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사구비 지흠동풍(萬事俱備只欠東風)
만사를 두루 갖추었는데 다만 동풍이 부족하다. 어떤 일을 할 때 다른 모든 조건이 갖추어졌으나 핵심적인 조건이 구비되지 못한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萬 : 일만 만
事 : 일 사
俱 : 갖출 구
備 : 갖출 비
只 : 다만 지
欠 : 부족할 흠
東 : 동녘 동
風 : 바람 풍
만사(萬事)를 두루 갖추었는데 다만 동풍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할 때 조건을 모두 갖추었으나 중요한 핵심 조건을 구비하지 못한 것을 말한다. 모든 것을 빠짐없이 준비해 두었으나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모자랄 때 비유하는 말이다.
중국 원(元)나라 때 나관중(羅貫中)이 지은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의 다음 이야기에 나오는 적벽대전(赤壁大戰) 중 제갈량(諸葛亮)의 말에서 유래한 말이다.
위(魏)나라 조조(曹操)는 화북(華北)을 평정한 뒤, 건안(建安) 13년(208) 7월, 대군을 이끌고 남하하여 형주(荊州)를 공략했다. 그해 8월, 형주의 유표(劉表)가 죽고 그의 막내아들 유종(劉琮)이 뒤를 이었다. 조조의 백만 대군이 형주를 향해 남하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유종은 비밀리에 사자를 보내 조조에게 항복해 버렸다.
순조롭게 형주를 접수한 조조는 내친김에 눈엣가시인 유비를 제거하기 위해 유비를 공격했다. 조조는 또 공격의 화살을 손권에게 돌렸다. 유비와 손권은 연합하여 조조에 대항했는데, 이것이 바로 유명한 적벽대전이다.
마침 조조의 군사들은 모두 북방 출신으로 남방의 풍토에 적응하지 못해 병이 든 데다가 대부분 배를 타 본 일이 없어 배멀미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 한겨울인 12월의 찬바람은 바다같이 넓은 장강에 드높은 파도를 일게 했으며, 이 파도에 배가 심하게 요동했기 때문이다.
조조는 이의 해결책으로 배를 모두 쇠고리로 연결한 후, 그 위에 널빤지를 깔아 한덩어리로 만들어 배가 파도에 요동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유비의 군사 제갈량과 동오의 도독 주유는 조조의 선단에 불을 질러 공격하는 화공 작전으로 나왔다.
하지만 당시는 겨울이어서 서북풍만 불고 동남풍이 불지 않았으므로 화공을 할 수가 없어 애가 탄 주유는 앓아눕게 되었다. 제갈량이 문병을 와 동남풍 처방을 내려 주유의 병을 낫게 해 주는데, 이 부분을 삼국연의(三國演義)의 제49회 칠성단제갈제풍 삼강구주유종화(七星壇諸葛祭風 三江口周瑜縱火)에서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却說周瑜立於山頂, 觀望良久, 忽然望後而倒, 口吐鮮血, 不省人事.
左右救回帳中.
각설하고 주유가 산 위에 올라 한참 동안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뒤를 바라보며 쓰러지면서 입으로 선혈을 토하며 인사불성이 되었다. 좌우의 사람들이 주유를 구해 군막으로 데려갔다.
諸將皆來動問, 盡皆愕然, 相顧曰;
江北百萬之眾, 虎踞鯨吞, 不料都督如此, 倘曹兵一至, 如之奈何?
장수들 모두 문병하러 와서 모조리 경악해 서로 쳐다보며 말한다. “장강 북쪽에 백만 대군이 범처럼 웅크려 고래처럼 삼키려 하는 차에 뜻밖에 도독께서 이러시니 만일 조조 병력이 들이닥치면, 어쩌겠소?”
慌忙差人申報吳侯, 一面求醫調治.
황망히 사람을 보내 오후(吳侯) 손권에게 알리는 한편, 의생을 구해 치료한다.
卻說魯肅見周瑜臥病, 心中憂悶, 來見孔明, 言周瑜猝病之事.
한편, 노숙(魯肅)은 주유가 앓아 누운 것을 보고, 속이 우울해 공명을 찾아가 주유가 갑자기 병든 일을 이야기한다.
孔明曰; 公以為何如?
공명이 말한다. “공께서 어떻게 여기시오?”
肅曰; 此乃曹操之福, 江東之禍也.
노숙이 “이것은 조조에게는 복이요 강동에게는 재앙이오.”
孔明笑曰; 公瑾之病, 亮亦能醫.
공명이 웃으며 “공근의 병은 내가 치료할 수 있소.”
肅曰; 誠如此, 則國家幸甚.
노숙이 “정말 그렇다면, 국가를 위해 천만다행이오.”
即請孔明同去看病. 肅先入見周瑜. 瑜以被蒙頭而臥.
즉시 공명에게 청해 문병한다. 노숙이 먼저 들어가 주유를 만난다. 주유는 머리를 싸매고 누워 있다.
肅曰; 都督病勢若何?
노숙이 말한다. “도독의 병세가 어떻습니까?”
周瑜曰; 心腹攪痛, 時復昏迷.
주유왈 “속 깊이 울렁거리고 아픈데, 때때로 혼미해지오.”
肅曰; 曾服何藥餌?
노숙왈 “약은 드셔 보셨습니까?”
瑜曰; 心中嘔逆, 藥不能下.
주유왈 “속에서 구역질이 나서, 약을 삼키지 못하오.”
肅曰; 適來去望孔明, 言能醫都督之病.
現在帳外, 煩來醫治, 何如?
노숙왈 “공명을 찾아가 말했더니 그가 능히 도독의 병을 고치겠다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밖에 있는데 불러서 치료시키는 게 어떨는지요?”
瑜命請入, 敎左右扶起, 坐於床上.
주유는 공명을 들어오게 하라고 지시하고 좌우에 자기를 부축하여 일으키라고 한 후 침상 위에 앉았다.
孔明曰; 連不晤君顏, 何期貴體不安.
공명이 웃으며 말했다. “여러 날 도독의 얼굴을 보지 못했으니 어찌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예기할 수 있었겠소?”
瑜曰, 人有旦夕禍福, 豈能自保.
주유가 말했다. “사람은 수시로 예측할 수 없는 화와 복이 있는 것이니 어찌 스스로 보전할 수 있겠소?”
孔明笑曰; 天有不測風雲, 人又豈能料乎.
공명이 웃으며 말했다. “하늘에는 예측할 수 없는 풍운이 있으니 사람이 어찌 짐작할 수 있겠소?”
瑜聞失色, 乃作呻吟之聲.
주유는 이를 듣고 실색을 하며 신음 소리를 뱉어 내었다.
孔明曰; 都督心中似覺煩積否.
공명이 말했다. “도독의 마음속에 번민이 쌓여 있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소?”
瑜曰; 然.
주유가 말했다. “그렇소.”
孔明曰, 必須用凉藥以解之.
공명이 말했다. “반드시 화기를 다스리는 약을 써서 풀어야 할 것 같소.”
瑜曰, 已服凉藥, 全然無效.
주유가 말했다. “이미 약을 복용했지만 아무런 효험이 없소.”
孔明曰, 須先理其氣, 氣若順, 則呼吸之間, 自然痊可.
공명이 말했다. “반드시 먼저 기를 다스려야 할 것이오. 기가 순통해지면 짧은 시간에 자연히 치유될 것이오.”
瑜料孔明必知其意, 乃以言挑之曰; 欲得順氣, 當服何藥.
주유는 공명이 분명 자신의 마음속 뜻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로써 이를 끌어내기 위해 말했다. “기를 순통하게 하려면 어떤 약을 먹어야 하오?”
孔明笑曰, 亮有一方, 便敎都督氣順.
공명이 웃으며 대답했다. “나에게 한 가지 처방이 있는데, 도독의 기를 순통하게 해 줄 것이오.”
瑜曰, 願先生賜敎.
주유가 말했다. “선생에게 가르침을 받고 싶소.”
孔明索紙筆, 屛退左右, 密書十六字曰.
공명은 종이와 붓을 달라고 하고 좌우의 사람들을 물러가게 한 후, 몰래 열여섯 글자를 적었다.
欲破曹公, 宜用火攻, 萬事俱備, 只欠東風.
조공(曹公)을 깨려면 화공을 써야 하는데, 모든 일이 다 구비되었지만 다만 동풍이 부족하구나.
