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탱크) 제공이 크림반도 등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미 백악관이 25일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한 에이브럼스(Abrams) 탱크 31대의 이전에는 최소한 몇 달이 걸릴 것으로 예측됐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국가들은 약 90대의 독일제 전차(탱크) 레오파드를 우크라이나로 이전할 계획이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2023년 슈퍼컵 경기 장소를 러시아 카잔에서 아테네로 옮겼다.
바이든 미 대통령, M1 에이브럼스 탱크 31대의 우크라이나 제공 발표/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러-우크라 언론에서 오늘의 이슈를 포착해 정리하는 우크라 이슈 정리-25일자/편집자
◇전쟁의 판도를 바꾸려는 미-독의 탱크 지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5일 "우크라이나에 31대의 M1 에이브럼스 탱크를 지원할 것"이라며 "되도록 빨리 (탱크 운용을 위해) 우크라이나군 훈련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방어를 돕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라며 "러시아에 대한 공격 의도도 없다"고 확전 가능성을 차단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 사무총장은 미국의 에이브럼스 탱크 지원 발표후 트위터를 통해 "에이브럼스 탱크가 영국의 챌린저, 독일의 레오파드2와 함께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에 맞서 싸우는 데 중대한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언론들은 에이브럼스보다는 레오파드2의 우크라이나 제공에 더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에이브럼스가 레오파드2 탱크의 우크라이나 이전을 견인하는 마중물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현실적으로도 레오파드2의 우크라이나 이전이 손쉽고 빠른 데다가 유지 보수및 운영 측면에서 유럽에 익숙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미국 에이브럼스와 독일 레오파드 탱크. 에이브럼스와 레오파드가 우크라이나로 간다는 자막이 올라와 있다/사진출처:유튜브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25일 "독일이 공식적으로 레오파드 탱크의 우크라이나 제공을 확인했다며 "미국이 에이브럼스 탱크 31대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독일은 연방군 재고에서 14대의 레오파드 2A6 모델을 우크라이나로 보낼 것이라며 "탄약과 부품 등 레오파드 유지및 관리에 필요한 모든 물자들이 포함된다"고 발표했다. 또 "우크라이나 기갑부대원들의 훈련은 독일에서 신속하게 시작돼야 한다"고 했다.
스트라나.ua는 그러나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의 말을 인용, "탱크는 약 3개월 내에 첫 인도분이 독일에서 우크라이나로 건네질 것"이라며 "당장 탱크를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독일의 레오파드 2A6 탱크/사진출처:트위트
레오파드2 탱크를 운용하는 폴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즉각 동참 의사를 밝혔다. 이미 스페인(53대, 현재 20대만 사용 가능, 나머지는 수리후), 네덜란드(18대), 폴란드(14대), 포르투갈(4대), 노르웨이 (최대 8대) 등이 레오파트2를 우크라이나로 보내기로 했고, 핀란드와 스웨덴이 조만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도 자국 주력 전차인 '챌린저' 14대를 공급하기로 해 독일의 이번 발표로 우크라이나는 약 100대의 레오파드, 챌린저 탱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스트라나.ua는 전했다. 나아가 정기적(최대 1년)으로는 60~80대의 탱크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 정도 규모로 전쟁의 판을 바꿀 수 있을까?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군이 특정한 한 방향으로의 공격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300대의 현대식 전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미국과 독일의 탱크 지원 발표가 지상전 최고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했다는 상징적 의미는 커지만, 실제 전장에서 승리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수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미국의 에이브럼스 탱크는 우크라이나군의 봄 반격작전이 시작되기 전에 전장에 도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 워싱턴 포스트(WP)는 "에이브럼스가 몇 년은 아니더라도 몇 달 안에 도착할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독일 레오파드 탱크처럼, 미군의 재고에서 빼내는 게 아니라, 주문 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WP는 또 "에이브럼스는 근접 전투에는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이번 발표는 꽉 막힌 독일과의 탱크 제공 논의 과정에서 물꼬를 트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측이 미국과 협의 과정에서 '미국이 에이브럼스 탱크를 제공한다고 약속해야, 레오파드2를 우크라이나로 보내겠다'고 하니, 바이든 대통령이 마지못해 에이브럼스 제공을 발표한 것 같은 뉘앙스다. 미국 ABC 방송은 아예 에이브럼스 인도에는 1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제사 미 백악관은 25일 저녁 무렵 "에이브럼스를 우크라이나로 인도하는 데 수 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렇다고 레오파드2가 우크라이나군이 원하는 만큼 빠르게 전장에 도착할 가능성도 낮다고 스트라나.ua는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가 콘스탄틴 마쇼베츠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3월 말 이전에 우크라이나군이 필요로 한 레오파드2 탱크 여단 3개중 하나라도 편성하는 게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철수한 남부 헤르손시에 진입한 우크라이나 기갑부대/사진출처: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가장 큰 이유는 긴 훈련및 적응 기간이다. 레오파드2 탱크는 우크라이나군이 그동안 운용해온 소련제 T-64, T-72, T-80 탱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고, 레오파드2 탱크의 작동과 유지및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기존의 우크라이나군 편성에 레오파드2를 끼워맞추는 과정도 쉽지 않다. 협업해야 할 기존의 무기와 정보 및 통신 시스템을 동기화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마쇼베츠의 결론은 이렇다. "나라면 미국과 독일의 탱크 지원 발표에 서둘러 모자를 하늘로 던지며 환호하지 않을 것이다".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
-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미국의 에이브럼스 탱크 지원에 대해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모두) 불에 타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에이브럼스 탱크가)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이 과대평가됐다"면서 이처럼 말했다. 그는 지난 16일 영국의 챌린저2 탱크 지원 발표가 나오자,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할 것"이라며 "이들 탱크 역시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불타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 러시아 국방부는 순양함 '고르슈코프 제독' 함이 대서양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치르콘' 발사 실험(모의 실험?)을 했다고 발표했다. 치르콘은 900㎞가 넘는 거리의 해상에 표적을 두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및 모의 훈련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르콘 미사일을 실제로 발사했는지 여부는 국방부가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는 러시아 선수들을 '아시안 게임'에 출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lympic Council of Asia)의 제안을 환영했다. IOC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특수 군사작전을 지지하고 지원하지 않는 한, 중립적 지위로 국제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2024 파리올림픽 출전을 금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25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파리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들이 절대 뛰어서는 안 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전쟁 종식을 위한 외교 절차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헬싱키 그룹 로고
- 러시아 법원이 대표적인 인권단체 '모스크바 헬싱키 그룹'의 해산을 결정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5일 보도했다. 모스크바시 법원은 '모스크바 헬싱키 그룹'이 등록상 문제가 있다는 러시아 법무부의 청구를 받아들여 이같이 결정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이 인권단체가 모스크바 지역 단체라는 등록된 법적 지위를 어기고, 러시아 내 다른 지역에서 행사를 진행했다며 법원에 단체 해산과 러시아 내 활동 금지를 요구했다. '모스크바 헬싱키 그룹'은 러시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인권단체로, 1976년 소비에트연방(소련)의 인권 문제를 고발하기 위해 인권 활동가와 과학자 등 반체제 인사를 중심으로 설립됐다.
-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에서 지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의문을 표시했다고 교도통신이 25일 보도했다. 그는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모임에서 "러시아가 지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며 어렵게 여기까지 온 일본과 러시아 관계가 우크라이나의 편을 들면, 깨질 것이라는 인식을 보였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일본은 지난해 2월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했고, 이에 러시아는 남쿠릴열도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과의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