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악(天主惡) 쟁이로 폐가된 천재 3형제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강가에서]

천주악 쟁이로 폐가된 천재 3형제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오늘 나는 멸문지화(滅門之禍)의 욕을 당한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세 분 생각이 나서 몇 자 적는다.

생각하면 억울하고 생각하면 가엾은 “천재 3형제”

당초 3형제는 천주교에 함께 입교했으나

약전과 약용은 중도에서 배교(背敎)했다.

약종은 형 약전에게서 천주교교리를 배우고는 혼자서

“천주악(天主惡)”에 빠져 버렸다. 아버지도 엄하게 금하였던 “천주악”을.

벼슬도 영화도 모두 버리고 천주님과 함께하는 평화와 평등을 열심히 전도했다.

그는 평신도 회장을 하면서 한글로 된 “주교요지”라는 수준 높은

성경 해설서를 만들어 신자들에게 배포했다; 상민에게도 종놈에게도

첩에게도 백정에게도 남사당패에게도.

목숨을 건 일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천주를 전했다.

신앙이 이정도면 너무나 무섭다. 죽음을 초월한 약종의 신앙.

1801년 득세한 노론의 냉혈한(冷血漢)들은 남인들도 제거하면서

남인들 중에 많은 “천주악” 쟁이들을 소탕하기 시작했다.

약종은 잡히어 고문당해도 믿음을 절대로 잃지 않았다.

형장으로 끌려가며 구경꾼들을 향하여 소리 질렀다.

“당신들은 우리를 비웃지 마시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천주를 위해 죽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오.

마지막 심판 때에 우리의 울음은 진정한 즐거움으로 변할 것이고...“

그의 아내도, 그의 아들도, 그의 딸도 모두 천주악쟁이가 되어

참형 아니면 장형(杖刑)을 당하여 이 세상을 떠났다.

약종은 지상에서 폐족(廢族)되는 아픔을 잘도 참았다.

먼 훗날 2014년 시복(諡福)(1)되긴 했어도 이 세상에서 멸문지화를

당하고 생명을 초개같이 버린 그와 그의 가족의 신앙이 너무나 두렵다

약전과 약용은 과거에 믿은 적은 있었으나 지금은 믿지 않는다고

소명으로 하여 간신히 간신히 죽음은 면했다.

믿었던 전과가 있어 귀양을 살게 되었는데 여기 갔다

저기 갔다 떡 돌리듯 하다가 약전은 전남의 흑산도,

약용은 전남의 강진으로 확정되었다.

형제는 유배지로 동행하다가 전라도 나주에서 헤어졌다.

울면서 헤어지며 약용은 그 아픔을 다음과 같이 읊었다.

“초가 주막 새벽 등불 푸르스름 꺼지려는데

일어나 샛별 보니 이별할 일 참담해라.

두 눈만 말똥말똥 둘이 다 할 말 잃어

애써 목청 다듬으나 오열이 터지네

흑산도 아득한 곳 바다와 하늘뿐인데

그대는 어찌하여 그 속으로 가시나요.“

약용은 형과 헤어지고 이렇게 피눈물 나는 시를 엮었다.

생전에 형제는 보지는 못하고 간신히 편지로 안부를 전했다.

약전은 흑산에 갇히었어도 쉬지 않았다.

흑산도 어류와 바다 식물을 연구하며 죽음만큼 무서운

고독이라는 병을 이겨냈다. 그는 “자산어보”라는 주옥같은

책을 남기고 오십 구세 나이에 세상을 떴다.

감옥 보다 저주스런 흑산도에서 날아서 나갔다.

조선조의 “다빈치“ 약용은 기장 강진에서 18년간 귀양살이 하였다.

이미 배교한 “천주악”을 믿었었다는 전과로 귀양을 갔다.

말이 18년이지 참으로 기나긴 세월. 한 창 나이 30대 후반에

시작한 유배가 그의 젊음을 몽땅 앗아갔다.

그래도 그는 흑산도 약전과 같이 고독이라는 병을 저술로서 이겨냈다.

명저 경세유표 목민심서를 비롯하여 500여권의 저술을 그는 해 내었다.

관가에서 농민을 수탈하는 한 장면을 묘사한 그의 시를 여기에 옮겨본다.

