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허련> 김상엽 지음, 돌베개
책이라면 이 정도는 되야 한다. 어제 읽은 <의제 허백련> 책과 대조가 된다.
<의제 허백련>은 허백련이 걸었던 길과 그의 사상, 사회역사적 맥락,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데 한계가 명확했다. 지은이의 수필집 정도로 느껴져서 허백련을 이해하고 싶었던 사람들에게는 많은 아쉬움이 남을 책이었다. 뻥 뚫린 구멍을 오히려 느꼈다.
하지만 이 책은 잘 쓴 책이다. 지은이의 풍부하고 해박한 교양과 지식은 물론 안목에 믿음이 간다.
더구나 인간 소치의 심경을 읽고 평가하는 것들도 적절하다.
이 책을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한다면 노화가의 회상기를 통해 19세기 조선의 문화의 마지막 전성기를 회기하기에 더 없이 좋을 것 같다. 평전이면서 동시에 작품에 대한 해설이자 남종화 예술사 및 문화교류사에 관련된 책으로 봐도 무방하다.
소치가 호남화단에 미친 영향이 생생하게 잡힌다.
호남의 남종화에 대해 늘 두리뭉실 안개속 같은 거리감을 느꼈는데, 이런 책을 통해 맥락을 이해하고,
하지만 현실과의 현격에서 오는 한계도 명확해지는 것이다.
남종화에 대해서는 중앙에서 떨어진 변방의 컴플렉스와 자존심 대신 중앙과 싸우면서 자신을 정립하는 것이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글에 비해 그림은 매체의 속성상 고객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보수성과 답습의 한계도 강할 수밖에 없을 거 같다. 그래서 남도의 식당에 걸린 그림들처럼 익숙하지만 뭔가 활력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싶다. 변방의 우울이라고 해야할까?
글이 가진 위상과의 차이도 있을 것이다.
= 차례 =
책을 펴내며
머리말_조선 말기 화단의 방랑자
가장 19세기적인 화가
명성과 신화
화가와 환쟁이
제1장_출생 유배지에서 태어난 화가
진도에서 태어나다
입도조 허대
용모와 성품
이름의 변화 과정
제2장_입신 화가의 길에 들어서다
대선사 초의
윤종민과 공재화첩
꿈같은 인연의 시작
·조선 말기 남종화의 의미
·허련의 산수화
제3장_추사 당대 최고의 인물을 스승으로 모시다
추사 문하의 증삼
서화 수업
김정희의 제주 유배
제주에서의 그림
완당 선생해천일립상
신관호와 권돈인
제4장_몽연 꿈같은 인연의 연속
외로운 청년군주 헌종
용상 앞에서 그림을 그리다
예림갑을록
정학연과 정학유
변화하는 서울
서울의 서화 시장
제5장_화업 예술의 정점에 오르다
낙향과 운림산방
선면산수도
김흥근과 삼계산장
소치실록
호로첩
묵모란 허모란
지두화와 괴석
큰 미산,작은 미산
제6장_전락 황혼의 비애
강남봉이구년
완당탁묵
흥선대원군
민영익
한묵청연과 운림묵연
금강산도와 노치묵존
부초
맺음말_예향의 원조
허련 회화의 의미
미산 없이 의재·남농 없다
·운림산방의 빛과 그림자
부록
허련 가계도
허련 연보
도판 목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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