寫畢, 遞與周瑜曰, 此都督病源也.
글을 다 쓴 후에 주유에게 전해 주면서 말했다. “이것이 바로 도독의 병의 근원이오.”
瑜見了大驚, 暗思; 孔明真神人也. 早已知我心事. 只索以實情告之.
주유가 보더니 크게 놀라 몰래 생각한다. ‘공명은 참으로 신인이구나. 벌써 내 속마음을 알다니. 부득불 사실대로 말해야겠구나.’
乃笑曰, 先生已知我病源, 將用何藥治之. 事在危急, 望卽賜敎.
주유가 웃으며 말했다. “선생이 이미 내 병의 근원을 알았으면 어떤 약으로 나를 고쳐 줄 것이오? 일이
위급하니 즉시 가르침을 받기를 원하오.”
孔明曰; 亮雖不才, 曾遇異人, 傳授奇門遁甲天書, 可以呼風喚雨.
都督若要東南風時, 可於南屛山建一臺, 名曰七星壇.
高九尺, 作三層, 用一百二十人, 手執旗幡圍饒.
亮於臺上作法, 借三日三夜東南大風, 助都督用兵, 何如.
공명이 말했다. “제가 비록 재주 없으나 일찍이 기인을 만나 기문둔갑의 천서를 전수받아 바람을 불게 하고 비를 부를 수 있다오. 도독이 만약 동남풍이 필요하다면, 남병산에 칠성단을 지으시오. 높이는 아홉 자로 3층으로 짓고, 120명을 시켜 손에 깃발을 들고 주위를 돌도록 하시오. 내가 대 위에서 법술을 부려 3일 밤낮 동안 동남풍이 크게 불도록 하여 도독이 용병하도록 도우면 어떻겠소?”
瑜曰, 休道三日三夜, 只一夜大風, 大事可成矣. 只是事在目前, 不可遲緩.
주유가 말했다. “3일 밤낮까지도 필요 없고 하룻밤만이라도 큰 바람이 불면 대사를 이룰 수 있으리라. 다만 지금 즉시로 해야지 늦어져서는 안 될 것이오.”
孔明曰, 十一月二十日甲子祭風, 至二十二日丙寅風息, 如何.
공명이 말했다. “십일월 이십일 갑자일에 바람 불기를 빌어 이십이일 병인일에 바람을 그치게 하면 어떻겠소?”
瑜聞言大喜, 矍然而起.
便傳令差五百精壯軍士, 往南屛山築壇.
撥一百二十人, 執旗守壇, 聽候使令.
주유가 듣고 크게 기뻐 벌떡 일어난다. 곧 명을 전해 5백 명의 건장한 군사를 남병산으로 보내 단을 쌓는다. 120인을 뽑아 깃발을 들고 단을 지키며 명을 기다리게 한다.
孔明辭別出帳, 與魯肅上馬, 來南屏山相度地勢, 令軍士取東南方赤土築壇.
공명이 작별 인사 후 군막을 나가, 노숙과 더불어 말을 타고, 남병산으로 가 지세를 살피고, 군사들에게 명령해 동남쪽에 붉은 흙으로 단을 쌓게 한다.
方圓二十四丈, 每一層高三尺, 共是九尺.
둘레는 24장, 각 층은 높이 3척, 모두 9척이다.
下一層插二十八宿旗.
아래 1 층은 이십팔숙(二十八宿; 고대 중국 별자리)의 깃발을 꽂아 세운다.
東方七面青旗, 按角, 亢, 氐, 房, 心, 尾, 箕, 布蒼龍之形.
동방 일곱 깃발은 청기(青旗)로 각(角), 항(亢), 저(氐), 방(房), 심(心), 미(尾), 기(箕)이니 창룡(蒼龍)의 형상이다.
北方七面皂旗, 按斗, 牛, 女, 虛, 危, 室, 壁, 作玄武之勢.
북방 일곱 깃발은 조기(皂旗; 검은 깃발)로 두(斗), 우(牛), 여(女), 허(虛), 위(危), 실(室), 벽(壁)이니 현무(玄武)의 기세다.
西方七面白旗, 按奎, 婁, 冑, 昴, 畢, 觜, 參, 踞白虎之威.
서방 일곱 깃발은 백기(白旗)로, 규(奎), 누(婁), 주(冑), 묘(昴), 필(畢), 자(觜), 삼(參)이니 백호의 위용이다.
南方七面紅旗, 按井, 鬼, 柳, 星, 張, 翼, 軫, 成朱雀之狀.
남방 일곱 깃발은 홍기(紅旗)로 정(井), 귀(鬼), 유(柳), 성(星), 장(張), 익(翼), 진(軫)이니 주작(朱雀)의 모습이다.
第二層周圍黃旗六十四面, 按六十四卦, 分八.
제2층은 둘레에 황기(黃旗) 예순 넷을 꽂아 64괘(卦)를 나타내고 8자리씩 나눠 세운다.
位而立, 上一層用四人, 各人戴束髮冠, 穿皂羅袍, 鳳衣博帶, 朱履方裾,
前左立一人, 手執長竿, 竿尖上用雞羽為葆, 以招風信.
위의 1층은 네 사람이 각각 속발관(束髮冠)을 머리에 쓰고, 검은 비단 도포에 봉의(鳳衣; 도교의 선인이 입는 옷)를 입고, 박대(博帶; 넓은 허리띠)를 둘러, 붉은 신을 신고, 방거(方裾; 네모진 옷자락)차림으로, 앞 왼쪽에 선 1인은 손에 긴 장대를 들고, 그 꼭대기는 닭깃털로 보(葆; 깃대 장식)를 삼아, 풍신(風信; 계절풍)을 부른다.
前右立一人, 手執長竿, 竿上繫七星號帶, 以表風色.
앞 오른쪽에 선 1인은 손에 역시 긴 장대를 들고, 그 꼭대기는 칠성(七星; 북두칠성)을 그린 호대(號帶; 신호용 긴 명주 띠)를 매달아 풍색(風色; 바람, 날씨)을 표시한다.
後左立一人, 捧寶劍, 後右立一人, 捧香爐.
뒤 왼쪽에 선 1인은 보검을 받들고, 뒤 오른쪽에 선 1인은 향로를 받든다.
壇下二十四人, 各持旌旗, 寶蓋, 大戟, 長戈, 黃旄, 白銊, 朱旛, 皂縣, 環遶四面.
단 아래 24인은 각각 정기(旌旗; 깃발), 보개(寶蓋; 화려한 일산), 대극(大戟), 장과(長戈), 황모(黃旄; 누런 깃 장식의 깃발), 백월(白銊; 흰 도끼), 주기(朱旛; 붉은 깃발), 조현(皂縣; 검은 깃발의 일종)을 들고 사방을 둘러 선다.
孔明於十一月二十日甲子吉辰, 沐浴齋戒,
身披道衣, 跣足散髮, 來到壇前, 分付魯肅曰;
子敬自往軍中相助公瑾調兵. 倘亮所祈無應, 不可有怪.
공명이 11월 20일 갑자 길진(吉辰; 좋은 날)에 목욕재계해, 몸에 도의(道衣)를 걸치고 맨발에 머리를 풀어헤친 채, 칠성단 앞으로 가, 노숙에게 분부한다. “자경께서는 군중으로 가, 공근의 조병을 도우시오. 만약 제 기도에 응답이 없더라도, 괴이히 여기실 것은 없소.”
魯肅別去, 孔明囑付守壇將士;
不許擅離方. 不許交頭接耳.
不許失口亂言. 不許失驚打怪. 如違令者斬.
노숙이 작별해 떠나고, 공명이 단을 지키는 장사들에게 부탁한다. “단을 떠나서는 안 된다. 머리를 맞대 귓속말해서도 안 된다. 함부로 어지러운 말을 해서도 안 된다. 영을 어기는 자 참한다.”
眾皆領命.
모두 명을 받든다.
孔明緩步登壇, 觀瞻方位已定, 焚香於爐, 注水於盂, 仰天暗祝.
공명이 천천히 걸어 단을 올라 방위가 정해진 것을 살피고, 향로에 분향하고, 사발에 물을 붓더니 하늘을 우러러 속으로 기도한다.
下壇入帳中少歇, 令軍士更替吃飯.
