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별곡 23]어느 소설의 독후감讀後感 포기 뒷얘기
두 달 전쯤, 지역방송인 전주MBC 뉴스를 보다, 흥미를 끈 기사를 보았다. 2022년 제12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인『검푸른 고래 요나』(김명수 지음, 다산북스 2022년 9월 펴냄, 409쪽, 16000원)에 대하여 독후감을 공모한다는 것이다. 아하-, 독후감 공모라는 게 있구나, 1등이 200만원이고 2등이 4명으로 각각 50만원. 뭔지는 몰라도 ‘그놈의 돈’ 때문에 일단 구미口味가 당겼다. 1등은 못해도 차상 4명이 각각 받는 상금 50만원은 못받을까? 그까짓 거, 소설인데 한번 읽어보고 써보지 뭐, 하는 마음이 앞서, 일단 전주에서 책을 직접 샀다.
‘혼불’해설사를 친누이처럼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터라, 반갑기도 했고, 그동안 11회까지 수상작품(1회 최문희 『난설헌』, 2회 박정윤 『프린세스 바리』, 3회 김대현 『홍도』, 4회 박혜영 『비밀정원』, 5회 이광재 『나라없는 나라』, 6회 박주영 『고요한 밤의 눈』, 7회 권정현 『칼과 혀』, 8회 전혜정 『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 9회 서철원 『최후의 만찬』, 10회 당선작 없음, 11회 허태연 『플라멩코 추는 남자』)을 거의 다 읽었기 때문에 독후감을 쓰는 게 어렵지 않을 거라고 가볍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존 작품은 정말 흥미진진했으며, 상금 7000만원(국내 문학상 상금 중 최고일 듯)에 손색이 없는 듯했다. 특히 『난설헌』과 『홍도』는 한번 더 읽고 싶은 작품이었다. 그런데 『검푸른 고래 요나』는 전혀 아니었다. 무슨 소설을 두 달 동안 읽은 것은 내 평생 처음이었다. 아무리 긴 장편소설(혼불을 비롯해)도 1주일이면 통독했거늘. BTS(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클 등 소위 아이돌이나 걸그룹을 전혀 모른 상태에서 1부를 읽는데, 모르는 분야이고 너무 생소해 몇 번이고 포기하려고 했다. 작가부터 등단하지 않은 뮤지션인 모양, 처음엔 여성작가인 줄 알았는데, 남성인 것도 놀라웠다.
줄거리는 비교적 단순한다. 한국기원 연구생인 주미는 유망한 걸그룹 멤버인 동생이 해변에서 실종되었지만, 언니는 동생이 '인어 人魚'가 되었다고 확신한다. 동생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바둑을 포기하고 음악에 매진하다, 무대사고로 불구가 되었다. 학교 음악실에서 만난 특이한 남학생 요나와 조금씩, 조심스럽게 친해지다, 그가 전대미문의 ‘고래인간’(보름달이 뜨면 혹등고래로 변신한다)임을 알게 되지만, 놀라지 않고 연민과 사랑의 마음으로 감싸안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것인가? 처음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라는 단편이 연상됐다. 평범한 회사원 그레고르 잠자가 하루아침에 징그러운 벌레로 변신했다. 가족들은 그가 아들이자 오빠인 줄을 알면서도, 나중엔 사라져버리기를 원한다. 작가는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맞아 죽는다는 ‘변신’을 현대의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려고 썼을까?
아무튼, 고래인간은 1부, 2부를 거치면서 3부에 믿을 수 없는 사건들로 끝을 맺는다. 작가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당최 종을 잡을 수 없었다. 심사평에서 “환상적인 소재를 통해 환경 및 기후에 관한 강렬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고 했지만, 무슨 말인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다양한 대중문화의 상상력을 활용한 환타지소설’이라는 것은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부를 넘기자마자 그림이 조금씩 그려지면서 끝까지 읽을 인내심을 가질 수 있었다. 처음엔 첵 제목처럼 ‘고래와 요나’를 떠올렸는데, 그게 아니었다. 고래 배 속에서 3일 밤낮을 기도하여 육지로 귀환했다는 성경에 나온다는 선지자 요나 이야기 말이다. 또한 심리학 용어인 ‘요나 콤플렉스Johah Complex
(성공이나 실패로 생기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 자신이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을 회피하는 현상)도 아닌 듯했다.
그럼 이 소설은 무엇인가? 도무지 독후감을 쓸 자신이 없었다. 마감이 4월 28일이라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인 것같다. 물론 어느 독후감이든 어느 공모전에 내본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그래서 포기를 했지만, 읽은 것이 아까워, 지금 여기에 한두 마디라도 적어놓는 까닭이다. 최근의 소설 트렌드를 알았다고나 할까. 요나의 엄마는 10대 후반 여고생때 상상임신으로 요나를 낳았다. 보름마다 고래가 되는 아들을 바라보는 미혼모 엄마의 마음이 어떠했을 것인가, 짐작을 해본다. 그런 아들이 고래가 되어 가족을 지키고자 여러 사람을 해치고 가족들과 영별을 한다. 그후, 사할린 해안가에서 나타났다고 하던가. 그곳에서 요나의 친구 주미는 고래인간 친구를 만났다던가. 아니, 몇 가지 소식만 들었다던가. 아름답고 슬픈 소설의 결말이다.
무엇보다 내가 이 소설을 읽음으로써 ‘고래의 세계’에 대해 조금 눈이 떠졌다는 것이 그나마 수확일까. 고래의 세계가 궁금하신가? 이 소설을 보면 어느 정도 궁금증이 풀릴 듯하다. 어쩌다 혹등고래와 범고래 뉴스가 나오면 귀가 번쩍 뜨이는 것도 이 소설을 읽었기 때문이다. 혹등고래는 착하고, 범고래는 나쁘다는 등식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착한 혹등고래 요나의 이야기는 우리를 짜안하게 하면서도 '어떤 느낌'을 준다. 흥미로웠다. 몹시 무료한 시절엔 이런 류의 환타지소설을 한 편 읽는 것도, 어쩌면 우리에게 생기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며칠 전 마침, 멸종위기의 대형 혹등고래가 동해안에서 잡혔다는 뉴스가 흘러나와 신기했다. 고래인간 요나는 이제 다시는 인간으로 변신할 수 없기에 동해안을 유유히 다니면서 ‘고래계의 깡패’ 범고래와 목숨을 걸고 다투고 있을까?
후기: 1975년 12월 24일자 <전라고학보> (전주 전라고등학교 신문) 창간호에 내 친구 청탁으로 평생 처음으로 나의 졸문이 활자가 되었다. 아아-, 어느새 48년 전의 일이다. 쌩 텍쥐베리의 『어린왕자』를 읽고 쓴 독후감(200자 원고지 15장 분량)이다<사진>. 지금 읽어보니 한없이 쪽팔리고 부끄럽다. 그이후, 어느 매체에도 어떠한 독후감을 내본 적이 없다. 최근 독후감 공모 수상금 50만원이 욕심이 나 사읽은 『검푸른 고래 요나』독후감을 쓸 수 있으면 좋으련만, 능력 부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독후감이 아니고 혼불문학상에 도전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낙선여부에 상관없이 하늘을 나는 기분일 것같은데.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