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기행 Ⅳ
-선녀와 나무꾼
오전에 서둘러 ‘스카이워터’ 쇼를 보았다. 인간의 한계를 넘나드는 기묘하고 아슬아슬한 긴장감에 가슴을 졸이기도 했다. 공중 곡예와 물속 다이빙을 음악에 맞춰 앙상블을 이룬 멋진 쇼였으며 얹힌 체증이 좍 내려가는 통쾌함이었다. 일천여 명의 박수를 받으며 묘기를 자아냈다.
그곳을 떠나 ‘선녀와 나무꾼’ 민속촌에 갔다. 마음은 선녀와 나무꾼의 동심으로 변신하여 민속 박물관을 둘러보았다. 타임머신을 타고 60년 전 초중등학교로 회귀하여 곳곳을 기웃거리며 옛 정취를 맛보았다. 옛 우리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아련함을 자아냈다.
콩나물시루를 연상하는 교실의 모습이 나타나 앉아보기도 하면서 옛 생각이 떠올랐다. 어린 남녀 짝이 책상에 나란히 앉아 선을 그어 서로 넘지 못하게 했던 생각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다. 그때 짝꿍인 어린 여학생 얼굴이 가물거리며 눈앞에 어른거리기도 했다.
어느 한 곳에 가니 옛 시골의 모습이 온전히 보존되어 있었다. 온갖 농기구 골동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풍구, 대장간의 모습, 바지게, 써레, 쟁기, 도롱이, 물레, 베틀, 디딤방아 등 잊히어 가는 농기구들이 한 시대를 대변하고 있었다. 그 순간 중학교 때 국어 시간의 장면이 떠올랐다. 선생님께서 교과서에 나오는 베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을 그리셨다. 베틀에 앉아 베를 짜는 여인의 모습을 칠판에다 순식간에 그렸다. 선생님의 그림 솜씨에 놀라기도 했었다.
옛 시장터도 있었다. 뻥튀기 기구가 있었다. 설날이 다가오면 집집이 쌀을 튀겨서 강정을 만들어 먹었으며, 이월 초하루에 부스럼을 없애는 처방으로 강정을 깨물어 먹기도 했었다. 또 가래떡이나 옥수수를 튀겨 주전부리했었다. 엿장수의 엿판도 보였다. 엿판에서 엿치기로 내기를 하곤 했다. 엿에 입금을 불어넣으면서 부러뜨려 구멍이 큰 엿이 이기는 놀이였다.
온갖 가게의 잡동사니를 둘러보면서 추억을 더듬었다. 대학 때는 주로 목로주점에서 막걸리를 주고받으며 세상을 원망하면서 젓가락 두드리며 한탄의 노래를 부르곤 했었다. 그런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 지나온 날들이 영사기에서 흑백 필름이 돌아가듯 파노라마처럼 뇌리를 스쳤다. 그때는 어려웠지만, 지금은 한낱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으니 말이다. 한 바퀴를 둘러보고 어느 선술집에 앉아 옛날을 그리워하며 부침개를 안주로 막걸리를 한잔하면서 우정을 다졌다.
마지막으로 용두암 바닷가에서 용처럼 생긴 돌의 형상을 바라보면서 아련한 옛 추억을 되새겼다. 2박 3일 여정을 마무리하면서 공항으로 이동했다. 함께한 친구들 또 언제 만나랴? 그리움이 한 뼘 더 자랄 때쯤이면 만나지 않을까. 아쉬운 제주 여행에 여운을 남기고 기체(機體)에 올랐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