단을 내려와 막사로 내려가 조금 쉬며, 군사들에게 명해 교대로 식사하게 한다.
孔明一日上壇三次, 下壇三次.
공명이 하루에 세 차례 단을 올라, 세 차례 단을 내려온다.
卻不見有東南風.
그러나 동남풍은 불 기미가 없다.
且說周瑜請程普, 魯肅一班軍官, 在帳中伺侯, 只等東南風起, 便調兵出.
한편 주유는 정보, 노숙 등 한 무리 군관을 불러, 막사 안에서 오로지 동남풍이 불기만 기다려, 병력을 출동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一面關報孫權接應.
한편으로 손권에게 글을 보내 접응(接應)을 청한다.
黃蓋已自準備火船二十隻, 船頭密布大釘.
황개는 벌써 스스로 화선(火船) 20척을 준비해, 뱃머리에 빼곡히 큰 못을 박는다.
船內裝載蘆葦 乾柴, 灌以魚油, 上鋪硫黃燄硝引火之物, 各用青布油單遮蓋.
배 안은 갈대, 마른 장작을 실어, 어유(魚油)로 적셔, 그 위에 유황과 염초 등 인화물을 깔고, 각각 청포와 유단(油單; 기름종이)로 덮어 가린다.
船頭上插青龍牙旗, 船尾各繫走舸.
뱃머리 위는 청룡아기(青龍牙旗)를 꽂고, 꼬리는 각각 주아(走舸; 쾌속선의 일종)을 매단다.
在帳下聽侯, 只等周瑜號令.
막사에서 살피며, 오로지 주유의 호령을 기다린다.
甘寧, 闞澤窩盤蔡和, 蔡中, 在外寨中, 每日飲酒, 不放一卒登岸.
감녕, 감택은 채화, 채중을 붙들고 외채(外寨; 바깥 진지)에서 날마다 음주하며 아무도 강기슭을 오르지 못하게 한다.
周圍盡是東吳軍馬, 把得水洩不通, 只等帳上號令下來.
그들 주위는 모조리 동오 군마들이라 물샐 틈 없이 지키며, 오로지 위에서 호령이 내려지기만 기다린다.
周瑜正在帳中坐議, 探子來報;
吳侯船隻離寨八十五里停泊, 只等都督好音.
주유가 마침 안에서 의논하는데, 탐자(探子)가 와서 알린다. “오후(吳侯; 손권)께서 배를 80리 밖에 정박하셔, 도독에게서 좋은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리십니다.”
瑜即差魯肅遍告各部下官兵將士; 俱各收拾船隻軍器帆櫓等物.
號令一出, 時刻休違. 倘有違誤, 即按軍法.
주유가 곧 노숙을 보내 부하 관병들과 장사들에게 두루 고한다. “모두 배, 무기, 돛, 노 따위를 수습하라. 호령이 나오면, 시각을 어기지 말라. 어기는 즉시 군법을 따르겠다.”
眾兵將得令, 一個個磨拳擦掌, 準備廝殺.
병사와 장수들이 영을 듣고, 하나하나 주먹을 문지르고 손을 비비며, 싸움을 준비한다.
是日看看近夜, 天色清明, 微風不動.
이날 점점 밤이 가까울수록 하늘은 청명해 미풍도 불지 않는다.
瑜謂魯肅曰; 孔明之言謬矣. 隆冬之時, 怎得東南風乎?
주유가 노숙에게 이른다. “공명 말이 틀렸소. 융동(隆冬; 엄동설한)에 어찌 동남풍이 불겠소?”
肅曰; 吾料孔明必不謬談.
노숙왈 “제 생각에 공명이 틀린 말을 할 리는 없소.”
將近三更時分, 忽聽風聲響, 旗旛轉動.
곧 3경 무렵, 홀연히 바람 소리가 들리고 깃발들이 펄럭인다.
瑜出帳看時時, 旗腳竟飄西北, 霎時間東南風大起.
주유가 밖으로 나가 바라보니 깃발 끝자락이 드디어 서북쪽으로 나부껴, 삽시간(霎時間)에 동남풍이 크게 분다.
瑜駭然曰; 此人有奪天地造化之法, 鬼神不測之術.
若留此人, 乃東吳禍根也. 及早殺卻, 免生他日之憂.
주유가 깜짝 놀라 말한다. “이 자는 천지를 조화하는 법을 얻어 귀신도 못 헤아릴 술법을 가졌구나. 이 자를 살려두면, 동오에 화근이 되고 말리라. 어서 죽여야지 살려두면 훗날 우환이 되겠구나.”
急喚帳前護軍校尉丁奉,徐盛二將;
各帶一百人, 徐盛從江內去, 丁奉從旱路去,
都到南屏山七星壇前, 休問長短,
拏住諸葛亮便行斬首. 將首級來請功.
급히 호군교위(護軍校尉) 정봉(丁奉)과 서성(徐盛), 두 장수를 불러 지시한다. “각각 1백인을 거느려, 서성은 강물을 따라, 정봉은 지름길로 가, 모두 남병산 칠성단에 당도해, 아무 것도 묻지 말고, 제갈량을 잡아 바로 목을 베시오. 그 수급을 갖고 와서 공을 청하시오.”
二將領命, 徐盛下船, 一百刀斧手, 蕩開棹槳.
두 장수가 명을 받아, 서성은 배를 타고, 도부수(刀斧手) 1백이 힘차게 노를 젓는다.
丁奉上馬, 一百弓拏手, 各跨征駒, 往南屏山來, 於路正迎著東南風起.
정봉은 말을 타고, 궁노수(弓拏手) 1백이 각각 말을 몰아 남병산으로 달려간다.
後人有詩曰;
뒷날 누군가 시를 지었다.
七星壇上臥龍登(칠성단상와룡등)
一夜東風江水騰(일야동풍강수등)
不是孔明施妙計(불시공명시묘계)
周郎安得逞才能(주랑안득령재능)
칠성단 위로 와룡이 오르니,
하룻밤새 동풍이 불어와 강물이 솟구치네.
공명이 절묘한 계책을 베풀지 않았으면
주랑이 어찌 재능을 떨쳤으리.
丁奉馬軍先到, 見壇上執旗將士, 當風而立.
정봉의 군마들이 먼저 도착해 바라보니, 단 위에서 깃발을 든 장사들이 바람을 맞으며 서 있다.
丁奉下馬提劍上壇, 不見孔明, 慌問守壇將士. 答曰; 恰纔下壇去了.
정봉이 말에서 내려, 칼을 쥔 채 단을 오르나 공명은 안 보여, 단을 지키는 병사들에게 황급히 묻자, 답한다. “방금 단을 내려 가셨습니다.”
丁奉忙下壇尋時,徐盛船已到. 二人聚於江邊.
정봉이 다급히 단을 내려가 찾는데, 서성의 배가 벌써 도착해 있다. 두 사람이 강변에서 만난다.
小卒報曰; 昨晚一隻快船停在前灘口,
適間卻見孔明披髮下船. 那船望上水去了.
소졸(小卒; 졸병)이 보고한다. “어젯밤 빠른 배 한 척이 요 앞 여울목에 정박했는데, 방금 보니 공명이 머리를 풀어헤친 채 배를 탔습니다. 그 배는 상류로 갔습니다.”
丁奉, 徐盛, 便分水陸兩路追襲. 徐盛教拽起滿帆, 搶風而使.
정봉, 서성이 곧 수륙 양갈래로 추격한다. 서성이 지시해 돛을 활짝 펴, 바람을 타게 한다.
遙望前船不遠, 徐盛在船頭高聲大叫; 軍師休去. 都督有請.
멀리 바라보니, 그 앞선 배가 멀지 않아 서성이 뱃머리에서 고성(高聲)으로 크게 외친다. “군사께서는 멈추시오. 도독께서 청하실 일이 있다시오.”
只見孔明立於船尾大笑 曰;
上覆都督, 好好用兵. 諸葛亮暫回夏口, 異日再容相見.
그러나 공명은 뱃꼬리에 서서 크게 웃는다. “도독께 돌아가 용병을 잘하시라 전하시오. 제갈량은 잠시 하구로 돌아가, 다른 날 다시 만나 뵐 것이오.”
徐盛曰; 請暫少住. 有緊話說.
서성왈; “잠시만 멈추시오. 긴히 드릴 말씀이 있소.”
