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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교실의 아이들이 겨울방학 날짜를 알려달라고 하더니 수업할 수 있는 날수를 세어 왔다. 이제 학교생활을 할 날이 두 달 정도 남았다는 이야기에 아이들이 서운한 표정을 한다. 소박한 교사도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내심 아쉬워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고맙게 느껴진다. 우리들의 시간이 아깝고 아쉬운 아이들, 우리 반은 재미있었나 보다. 학기말이 되면 소박한 교사는 아이들의 관찰에 필터를 하나 낀다. 아이들의 생활지도에 정성을 다했던 학기 중과는 조금 다르게 아이들의 장점과 잘하는 점을 찾는 긍정의 필터이다. 평소보다 칭찬도 많이 해 주고 장점과 연계한 장래 희망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한다. 소박한 교사는 아이들의 생활과 종합기술을 위해 평소에 기록해 둔 누가기록들도 차분히 읽어 본다. 생활기록부의 객관적인 기술이라는 제약 때문에 교사의 개성 있는 문체가 소용없어진 지금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고자 노력하게 되었다.
하지만 옛날의 그 자유로운 기술이 그립다. 초등의 경우는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조금 더 강하게 칭찬해도 되지 않을까? 소박한 교사는 생각해 본다. 소박한 교사는 아이들의 잘못을 충고하는 과정이 좋지만은 않다. 그래서 잘못을 지적하고 지도해야하는 중요한 교사의 역할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가끔 있다. 잘못을 한 친구에게 충고를 할 때도 `선생님은 너희가 잘못하면 충고하고 바르게 이끌어야 할 역할이지만, 여러 분은 친구를 따뜻하게 위로하고 다음에 그러지 못하게 옆에서 지켜주어야 할 역할입니다.` 라고 말하곤 한다. 선생님의 충고를 받는 친구를 부정적으로 생각할까봐 걱정이 되어 붙이는 부언이다. 가끔은 큰 소리로 강하게 충고를 하면서 `…… 라고 충고하면 좋겠습니까?`라고 앞의 엄한 충고이야기를 가정으로 붙이면, 긴장해 있다가 `씨익` 웃는 아이들 모습이 좋다. 자기 잘못은 자기가 가장 잘 안다. 아이들의 잘못이 어찌 그리 큰 잘못이겠는가? 하지만 잘 못인 것은 꼭 알아야하고 고치려고 노력도 해야 하니 큰 소리 보다는 마음이 닿는 충고를 하고 싶다.
아이들은 겨울방학을 기다린다. 또 친구들과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이 아쉽기도 하다. 학기 말이 되는 소박한 학급의 아이들은 이제 어엿한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얼마 전 아이들끼리 놀다가 주먹다짐에 코피가 난 일이 있었다. 너무 놀라 아이를 보건실로 옮기고 지혈 후 아이들과 상담을 하였다. 코피가 난 친구는 눈물을 주르르 흘렸고 코피를 낸 친구는 너무 놀라서 조금 떨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재미나게 놀이를 하다가 공격하려고 쥐고 있는 공을 쳐서 빼앗기고 너무 화가 나서 한 대 툭 쳤고 툭 침을 받은 친구는 더 화가 나서 다시 툭 치다가 다투게 되었다고 했다. 아이들은 상대방의 화남도 이해한다고 하고 자기들이 잘못했다고 말했다. 상대방이 코피가 나서 너무 미안하고 놀랐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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