애 절 양(哀切陽..슬프구나 성기를 자르다니)

“노전마을 젊은 아낙 그칠 줄 모르는 통곡소리

현문(2)을 향해 가며 하늘에 울부짖길

쌈터에 간 지아비가 못 돌아오는 수는 있어도

남자가 그 걸 자른 건 들어본 일이 없다네

시아버지는 삼상(3) 나고 애는 아직 물도 안 말랐는데

조자손(4) 삼대가 다 군보(5)에 실리다니

가서 아무리 호소해도 문지기는 호랑이요

이정(6)은 으르렁대며 마굿 간 소 몰아가고

칼을 갈아 방에 들자 자리에는 피가 가득

자식 낳아 군액 당한 것 한스러워 그랬다네...“

(1) 죽은 뒤 복자품(福者品)에 오르는 일 (2) 관가의 문 (3) 3년 상 (4) 할아버지 본인 자식 3대

(5) 군적 (6) 말단관리

궁궐에서는 싸움판으로 지새다 약용이 유배된 것을 잊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풀어주었다. 마치 잊고 있던 옛 계집이 생각났던 것처럼.

1818년 18년 만에 귀양에서 간신히 풀렸다.

천재 3형제가 멸문지화(滅門之禍) 당하고 폐가(廢家) 되었다.

고집스럽게 천주를 믿다가 참형을 당한 약종.

고독과 눈물의 섬 흑산도에 갇혀있다 가버린 약전.

18년간 유배생활에 폐족(廢族)이 된 약용.

천주님은 이들 삼 형제를 어떻게 심판하실까?

背敎한 약전과 약용은 어찌 되었을까?

생전에 혹독하게 받은 벌이 참작되지는 않았을까?

저승에서 천재 삼형제가 만나 얼싸 앉고 기쁨의 눈물

흘렸다고 나는 믿는다.

[뒷메]

신념(혹은 신앙)을 위해 삶을 포기하는 것이 옳은 결단인가.삶을 위해 신념을 저바리는 것이 옳은 선택인가.
아직도 나는 결론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아마도 그 답을 얻기는 거의 無望하리라는 게 소생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묻습니다.약종이 殉敎로서 남긴 것과 약전과 약용이 背敎로서 남긴 것- 무엇이 더 소중한 가치일까.
3형제의 삶과 죽음을 통해, 깨어나지 못한 시대를 살아야 했던, 뛰어난 先代들의 고뇌와 고독을 감지할뿐입니다..

[강가에서]

천주님이 배교한 형제에게 벌을 내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배교하지 않고도 고약한 신도도 많은데
배교하기는 하였어도 지상에서 엄청난 벌을 받고 그리도 후세를 위하여 엄청난 일을 한 분들을 관대하게 처분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 될 줄 믿습니다. 멸문지화를 당하고도 꿋꿋했던 형제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썬샤인]

글세요. 불초 소생이 무엇을 알겠습니까 만은 오늘날 우리 사회(남북한 통틀어)의 혼란스런 모습은 결국 민족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으뜸 되는 가르침(신앙과는 다른 의미의)의 不在 내지는 망각에 근본 원인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비근한 예로 이스라엘 민족이 수 많은 수난을 겪고도 결국 2000년만에 다시 나라를 세울 수 있는 힘은 유태교라는 민족종교 때문 아니겠습니까? 지금 우리 민족은 통일을 앞두고 있습니다만 우리 민족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민족종교의 부활이나 정립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나 봅니다.

[自然人]

이미 우리나라는 여러 종교가 국민들사이에 퍼져 있고 종교의 특성상 어느종교를 국교로 내세우면 오히려 국론의 분란만 심화될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가 단일 민족인 점으 생각한다면 인류애를 바탕으로 민족주의사상을 정립하여 국민통합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 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 같네요.

[강가에서]

썬샤인님 그리고 자연인님
국민 종교를 만든다는 것은 현질적으로 어려운 일이고 유태인은 2천년전 유대땅을 쫒겨나고서도
유럽에서 아시아에서 한 명 한 명이 걸어다니는 성경 또는 성전이라고 했답니다. 우리는 31운동 때
처럼 모든 종교가 일치 단결하여 독립만세 부르던 그런 정신을 가져야 할 때인데 종교계도 너무나
상해있어 걱정입니다.

[고이민현]

욕심 같아서는 3.1敎나 8.15敎를 만들어
敎主가 되면 믿고 따라오려나?............ㅋㅋㅋ
종교를 떠나서 "삼형제는 용감하였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