孔明曰; 吾已料定都督不能容我, 必來加害,
預先教趙子龍 來相接. 將軍不必追趕.
공명왈; “내 이미 도독께서 나를 용납치 않아 반드시 해치러 올 것을 알아, 미리 조자룡더러 와서 접응하게 했소. 장군, 굳이 추격하지 마시오.”
徐盛見前船無篷, 只顧趕去.
서성이 보니 앞 배는 돛을 올리지 않아, 오로지 뒤쫓을 뿐이다. 봉(篷)은 배나 수레 위의 차폐물로서 본문에서는 돛으로 봐야 한다.
看看至近, 趙雲拈弓搭箭, 立於船尾大叫曰;
吾乃常山趙子龍也. 奉令特來接軍師. 你如何來追趕?
本待一箭射死你來, 顯得失了兩家和氣教你知我手段.
점점 가까워지자, 조운이 활을 집어 들고 화살을 매겨, 뱃꼬리에 서서 크게 외친다. “나는 상산의 조자룡이다. 영을 받아 특별히 군사를 모시러 왔다. 너는 왜 뒤쫓냐? 본래 1발에 너를 쏴 죽일 것이나, 양가(兩家)의 화기(和氣)를 잃게 할 것이 틀림없으니 네게 내 수단만 보여주마.”
현득(顯得)이란 어떤 일이 매우 극명히 드러날 것 같을 때 쓰는 말이다.
言迄, 箭到處, 射斷徐盛船上篷索.
말을 마치더니, 화살이 날아 와, 서성의 배 돛을 끊어 버린다.
那篷墮落下水, 其船便橫.
그 돛이 추락해 물에 빠지니, 배가 곧 비틀거린다.
趙雲卻教自己船上拽起滿帆, 乘順風而去.
조운이 지시해 돛을 활짝 펴, 순풍을 타고 가버린다.
其船如飛, 追之不及.
그 배가 나는 듯하니, 뒤쫓아도 미치지 못한다.
岸上丁奉喚徐盛船近岸, 言曰;
諸葛亮神機妙算, 人不可及. 更兼趙雲有萬夫不當之勇.
汝知他當陽長阪時否? 吾等只索回報便了.
강기슭의 정봉이 서성의 배를 강기슭 가까이 불러 말한다. “제갈량의 신기묘산, 사람이 미치지 못하겠소. 게다가 조운은 만부지당(萬夫不當)의 용맹을 갖췃소. 그대는 당양 장판의 일을 알지 못하오? 우리는 부득불 돌아가 알려야겠소.”
지색(只索)이란 부득이, 부득불, 어쩔 수 없이를 말한다.
於是二人回見周瑜, 言孔明預先約趙雲迎接去了,
周瑜大驚曰; 此人如此多謀,使我曉夜不安矣.
이에 두 사람이 돌아가 주유를 만나, 공명이 미리 조운과 선약해 영접하게 한 것을 말하자, 주유가 크게 놀라 말한다. “그 자가 그토록 꾀가 많으니, 내 밤새 불안하겠소.”
魯肅曰; 且待破曹之後, 卻再圖之.
노숙이 말한다. “우선 조조를 쳐부순 뒤, 다시 도모합시다.”
瑜從其言, 喚集諸將聽令.
주유가 그 말을 따라, 장수들을 불러 모아 영을 듣게 한다.
先教甘寧帶了蔡中並降卒沿南岸而走;
只打北軍旗號, 直取烏林地面, 正當曹操屯糧之所.
深入軍中, 舉火為號. 只留下蔡和一人在帳下, 我有用處.
먼저 감녕에게 지시해 채중과 항복한 병사들을 데리고 남쪽 기슭으로 가게 한다. “북군의 기호(旗號; 깃발)를 들고, 바로 오림(烏林) 지역으로 가면, 바로 조조의 둔량(屯糧; 식량을 쌓아둠) 장소가 나올 것이오. 군중으로 깊이 침투해, 불을 붙여 신호하시오. 다만 채화는 막사 안에 남겨 두면, 내 따로 쓸 데가 있소.”
第二喚太史慈分付; 你可領三千兵, 直奔黃州地界,
斷曹操合淝接應之兵, 就逼曹兵, 放火為處.
只看紅旗, 便是吳侯接應兵到.
두번째로 태사자를 불러 분부한다. “그대는 3천 병력을 이끌고, 황주 경계로 곧장 가, 조조의 합비(合淝) 접응 병력을 끊고, 조조 병력을 마주치거든, 불을 놓아 신호하시오. 홍기(紅旗)가 보이면, 바로 오후(吳侯)께서 이끄시는 접응 병력이 도착한 것이오.”
這兩隊兵最遠先發.
이들 두 부대가 제일 먼저 떠난다.
第三喚呂蒙領三千兵去烏林接應, 甘寧焚燒曹操寨柵
세번째로 여몽을 불러 3천 병력을 거느려 오림으로 가, 감녕이 조조 채책(寨柵)을 불사르는 것을 접응하게 한다.
第四喚凌統領三千兵, 直接彝陵界首, 只看烏林火起, 以兵應之.
네번째로 능통을 불러 3천 병력을 거느려, 바로 이릉(彝陵) 입구로 가, 오림에서 불이 치솟으면, 출병해 접응하게 한다.
第五喚董襲領三千兵, 直取漢陽, 從漢川殺奔曹操寨中, 看白旗接應.
다섯번째로 동습을 불러 3천 병력을 거느려, 한양(漢陽)을 곧장 취해, 한천(漢川)으로부터 조조 영채로 내달려, 백기가 보이면 접응하라 한다.
第六喚潘璋領三千兵, 盡打白旗往漢陽接應董襲.
여섯번째로 반장(潘璋)을 불러 3천 병력을 거느려, 모조리 백기를 들고 한양으로 가 동습과 접응하게 한다.
六隊軍馬各自分路去了.
여섯 부대의 군마들이 각각 길을 나눠 떠난다.
卻令黃蓋安排火船, 使小卒馳書約曹操令夜來降.
황개에게 영을 내려 화선(火船)을 안배해, 소졸을 보내 조조에게 오늘밤 투항하겠다는 글을 바치게 한다.
一面撥戰船四隻, 隨於黃蓋船後接應.
한편으로 전선 4개 함대를 뽑아, 황개의 배를 뒤따라 접응하게 한다.
第一隊領兵軍官韓當,
第二隊領兵軍官周泰,
第三隊領兵軍官蔣欽,
第四隊領兵軍官陳武.
제1대의 영병(領兵; 지휘) 군관은 한당, 제2대의 영병 군관은 주태, 제3대의 영병 군관은 장흠, 제4대의 영병 군관은 진무다.
四隊各引戰船三百隻, 前面各擺列火船二十隻.
4개 함대는 각각 전선 3백척을 이끌고, 전면에 각각 화선 20척을 배치한다. 사척(四隻)이란 선박 4척을 말하나, 그러나 문맥으로 보아 4개의 선단이나 함대를 말하는 것이다.
周瑜自與程普在大艨艟上督戰, 徐盛, 丁奉為左右護衛,
只留魯 肅共闞澤及眾謀士守寨.
주유 스스로 정보와 더불어 큰 몽동 전선 위에서 독전하고, 서성과 정봉이 좌우에서 호위하는데, 다만 노숙이 감택, 모사들과 함께 영채를 지킨다.
程普見周瑜調軍有法, 甚相敬服.
정보가 보니 주유의 용병이 법도가 있어, 깊이 탄복한다.
卻說孫權差使命持兵符至,說已差陸遜為先鋒,
直抵蔪黃地面進兵, 吳侯自為後應.
한편 손권은 사자를 보내 병부(兵符; 장수가 명령을 발포하는 신부)를 보내고 말하기를, 이미 육손을 선봉으로, 점황(蔪黃) 지역으로 바로 가도록 보내고, 오후 손권 스스로 뒤에서 접응할 것이라 한다.
瑜又差人西山放火, 南屏山舉旗號.
各各準備停當, 只等黃昏舉動.
주유도 사람을 보내 서산에서 방화하면, 남병산에서 깃발을 들게 한다. 각각 준비를 마쳐, 오로지 황개의 거동을 기다린다.
話分兩頭.
이제 이야기는 두 갈래로 나뉜다.
