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깨니 비가 내리다.
그 덕에 기온도 내려가고...
그래도 밖으로 나가 활짝 핀 겹벚꽃 길을 걷고 아름다운 봄을 느꼈다.
정오 지나 돌아오는 길엔 물가를 따라 잘자란 쑥이 있는 곳을 두리번 거리며 찾았다.
그리곤 여기저기서 쭈구리고 앉아 쑥을 한 웅큼 뜯었다. 쑥 덕에 자켓 양쪽 주머니가 볼록 했다.
그리곤 어슬렁 거리며 걸었다. 그런 걸음을 걸을 때는 뒤에 오는 사람이 말걸기 쉽다.
'저기요. 나 죽을 것 같아요. 119에 전화 좀 해주세요.'
나는 소리나는 곳을 보았다. 나보다 키가 조금 큰 여자가 머리에 털 목도리를 두르고 겨울 패딩을 입은 채
걷고 있었다. 나는 뭔가 위급한 상황인것 같아 주머니에서 전화를 꺼냈다. 여자가 말하는 대로 119에 전화하려고.
근데 여자는 이내 다른 말을 한다,
'저기 저 년, 도둑이에요. 우리집에서 도둑질해요. 저기. 위험한 년이에요 '
나는 여자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그녀 보다 젊은 여자가 물 건너편에서 걷고 있었다.
'저 년이 내 물건을 훔쳐가요. 돈도 훔쳐가요. 위험해요. 신고해주세요.'
'119에 전화해달라고 하지 않았어요? 112에 할까요? 도둑이면....'
여자와 잠시 걸으며 나는 그들 사이를 추측했다.
물 건너 여자는 내 옆에 있던 여자의 42살 난 딸인듯했다. 내 옆의 여자는 자신은 65년 생이라고 말했다.
'저 년은 한 번도 돈을 벌어본 적없어요. 그리고 내걸 훔쳐 가요. 내 남편은 가정 폭력이었어요. 어제 비가 많이 왔잖아요. 우리는 죽으러 팔당으로 갔어요. 저년은 수도 없이 자살을 했어요.'
나는 그녀에게 어디 사느냐고 묻고, '고생을 많이 하셨겠네요. 가정을 꾸리느라.' 말해주었다. 그리곤 비겁한 마음이 들어 더이상 같이 걷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고, 갈림길이 생겨, 난 이리로 가야한다고 말하고 돌아섰다.
잠시 후에 여자가 소릴 질렀다. 돌아보니, 물 건너에 있는 도둑이라는, 딸인지도 모르는 여자에게 소리를 질렀다.
젊은 여자는 어딘가로 전화를 하고 있었다.
둘은 분명 마음이 맞아 강으로 함께 봄 산책을 나왔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 지점에서 부턴가 마음이 뒤틀리고 갈등이 일었나 보다.
여자는 자신이 심장도 않좋고, 신부전도 있고...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의 하소연을 들으며 걸을 때, 나는 그녀의 옷차림을 살펴보았다. 머리에 두른 털목도리는 이상하였으나, 그 때 매우 쌀쌀했기에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차림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입은 패딩을 보았다. 그녀는 연보라색의 깔끔한 꽤 이름있는 상표의 옷을 입고 있었다. 이들을 괴롭히는 건 생활고는 아닌가보다, 나는 생각했다.
이렇게 막막한 사람들이 주위에 있는데... 난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