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의 신작로
찬바람 매섭던 신작로 위로
쌩쌩 달리는 오토바이 따라
흙먼지도 덩달아 장에 가던 날,
떨어질세라 아버지 등 꼭 붙들면
매서운 칼바람도 단숨에 비켜 갔었지
설날에 입을 꼬까옷 생각에 신났고
쌩쌩 달리던 오토바이에 신났던
그 겨울의 신작로,
꼬불꼬불한 세월 모퉁이만큼이나
아득하지만 그날의 꼬마는 여전히 그곳에 있다
산 같고 바위 같던 풍채도 오간 데 없이
이제는 몸도 마음도 훌쩍 줄어드신 아버지
세월에 당할 자 없다지만 그래도
울 아버진 여전히 바위처럼 서 계실 줄 알았다
언니만 새 신발 신을까 봐
멀쩡한 신발 헌신 만든 것도
책값 부풀려서 더 타낸 것도
이래저래 속아 주시고도
내색 않으신 그 마음 다 압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아버지처럼
밥 먹듯 눈감아주고 속아주는
속없는 부모가 되어 있네요
누구라도 그럴 것 같아요
다시 선택하라고 하면 자식 하고 싶지
부모는 하고 싶지 않을 만큼
어려운 길이지만
당신께 받은 그 사랑 이으며
힘들고 지칠 때마다
유년의 신작로에 나가
그날을 달려 봅니다
바위처럼 든든하던 아버지 등
꼭 붙잡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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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의 신작로
민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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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9
21.02.10 12:39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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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