且說劉玄德在夏口專候孔明回來,
忽見一隊船到, 乃是公子劉琦自探聽消息.
한편 유현덕은 하구에서 오로지 공명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데, 문득 한 무리 선단이 몰려 오니, 바로 공자 유기 스스로 소식을 알고자 온 것이다.
玄德請上敵樓坐定, 說;
東南風起多時, 子龍去接孔明, 至今 不見到, 吾心甚憂.
현덕이 적루(敵樓; 적을 살피는 망루)로 불러 자리잡고 앉아, 이야기한다. “동남풍이 거세게 불기에, 자룡을 보내 공명을 접하게 하였으나, 지금까지 오는 게 보이지 않아, 내 마음이 몹시 걱정이네.”
小校遙指樊口港上; 一帆風送扁舟來到, 必軍師也.
소교(小校; 병사)가 손가락으로 번구 어귀를 가리켜 말한다. “돛에 바람을 가득 실은 배가 오고 있는 게 아무래도 군사이십니다.”
玄德與劉琦下樓迎接.
현덕이 유기와 더불어 영접하러 적루를 내려간다.
須臾到,孔明,子龍登岸. 玄德大喜.
잠시 뒤, 공명, 자룡이 강기슭을 오르니, 현덕이 크게 기뻐한다.
問候畢, 孔明曰; 且無暇告訴別事. 前者所約軍馬戰船, 皆已辦否?
문안 인사를 마쳐, 공명이 말한다. “우선 다른 이야기를 할 틈이 없습니다. 지난날 약속한 군마며 전선은 모두 준비되지 않았습니까?”
玄德曰; 收拾久矣, 只候軍師調用.
현덕이 말한다. “수습한 지 오랩니다. 오로지 군사께서 배치해 쓰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孔明便與玄德, 劉琦升帳坐定, 謂趙雲曰;
子龍可帶三千軍馬, 渡江逕取烏林小路, 揀樹木蘆葦密處埋伏.
今夜四更已後, 曹操必然從那條路奔走.
等他軍馬過, 就半中間放起火來.
雖然不殺他盡絕, 也殺一半.
공명이 곧 현덕, 유기와 더불어 막사로 들어가 좌정한 뒤, 조운에게 이른다. “자룡은 3천 군마를 거느려, 강을 건너 바로 오림의 소로(小路; 좁은 길이나 지름길)로 가, 수풀과 갈대가 우거진 곳에 매복하시오. 오늘밤 4경 이후, 조조가 필시 그 길로 달아날 것이오. 그들 군마가 지나기를 기다려, 반쯤 지나거든 불을 놓으시오. 모조리 다 죽일 것은 없고, 절반만 죽이면 되오.”
雲曰; 烏林有兩條路.
一條通南郡, 一條取荊州. 不知向那條路來?
조운왈; “오림에는 두 갈래 길이 있소. 한 갈래는 남군으로 통하고, 한 갈래는 형주로 가는 것이오. 어느 갈래 길로 올 지 알지 못하시오?”
孔明曰; 南郡勢迫, 曹操 不敢往, 必來荊州, 然後大軍投許昌而去.
孔明曰; “남군(南郡)은 사세가 급박해, 조조가 감히 가지 못해, 반드시 형주 쪽으로 오고, 그 뒤 대군(大軍)이 허창으로 달아날 것이오.”
雲領計去了.
조운이 계책을 받들어 떠난다.
又喚張飛曰; 翼德可領三千兵渡江,
截斷彝陵這條路, 去葫蘆谷口埋伏.
曹操不敢走南彝陵, 必望北彝陵去.
來日雨過, 必然來埋鍋造飯.
只看煙起, 便就山邊放起火來.
雖然不捉得曹操, 翼德這場功料也不小.
다시 장비를 불러 말한다. “익덕은 3천 병력을 거느려 강을 건너, 이릉 쪽 길을 차단하고, 호로곡(葫蘆谷) 입구로 가 매복하시오. 조조가 감히 남이릉(南彝陵)으로 가지 못하고, 틀림없이 북이릉으로 갈 것이오. 내일 비가 온 뒤, 그는 틀림없이 솥을 놓고 밥을 지을 것이오. 밥 짓는 연기가 솟거든, 바로 산비탈에서 불을 놓으시오. 비록 조조를 사로잡지 못하더라도, 익덕은 거기서 공을 세움이 적지 않을 것이오.”
飛領計去了.
장비가 계책을 받들어 떠난다.
又喚糜竺, 糜芳, 劉封三人, 各駕船隻,
遶江剿擒敗軍, 奪取器械. 三人領計去了.
다시 미축, 미방, 유봉, 세 사람을 불러, 각각 배를 타, 강을 돌며 패군(敗軍)들을 죽이거나 사로잡게 한다. 세 사람이 계책을 받들어 떠난다.
孔明起身, 謂公子劉琦曰; 武昌一望之地, 最為緊 要.
公子便請回. 率領所部之兵, 陳於岸口.
操一敗必有逃來者, 就而擒之, 卻不可輕離城郭.
공명이 일어나, 공자 유기에게 말한다. “무창은 일망지지(一望之地; 눈으로 살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의 땅)이니, 가장 긴요합니다. 공자께서 어서 돌아가시기를 청합니다. 휘하 병력을 거느리고, 안구(岸口)에 포진하십시오. 조조가 한바탕 패해 도망쳐 오거든, 곧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나 성곽을 함부로 떠나서는 안 됩니다.”
劉琦便辭玄德, 孔明去了.
유기가 곧 현덕, 공명을 작별해 떠난다.
孔明謂玄德曰; 主公可於樊口屯只, 憑高而望, 坐看今夜周郎成大功也.
공명이 현덕에게 말한다. “주공께서는 번구에 주둔하셔서, 높은 곳에서 살피며 편안히 앉아 오늘밤 주랑이 큰 공을 세우는 것을 보시면 됩니다.”
時雲長在側, 孔明全然不睬.
이때 운장이 옆에 있었으나, 공명이 전혀 거들떠 보지 않는다.
雲長忍耐不住, 乃高聲曰;
關某自隨兄長征戰多年來, 未嘗落後.
今日逢大敵, 軍師卻不委用, 此是何意?
운장이 참지 못하여, 소리 높여 말한다. “이 관모(關某), 형장을 따라 정전(征戰)한 지 다년(多年)이나, 아직 낙후(落後; 낙오)한 적 없소. 금일 대적(大敵)을 만나거늘, 군사께서 도리어 아무 것도 맡기지 않으시니, 이게 무슨 뜻이오?”
孔明笑曰; 雲長勿怪.
某本欲煩足下把一個最緊要的隘口,
怎奈有些遠礙處,不敢教去.
공명이 웃는다. “운장, 괴이히 여기지 마시오. 내 본래 족하(足下)께 제일 긴요한 애구(隘口)를 맡겨 드리고 싶었으나, 어쩐지 무언가 거리끼는 게 있어, 감히 가라 못하겠소.”
유사(有些)는 일부, 어떤의 뜻이다.
雲長曰; 有何違礙? 願即見諭.
운장왈; “무엇이 거리끼오? 어서 알려 주시기 바라오.”
孔明曰; 昔日曹操待足下甚厚, 足下當有以 報之.
今日操兵敗, 必走華容道.
若令足下去時, 必然放他過去. 因此不敢教去.
공명왈; “석일(昔日) 조조가 족하를 심히 후하게 대하여, 족하께서 마땅히 보답해야 할 것이오. 금일 조조가 패전하면, 반드시 화용도(華容道)로 달아나오. 만약 족하로 하여금 그곳으로 가라 하면, 틀림없이 그를 놓아 줄 것이오. 이래서 감히 가라 못하겠소.”
雲長曰; 軍師好多心.
當日曹操果是重待某, 某已斬顏良, 誅文醜,
解白馬之圍, 報過他了. 今日撞見,豈肯輕放.
운장왈; “군사께서 쓸데없는 걱정을 하시는구려. 당시 조조가 저를 중히 대한 것은 맞지만, 제가 이미 안량을 참하고, 문추를 주살해 백마의 포위를 풀어 그에게 보답했소. 금일 마주친들, 어찌 함부로 풀어주겠소.”
孔明曰; 倘若放了時, 卻如 何?
공명왈; “만약 놓아주면, 어찌하시겠소?”
雲長曰; 願依軍法.
