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들여 키운 '국가대표 씨수소' 1마리 가치 2940억원..."자식만 7만마리'"
최근 국가 보증씨수소로 선발된 18마리의 씨수소 중 1마리. 농촌진흥청 제공
최근 국가대표 씨수소(국가보증씨수소) 18마리가 선발됐다. 이 씨수소 1마리를 키워내는 데 드는 비용이 10억원에 이른다. 평균 200대1의 경쟁을 뚫어야 국가대표가 될 수 있지만, 일단 선발만 되면 ‘화려한 삶’이 기다린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가축개량협의회 한우분과위원회를 열어 혈통·외모·유전체정보 등이 뛰어난 한우 국가보증씨수소 18마리를 선발했다. ‘국가보증씨수소(KPN, Korean Proven bull Number)’는 대한민국 수소를 대표해 전국의 번식 암소를 대상으로 정액을 공급하는 소를 말한다. 한마디로 정부가 국가대표 씨수소를 고른 셈이다.
새로 뽑은 씨수소 18마리 중 4마리의 유전능력은 기존 씨수소(94마리) 정액의 유전능력과 비교해 상위 10%에 포함될 정도로 우수한 것으로 검증됐다.
씨수소의 유전능력은 보통 ‘KPN 선발지수’로 비교하는데, 이 지수는 도체중(도축한 소의 무게), 등심단면적, 등지방두께, 근내지방도 등을 종합해 산정한다.
새로 선발된 보증씨수소는 2021년 상반기에 선발된 보증씨수소보다 평균 도체중이 2.54㎏ 더 무겁고, 등심단면적(등심의 크기)은 0.98㎠ 더 넓다.
■국가대표 씨수소는 ‘귀하신 몸’
한우 보증씨수소 선발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 국립축산과학원, 농협경제지주 한우개량사업소, 한국종축개량협회가 협업 형태로 진행한다. 매년 6월과 12월 국가단위의 한우 유전능력 평가를 실시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가축개량협의회 한우분과위원회에서 보증씨수소를 최종 선발한다.
보증씨수소는 한마디로 귀하신 몸이다. 우수한 혈통을 갖고 있는 ‘씨수소’ 1마리를 키워내는 데 보통 10억원이상의 비용이 든다.
이렇게 키운 씨수소는 1마리당 10만마리의 암소에 정액을 공급한다. 보통 70%의 수태율을 보이기 때문에 씨수소 1마리당 대략 7만마리의 자식(송아지)을 낳게 된다. 송아지 1마리 가격을 420만원으로 쳤을 때, 보증씨수소 1마리당 2940억원 상당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보증씨수소’는 송아지 때부터 약 5년반 동안 이어지는 엄정한 선발 절차를 거친다.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관계자는 “약 200 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보증씨수소가 되는 영광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증씨수소들은 최고의 자질을 갖고 있는 어미와 아비를 통해 태어나기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최종 선발될 때까지의 갈 길은 멀고도 멀다.
우선 6개월 시점에 유전체정보 검정이라는 1차 관문을 뚫어야 한다. 뛰어난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과학적 검증 결과가 나와야 1차 관문을 통과하게 된다는 얘기다. 또 12개월 시점에는 체중과 체형(가슴둘레, 키, 몸 길이 등) 등에 대한 ‘당대(當代)검정’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경쟁은 이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2차 관문을 통과한 후보 씨수소의 정액을 암소에 교배하고 나서 실시하는 ‘후대(後代)검정’이 기다리고 있다. 좋은 자식을 낳을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만 한다는 얘기다. 후대평가는 후보 씨수소와 암소를 교배시킨 뒤 태어난 소를 도살해서 고기의 질이나 무게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진행한다.
■“6개월마다 정기건강검진을 받고, 종합비타민제도 먹어요”
3차관문인 후대검정까지 뚫고 보증씨수소로 선발되면, 소가 누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우선 6개월마다 정기건강검진을 받게 되고, 전문가가 작성한 식단에 맞춰 주문생산된 사료와 종합비타민제 등을 먹으면서 지낸다.
박미나 축산과학원 연구관은 “농가들은 한우 보증씨수소의 최신 유전능력 평가 결과와 현재 키우고 있는 암소의 혈통·능력 등을 고려해 보증씨수소의 정액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선발된 보증씨수소 18마리 중 2마리는 충남도 축산기술연구소가 키워온 것이다. 충남도 축산기술연구소는 이 한우 2마리에 ‘충남한우’라는 고유의 이름을 붙였다. 이들 씨수소의 정액은 주로 충남지역 한우농가에 보급된다.
이번에 선발된 보증씨수소 18마리의 정액은 오는 2월부터 농협 한우개량사업소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