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이 최근에 보도한 내용에 미국인들이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초저출산국에다 초고령화사회, 세계 최대 갈등국에 세계 자살률 1위 등 한국은 워낙 놀랄 일을 많이 하는 나라이니 뭐 이정도로 놀랄 까닭이 없다고도 여겨집니다. 바로 한국의 편의점 수입니다. CNN은 지난해말 기준 인구 5000만명인 한국에는 편의점이 5만5천200개 이상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인구 900명당 1개인 셈이라고 평했습니다. 한국의 편의점 점포수가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 많으며 편의점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일본과 대만을 가볍게 제치고 1인당 매장 밀집도가 가장 높은 국가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CNN은 한국 편의점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화도 소개했습니다. 원스톱 쇼핑을 그 대표적인 예로 꼽았습니다. 식음료와 생활용품 구매는 물론 택배와 현금 인출 그리고 공과금 납부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한국 편의점에서는 맥주를 비롯한 음료수도 마실 수 있고 동료들끼리 둘러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어 슈퍼마켓과 음식점 카페 그리고 은행 우체업무까지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평을 내놓았습니다.
CNN의 이번 보도가 한국 편의점의 긍정적인 면을 다룬 것인지 부정적인 면을 다룬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냥 동양의 작은 나라 한국의 또 다른 놀랄만한 모습정도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참 가지가지 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고 어떤 문화가 한국을 이런 분위기로 이끄는가 하는 궁금증을 야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기사를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부정적이고 다소 불편한 현실을 꼬집는 내용들이었습니다. 동네 편의점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소상공인들의 사업장이 아닌 3~4개의 유통재벌들이 장악하는 일종의 독점운영체라는 지적입니다. 동네마다 있던 점방과 슈퍼들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을 다 고사시키고 특정 유통재벌들만 돈버는 구조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이죠. 또한 편의점주의 90%는 투자비 이자와 자신의 인건비를 합친 것보다 더 적은 수익을 가져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한국의 쏠림현상에 대한 의견도 존재합니다. 한국은 원래 쏠림현상이 심대한 나라이어서 자살률도 세계 1위, 저출산도 세계 1위...아파트 투기 등 뭐하나 괜찮다 싶으면 우르르 몰려서 순식간에 아비규환을 이루고 이제 괜찮을까 생각할 때에는 이미 대부분은 다 떠나버리는 그런 현상속에 놓여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편의점 문제도 실상 그 속을 들여다보면 참 애처러운 현상이라면서 상당수의 젊은이들과 은퇴자들이 일 할만한 직장을 찾기 힘들고 먹고살기 힘든 현실에서 꾸역꾸역 찾아드는 곳이 편의점이라고 평하고 있습니다. 또한 각 가정에서 부모들이 맞벌이로 가정에 있는 시간이 적으니 자녀들이 동네 편의점에서 먹고 놀고 시간을 보내는 그런 형편이라는 의견도 상당했습니다.
한국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나왔습니다. 돈 많고 여유있는 사람들은 백화점과 호화 음식점 등으로 몰리고 없고 부족한 계층들은 할 수 없이 찾는 곳이 바로 편의점 아니냐며 한국의 계층격차를 뚜렷하게 목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편의점이라는 평가를 내리는 누리꾼들도 많았습니다.
인구수에서 한국의 3배정도 되는 일본보다 편의점 1인당 매장 밀집도가 훨씬 높은 현실은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확대되어 보입니다. 물가고에 파괴되는 가정문화 그리고 무한 경쟁이 겹치면서 그냥 편하고 상대적으로 싼 음식과 물건을 찾게 되는 현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번 곰곰히 생각해봐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2024년 7월 2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