운장왈; “바라건대, 군법을 따르겠소.”
孔明曰; 如此, 立下軍令狀.
공명왈; “그렇다면, 군령장(軍令狀; 군법 준수 각서)을 쓰시오.”
雲長便與了軍令狀. 雲長曰; 若曹操不從那條路上來, 如何?
운장이 곧 군령장을 건네고, 말한다. “만약 조조가 그 길로 오지 않으면 어찌하오?”
孔明曰; 我亦與你軍今狀.
공명왈; “저도 그대에게 군령장을 주겠소.”
雲長大喜, 孔明曰;
雲長可於華容小路高山之處, 堆積柴草, 放起一把火煙, 引曹操來.
운장이 크게 기뻐하는데, 공명이 말한다. “운장께서 화용소로(華容小路)높은 산 위에 시초(柴草; 장작과 마른 풀)를 퇴적(堆積)하여, 한줄기 불과 연기를 피워 올려, 조조를 유인해 오게 하시오.”
雲長曰; 曹操望見煙, 知有埋伏, 如何肯來?
운장왈; “조조가 연기를 바라보고, 매복이 있을 걸 알텐데, 어찌 기꺼이 오겠소?”
孔明笑曰; 豈不聞兵法虛虛實實之論?
操雖能用兵, 只此可以瞞過他也.
他見煙起, 將謂虛張聲勢, 必然投這條路來. 將軍休得容情.
공명이 웃으며 “병법에 나오는 허허실실(虛虛實實) 이야기를 듣지 못했소? 조조가 비록 용병에 능하다 하나, 이것으로 그를 기만할 수 있소. 그가 연기를 보면, 곧 허장성세(虛張聲勢)라 여겨, 반드시 그 길로 올 것이오. 장군은 절대 용서하는 마음을 품지 마시오.”
雲長領了將令, 引關平, 周倉並五百校刀手, 投華容道埋伏去了
운장이 장령(將令; 군령 또는 장수의 명령)을 받은 뒤, 관평, 주창과 5백인의 도수(刀手)를 이끌고, 화용도에 매복하러 갔다.
玄德曰; 吾弟義氣深重, 若曹操果然投華容道去時, 只恐端的放了.
현덕이 말한다. “내 아우는 의기(義氣)가 심히 중(重)하여, 과연 조조가 화용도로 간다면, 아무래도 그를 놓아줄까 걱정입니다.”
孔明曰; 亮夜觀乾象, 操賊未合身亡. 留這人情 教雲長做了, 亦是美事.
공명왈; “제가 밤에 건상(乾象; 천문현상)을 관찰하니 조조 도적은 아직 죽을 때가 아닙니다. 저렇게 인정을 베풀어, 운장더러 놓아 주게 하는 것도, 역시 아름다운 일이겠습니다.”
玄德曰; 先生神算, 世所罕及.
현덕왈; “선생의 신산(神算)을 세상이 어찌 조금이라도 따르겠소.”
孔明遂與玄德往樊口看周瑜用兵, 留孫乾, 簡雍守城.
공명이 마침내 현덕과 더불어 번구로 가 주유의 용병을 살피고, 손건, 간옹을 남겨 수성(守城)하게 한다.
卻說曹操在大寨中, 與眾將商議, 只等黃蓋消息.
한편 조조는 대채(大寨; 큰 진지) 안에서 장수들과 더불어 상의하며, 오로지 황개의 소식을 기다린다.
當日東南風起甚緊, 程昱入告曹操曰; 今日東南風起, 宜預隄防.
그날 동남풍이 몹시 거세게 불자, 정욱이 들어가 조조에게 고한다. “오늘 동남풍이 부니, 미리 제방(隄防; 방비)해야 합니다.”
操笑曰; 冬至一陽生, 來復之時, 安得無東南風? 何足為怪?
조조가 웃는다. “동지일양생(冬至一陽生; 동지 이후 해가 점점 길어지는 현상을 양기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으로 봤다)이라 양기가 다시 돌아오는 시기에, 어찌 동남풍이 불지 않겠소? 괴이할 게 무엇이오?”
軍士忽報江東一隻小船來到, 說有黃蓋密書, 操急喚入.
군사가 문득 보고하기를, 강동에서 작은 배 한 척이 와서, 황개의 밀서를 갖고 있다 하므로, 조조가 급히 불러 들인다.
其人呈上書, 書中訴說;
周瑜關防嚴緊, 因此無計脫身.
今有鄱陽湖新運到糧, 周瑜差蓋巡哨, 已有方便.
好歹殺江東名將, 獻首來降.
只在今晚三更, 船上插青龍牙旗者, 即糧船也.
그 사람이 서찰을 바치는데, 내용은 이렇다. ‘주유의 관방(關防; 경계)이 엄긴(嚴緊; 엄격)하여, 탈출할 방도가 없습니다. 이제 파양호(鄱陽湖)에서 새로 군량이 도착하여, 주유가 저를 보내 순초(巡哨; 순찰)하게 하니, 방편으로 삼게 됐습니다. 아무튼 강동의 명장(名將)을 죽여, 그 목을 가지고 투항하겠습니다. 오늘 저녁 3경, 배 위에 청룡아기를 꽂은 것이 바로 양선(糧船; 식량 수송 선박)입니다.’
호대(好歹)란 되는대로, 아무튼, 이유를 불문하고의 뜻이다.
操大喜, 遂與眾將來到水寨中大船上, 觀望黃蓋船到.
조조가 크게 기뻐, 곧 장수들과 더불어 수채의 큰 배 위로 가서, 황개의 배가 도착하는지 관망한다.
且說江東, 天色向晚, 周瑜喚出蔡和, 令軍士縛倒, 和叫; 無罪!
한편 강동에서는, 하늘이 점차 저녁으로 향하자, 주유가 채화를 불러내, 군사를 시켜 그를 포박해 넘어뜨리니, 그가 외친다. “무죄(無罪)!”
瑜曰; 汝是何等人, 敢來詐降. 吾今缺少福物祭旗, 願借你首級.
주유가 말한다. “네 뭐하는 놈이기에, 감히 거짓으로 항복했냐. 내 이제 제기(祭旗; 출전에 앞서 군기에 제사 지내는 것)에 쓸 복물(福物)이 모자라, 네 수급을 빌려야겠다.”
和抵賴不過, 大叫曰; 汝家闞澤, 甘寧, 亦曾與謀.
채화가 어쩔 수 없자, 크게 외친다. “너희 감택, 감녕 역시 벌써 모반하고 있다.”
瑜曰; 此乃吾之所使也.
주유왈 “그거야 내가 시킨 것이다.”
蔡和悔之無及.
채화가 후회해 마지않는다.
瑜令捉至江邊皂纛旗下, 奠酒燒紙,
一刀斬了蔡和, 用血祭旗畢, 便令開船.
주유가 다그쳐 강변의 조도기(皂纛旗) 아래 끌고가, 술을 땅에 뿌리고 지전(紙錢)을 태우더니, 한칼에 채화를 목베어, 그 피로 군기에 제사 올리고, 곧 배들을 출전 시킨다.
黃蓋在第三隻火船上, 獨披掩心甲,
手提利刃, 旗上大書 先鋒黃蓋.
황개는 세번째 화선(火船)을 타고, 홀로 엄심갑(掩心甲; 가슴 보호 갑옷)을 입고, 손에 예리한 칼을 들었는데, 깃발에 크게 선봉 황개라 적혀 있다.
蓋乘一天順風, 望赤壁進發.
황개가 가득히 순풍을 받아, 적벽(赤壁)을 향해 진발한다.
是時東風大作,波浪洶湧.
이때 동풍이 크게 일어, 파랑(波浪)이 흉용(洶湧; 몹시 사나움)하다.
操在中軍遙望隔江, 看看月上照耀江水, 如萬道金蛇, 翻波戲浪.
조조가 중군에서 멀리 강 건너를 바라보니, 모든 강줄기가 금빛 뱀이 굼실대는 듯하여, 물결을 뒤집고 희롱한다.
操迎風大笑, 自以為得志.
조조가 바람을 맞아 크게 웃으며, 아주 마음에 들어한다.
득지(得志)란 뜻을 이룸, 소원을 이룸을 말한다.
忽一軍指說; 江南隱隱一簇帆幔, 使風而來.
