 해당된다. 기존의 낡은 사고패턴을 깨고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창조적 에너지를 끌어내느냐, 아니면 소모적 에너지로 소비하게 하느냐의 여부가 기획자에 달려 있다. 즉 기업이나 국가의 흥망이 기획자의 머리와 가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을 보면 국가정책의 방향을 어디로 기획, 조정하느냐에 따라 확연하게 다르게 갈 수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 국가경쟁력 또한 국가지도자의 리더십에 따라 부침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획자는 기업경영이나 국가경영에서뿐 아니라 한 가정을 일구는 가문경영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우리나라 명문가 가운데 안동권에서 진성이씨 퇴계 이황 가문과 쌍벽을 이루는 가문이 의성김씨 청계 김진 가문이다. 의성김씨는 조선시대에 수많은 인재를 배출했을 뿐만 아니라 독립운동가 서훈을 받은 사람만 모두 68명에 이를 정도로 지배층의 도덕적 책무를 다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또한 강한 가문으로 통한다.

의성김씨 가문이 500년 동안 명문가로 내려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다름 아닌 자녀교육을 기획한 인물이 있었다. 의성김씨를 명문가의 반석에 올려놓은 청계(淸溪) 김진(金進·1500∼1580년)이 바로 그러한 기획형 인재에 해당한다.

청계는 퇴계 이황(1501~1570)과 동시대를 살았지만 그의 ‘선택과 집중’은 사뭇 퇴계와 대조적이다. 퇴계는 34살에 과거에 합격해 벼슬길에 나간 이후 52살에 대사성을 거쳐 68살에 우찬성과 대제학을 끝으로 고향으로 내려와 후학을 양성하다 70살에 세상을 떴다. 만약 퇴계가 벼슬을 일찍 그만두고 학문과 후학양성에 집중했다면 또 다른 퇴계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퇴계가 벼슬, 학문, 후학양성을 나이가 들어가면서 선택적으로 집중했다면, 청계는 벼슬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자녀교육에 ‘올인’할 정도로 선택과 집중을 분명히 했다.

청계는 다섯 아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했다. 다섯 자녀들은 아버지의 뜻을 잘 받들어 모두 과거에 합격했다. 다섯 아들이 모두 과거에 합격한 것도 드문 일이지만 특히 다섯 아들 모두가 학행이 뛰어난 선비로서 각각 일가를 이루었다. 장남인 약봉 김극일을 비롯해 구암 김수일, 운암 김명일, 학봉 김성일, 남악 김복일이 바로 그들이다. 이 가운데 학봉은 서애 유성룡과 함께 퇴계 이황의 수제자로서 영남학파의 양대 학맥을 이었다. 새로운 종가를 이룬 학봉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참전, 진주성 전투에서 순절했다. 더욱이 청계는 아내가 일찍 죽어 혼자 온갖 고생을 하면서 자녀들을 뒷바라지하며 가르쳤다. 청계가 야망을 좇아 가문의 기획자로 나서지 않았다면 오늘날 의성김씨의 명성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화 추세에 따라 기업들은 너도나도 ‘기획인재’ 모시기를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기획자가 존재하느냐 여부에 따라 가문뿐만 아니라 기업과 국가의 흥망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도 가장 절실한 지도자는 ‘선택과 집중’을 잘 활용해 사그라지는 기업의 역동성과 국가적 비전을 창조적으로 이끌어줄 기획형 인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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