문득 군사 하나가 손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강남에서 은은(隱隱히; 어렴풋이, 희미하게) 한 무리 돛단 배들이 바람을 타고 옵니다.”
범만(帆幔)은 배 위의 장막이나, 돛을 말한다.
操憑高望之, 報稱; 皆插青龍牙旗. 內中有大旗, 上書先鋒黃蓋名字.
조조가 높은 곳에서 멀리 바라보는데, 군사가 칭송한다. “모두 청룡아기를 꽂았습니다. 그 가운데 큰 깃발에 선봉 황개라 높이 적었습니다.”
보칭(報稱)이란 다른 이의 은덕에 보답하며, 받은 은혜를 칭송한다. 본문에서는 조조의 고견을 칭송하며 보고하는 것을 뜻한다.
操笑曰; 公覆來降, 此天助我也.
조조가 웃는다. “공복(황개)이 항복하러 오는구나. 하늘이 나를 돕는 것이다.”
來船漸近.
배들이 점점 다가온다.
程昱觀望良久, 謂操曰; 來船必詐. 且休教近寨.
정욱이 한참 관망하다, 조조에게 말한다. “오는 배가 아무래도 수상합니다. 어서 수채 가까이 오지 못하게 지시하십시오.”
操曰; 何以知之?
조조왈; “어떻게 아시오?”
程昱曰; 糧在船中, 船必穩重. 今觀來船, 輕而且浮.
更兼今 夜東南風甚緊, 倘有詐謀,何以當之?
정욱왈; “군량을 실었으면, 배는 필시 깊이 잠깁니다. 지금 오는 배를 관찰하니, 가볍게 떠서 옵니다. 게다가 오늘밤 동남풍이 몹시 부니, 행여나 속임수라면, 어떻게 막겠습니까?”
操省悟, 便問; 誰去止之?
조조가 깨달아, 곧 묻는다. “누가 가서 막겠소?”
文聘曰; 某在水上頗熟, 願請一往.
문빙이 말한다. “제가 물 위는 제법 익숙하니, 한번 가게 해주십시오.”
言畢, 跳下小船, 用手一指, 十數隻巡船, 隨文聘 船出.
말을 마쳐, 작은 배로 뛰어내려, 손으로 지시하자, 십수척의 순선들이 문빙의 배를 따라 나간다.
聘立在船頭, 大叫; 丞相鈞旨, 南船且休近寨, 就江心拋住.
문빙이 뱃머리에서 크게 외친다. “승상의 균지(鈞旨)를 전한다. 강남 배들은 수채 가까이 오지 말고, 강 가운데 머물라.”
眾軍齊喝; 快下了篷.
군사들이 일제히 소리지른다. “어서 돛을 내려라.”
言未絕, 弓弦響處, 文聘被箭射中左臂, 倒在船中.
말을 미처 못 마쳐, 활시위 소리 울리더니, 문빙이 왼팔에 화살을 맞아, 배 안에 쓰러진다.
船上大亂, 各自奔回.
배 위가 크게 혼란해, 각각 도망쳐 돌아간다.
南船距操寨止隔二里水面.
강남 배들이 조조 수채로부터 겨우 2 리 밖 수면까지 다다른다.
黃蓋用刀一招, 前船一齊發火.
황개가 칼을 들어 지시하자, 앞장선 배들이 일제히 불을 붙인다.
火趁風威, 風助火勢, 船如箭發, 煙燄障天.
불길이 바람의 위세를 타니, 바람이 불기운을 돕고, 배들이 쏜살같이 나아가, 연기와 불꽃이 하늘을 가린다.
二十隻火船, 撞入水寨, 曹寨中船隻一時盡著.
20척 화선(火船)이 수채로 돌입하니, 조조 수채의 배들이 일시에 모조리 불붙는다.
又被鐵環銷住, 無處逃避.
게다가 쇠사슬로 묶어놓아, 어디 달아날 수도 없다.
隔江砲響, 四下火船齊到, 但見三江面上,
火逐風飛, 一派通紅, 漫天徹地.
강건너 신호포 소리 울리더니, 사방에서 화선들이 일제히 다다라, 삼강(三江) 물 위는 불길이 바람을 타고 날아들 뿐이니, 온통 붉은 빛이 하늘과 땅을 채운다.
曹操回觀岸上營寨, 幾處煙火.
조조가 강기슭 위의 영채를 되돌아 보니, 거기도 여러군데 불이 붙었다.
黃蓋跳在小船上, 背後數人駕舟, 冒煙突火, 來尋曹操.
황개가 작은 배로 뛰어내려, 뒤따르는 몇몇과 배를 타고, 연기를 무릅쓰고 불길을 뚫어, 조조를 찾는다.
操見勢急,方欲跳上岸,忽張遼駕一小腳船.
조조가 보니 형세가 다급하여, 막 강기슭으로 뛰어내리려 하는데, 문득 장요가 한 척의 작은 각선(腳船; 돛단배의 일종)을 타고 온다.
扶操下得船時, 那隻大船, 已自著了.
조조를 부축해 배에 태우는데, 큰 배 한 척이 어느새 나타났다.
張遼與十數人保護曹操, 飛奔岸口.
장요가 열몇 사람과 더불어 조조를 보호해, 안구(岸口)로 나는듯이 달아난다.
黃蓋望見穿絳紅袍者下船, 料是曹操, 乃催船速進,
手提利刃, 高聲大叫; 曹賊休走. 黃蓋在此.
황개가 멀리 강홍포(絳紅袍; 붉은 도포)를 입은 자가 배에 타는 것을 보고, 조조라고 여겨, 배를 속히 나아가게 다그치며, 손에 예리한 칼을 들고, 소리 높여 크게 외친다. “조조 도적, 달아나지 마라. 황개가 여기 있다.”
操叫苦連聲. 張遼拈弓搭箭, 覷著黃蓋較近, 一箭射去.
조조가 연달아 구해달라 외친다. 장요가 활을 들어 화살을 매겨, 황개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려, 한 발을 날린다.
此時風聲正大, 黃蓋在火光中, 那裏聽得弓弦響?
이때 바람소리가 마침 크고, 황개는 불빛에 가려 있으니, 어찌 활시위 소리를 들으리오?
正中肩窩, 翻身落水.
어깻죽지에 명중하여, 뒤집혀 물에 빠진다.
正是, 火厄盛時遭水厄, 棒瘡愈後患金瘡.
불난리가 성한데 물난리도 만나니, 봉창이 나은 뒤 금창을 앓는 격이구나.
未知黃蓋性命如何, 且看下文分解.
황개의 목숨이 어찌될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에 풀리리다.
제갈량이 제단에 올라 동남풍을 빌자 얼마 후에 동남풍이 불어왔다. 조조에게 거짓 투항한 황개(黃蓋)가 몽충(蒙衝, 폭이 좁고 긴 배로 적선과 충돌하여 침몰시키는 배)과 투함(鬪艦, 전함)을 조조의 선단에 접근시킨 후, 화공을 퍼부었다. 때마침 불어오는 동남풍에 조조의 선단은 불길에 휩싸였고, 적벽 일대는 아비규환의 생지옥으로 변하고 말았다. 불에 타 죽고, 불을 피해 강으로 뛰어든 사람은 물에 빠져 죽었다. 조조는 대패하여 자신의 근거지인 허창으로 되돌아갔다.
이 이야기는 나관중의 삼국연의(三國演義)에 나온다. 정사 삼국지(三國志)에는 제갈량(諸葛亮)이 하늘에 빌어 동남풍을 불게 했다는 이야기는 없다.
▶ 萬(만)은 상형문자로 万(만)의 본자(本字)이다. 가위나 꼬리를 번쩍 든 전갈의 모양을 본뜬 글자로 전갈이 알을 많이 낳는다고 하여‘일 만’을 뜻한다. 천(千)의 열 곱절, 9천999보다 1이 더 많은 수이다. 용례로는 아주 멀고 오랜 세대를 만대(萬代), 온갖 일을 만사(萬事), 있을지도 모르는 뜻밖의 경우를 만일(萬一), 세계 각 나라의 국기를 만국기(萬國旗), 모든 일이 뜻하는 대로 잘 됨을 만사여의(萬事如意), 모든 일이 잘 되어서 험난함이 없음을 만사태평(萬事太平), 모든 일이 뜻한 바대로 잘 이루어짐을 만사형통(萬事亨通), 영원히 변하지 아니함을 만세불변(萬世不變), 아주 안전하거나 완전한 계책을 만전지책(萬全之策), 장수하기를 비는 말 만수무강(萬壽無疆) 등에 쓰인다.
▶ 事(사)는 상형문자로 亊(사), 叓(일)는 고자(古字)이다. 事(사)는 깃발을 단 깃대를 손으로 세우고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로 역사의 기록을 일삼아 간다는 데서 일을 뜻한다. 용례로는 뜻밖에 일어난 사고를 사건(事件), 일의 전례나 실례를 사례(事例), 실제로 있었던 일을 사실(事實), 일이 되어 가는 형편을 사태(事態), 일이 끝난 뒤를 사후(事後),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어 있는 일의 안건을 사안(事案), 모든 일과 물건의 총칭을 사물(事物), 사물의 이치를 사리(事理), 일의 앞 뒤 사정과 까닭을 사연(事緣), 일의 까닭을 사유(事由), 처음에는 시비 곡직을 가리지 못하여 그릇되더라도 모든 일은 결국에 가서는 반드시 정리로 돌아간다는 사필귀정(事必歸正), 모든 일이나 온갖 사건을 사사건건(事事件件), 사실에 근거가 없다는 사실무근(事實無根), 사태가 급하면 좋은 계책이 생긴다는 사급계생(事急計生), 사물의 이치나 일의 도리가 명백하다는 사리명백(事理明白), 일을 함에는 신속함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귀신속(事貴神速) 등에 쓰인다.
▶ 俱(구)는 형성문자로 倶(구)는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具(구;갖추어지다)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具(구)와 구별하여 특히 사람들 모두의 뜻을 나타낸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함께 해(偕), 더불 여(與)이다. 용례로는 두루 능함을 구공(俱工), 양친이 다 돌아가심을 구몰(俱沒), 한꺼번에 발생함을 구발(俱發), 골고루 갖춤을 구비(俱備), 함께 생김을 구생(俱生), 한꺼번에 다 잃음을 구실(俱失), 다 갖추어 온전함을 구전(俱全), 양친이 모두 살아 계심을 구존(俱存), 함께 노래함을 구창(俱唱), 내용이 모조리 드러난다는 구현(俱現) 등에 쓰인다.
▶ 備(비)는 형성문자로 偹(비)의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𤰇(비)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화살을 넣는 도구, 물건이 가지런하다, 갖추어지는 일을 뜻하는 𤰇(비)와 사람(人)이 물건을 갖추어 준비한다는 뜻이 합(合)하여 갖추다를 뜻한다. 용례로는 빠짐없이 다 갖춤을 비거(備擧), 급할 때에 쓰려고 하는 준비를 비급(備急), 잊지 않게 하려는 준비를 비망(備望), 어떤 일의 사정을 두루 잘 앎을 비실(備悉), 정한 인원수가 다 갖추어짐을 비원(備員), 갖추어 둔 물품을 비품(備品), 어떤 내용에 참고가 될 만한 사항을 보태어 적는 비고(備考), 미리 장만하여 모아 둠을 비축(備蓄), 마련하여 갖추어 둠을 비치(備置), 청을 들어 달라고 간절하게 사정한다는 비진사정(備盡事情) 등에 쓰인다.
▶ 只(지)는 회의문자로 隻(척), 祗(지), 衹(지)의 간자(簡字)이고, 秖(지), 秪(지)는 동자(同字)이다. 口(구)는 입의 모양, 八(팔)은 말이 끝나고 숨이 분산하는 모양을 본떴다. 어조사로서 말의 끝에 쓴다. 또 음(音)을 빌어 다만의 뜻으로도 쓴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다만 단(但), 오직 유(唯), 생각할 유(惟)이다. 용례로는 이제는 지금(只今), 외국의 문자는 알지 못하고 그 나라의 말만 능통하게 하는 사람을 지통(只通), 다만, 겨우, 오직, 한갓을 단지(但只), 오직 이것 뿐을 지관(只管), 기름이나 술 같은 것을 뜨는 기구를 구기(句只), 오직 이산 속에 있음 곧 사물이 일정한 범위 밖에 나가지 않는다는 지재차산중(只在此山中) 등에 쓰인다.
▶ 欠(흠)은 상형문자로 缺(결)의 약자(略字), 缼(결)은 동자(同字), 㐸(흠)은 통자(通字)이다. 사람이 크게 하품하는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欠(흠)은 물건이 이지러지거나 깨어진 자리, 사물이 불완전하게 되어 잘못되거나 모자라는 부분, 사물의 불충분하거나 불완전한 부분, 사람의 언행이나 성격에 흉이 될 만한 점 등을 뜻하는 글자이다. 용례로는 일정한 수효에서 부족이 생김을 흠결(欠缺), 남의 흠을 헐뜯어 험상궂게 말함을 흠담(欠談), 흠이 되는 일을 흠사(欠事), 나가야 할 자리에 나가지 않음을 흠석(欠席), 경의를 표하기 위하여 몸을 굽히는 것을 흠신(欠身), 부족하거나 잘못된 점을 흠절(欠節), 빠지거나 이지러져서 모자람을 흠핍(欠乏) 등에 쓰인다.
▶ 東(동)은 상형문자로 东(동)은 간자(簡字)이다. 東(동)의 옛 모양은 전대에 물건을 채워 아래 위를 묶은 모양인데, 나중에 방향의 東(동)으로 삼은 것은 해가 떠오르는 쪽의 방향이 동이므로 같은 음(音)의 말을 빈 것이다. 옛 사람은 東(동)은 動(동; 움직이다)과 같은 음(音)이며 動(동)은 봄에 만물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春(춘; 봄)은 동녘과 관계가 깊다고 결부시켰던 것이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서녘 서(西)이다. 용례로는 동쪽 방면을 동편(東便), 동쪽을 향함을 동향(東向), 동쪽의 땅을 동토(東土), 동쪽 지방을 동방(東方), 동쪽의 바다를 동해(東海), 동쪽 집에서 먹고 서쪽 집에서 잔다는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 동쪽을 묻는 데 서쪽을 대답한다는 동문서답(東問西答), 동쪽으로 뛰고 서쪽으로 뛴다는 동분서주(東奔西走), 동쪽과 서쪽을 분별하지 못한다는 동서불변(東西不變), 동에서 번쩍 서에서 얼씬한다는 동섬서홀(東閃西忽) 등에 쓰인다.
▶ 風(풍)은 회의문자로 风(풍)은 간자(簡字), 凨(풍), 凬(풍), 凮(풍)은 고자(古字)이다. 무릇(凡) 태풍이 지나간 다음에 병충(蟲)이 많이 번식한다는 뜻을 합(合)하여 바람을 뜻한다. 風(풍)은 허황하여 믿음성이 없 말이나 행동을 이르는 말을 뜻하고, 바람을 막으려고 둘러 치는 천을 뜻하고, 정신 작용, 근육 신축, 감각 등에 고장이 생긴 병으로 전풍(顚風), 중풍(中風), 비풍(痺風) 등을 뜻하고, 원인을 알기 어려운 살갗의 질환 두풍(頭風), 피풍(皮風), 아장풍(鵝掌風) 등을 뜻한다. 용례로는 바람의 세력을 풍력(風力), 사람의 됨됨이가 멋들어지고 아름다움을 풍미(風味), 기후와 토지의 상태를 풍토(風土), 바람이 부는 방향을 풍향(風向), 세찬 바람과 험한 물결을 풍파(風波), 바람과 물결을 풍랑(風浪), 속사를 떠나 풍치가 있고 멋들어지게 노는 일을 풍류(風流), 바람결에 들리는 소문을 풍문(風聞), 사람의 드러나 보이는 의젓한 겉모양을 풍채(風采), 좋은 기운을 타고 세상에 두각을 나타낸 사람을 풍운아(風雲兒), 충치가 아니고 풍병에 의하여 때때로 일어나는 치통을 풍치(風齒), 새가 높이 날 때는 바람은 그 밑에 있다는 풍사재하(風斯在下), 맑은 바람과 밝은 달 등의 자연을 즐기는 사람을 풍월주인(風月主人), 바람이 자고 파도(波濤)가 잔잔해진다는 풍정낭식(風定浪息),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다는 풍수지탄(風樹之嘆)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