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장 출마 선언 안상수, 경남지사로 박완수 지지
앙숙관계 홍준표 떨어뜨리기 위해?
안상수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표가 6일 경남도지사 출마를 접고 창원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여당 대표 출신이 기초단체장에 출마하는 것은 지방자치 도입 이후 처음이다. 매우 이례적이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안 전 대표가 이날 도지사 출마를 포기하면서 새누리당 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박완수 전 창원시장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를 두고 안 전 대표와 홍준표 경남지사간 구원(舊怨)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지금까지 새누리당의
경남지사 후보 경쟁은 홍준표 지사와 박완수 전 창원시장, 안상수 전 대표간 3자 구도였다. 하지만 안 전 대표가 포기하면서
새누리당 후보 경쟁은 홍 지사와 박 전 시장의 2파전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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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
안상수 “경남지사는 부드러운 지도력 박완수 지지” 안 전 대표는 6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선 의원과 당 대표 등을 지낸 경험, 경륜, 인맥을 고향 발전을 위해 모두 바치고 싶었다”며 “그런데
도지사의 길을 가기엔 여러 가지 여건이 성숙하지 않았음을 통감하고 그 꿈을 접기로 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도지사직 도전은 부드러운 지도력을 갖추고 경남을 발전시킬 역량을 갖춘 박완수 후보에게 넘기고 도지사직 출마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안
전 대표는 또 “제가 태어나서 자란 통합 창원시는 인구 110만의 준광역시로서 도약의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할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는 데는 큰 정치 경험, 경륜, 인맥으로 중앙정치와 연계해 해결할 제가 적임자”라고 창원시장 출마 이유를
설명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그는 “일문일답은 빠른 시일 안에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데는 현실적으로 10%대 초반의 낮은 지지율로 경남도지사 경쟁이 여의치 않았던 이유도 있지만
홍준표 지사와의 ‘악연’도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가 박완수 전 시장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은 박 전 시장이 홍 지사를 눌러
주기를 바란다는 의미다.
홍준표 “시대착오적인 정치행태” 홍준표 지사는 안 전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측근을 통해 다음과 같은 반응을 내놓았다. “두 사람의 연대는 시대착오적인 정치행태다. ‘1+1’을 100도
만들고, 1000도 만드는 것이 정치지만 두 사람의 연대는 오히려 마이너스 연대가 될 것이라고 본다.”
안상수 홍준표, 두 앙숙의 오래된 애증(愛憎) 관계 안
전 대표와 홍 지사의 애증(愛憎) 관계는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7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두 사람은 대표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워낙 날카롭게 싸우다 보니 급기야 이른바 ‘개소송’ 논란까지 나왔다. 당시 홍
지사가 TV토론에서 안 전 대표가 1997년 옆집의 개가 짖는다고 옆집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을 들춰 내 안 전 대표를 공격한
것이다. 이 때는 안 전 대표가 홍 지사를 이기고 대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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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경남지사.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둘 다 검사 출신이다. 안 전 대표는 사법고시 17회, 홍 지사는 24회다. 안 전 대표는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당시 당직 검사로 은폐될 뻔한 진상을 파헤쳐서 이름을 얻었다. 홍
지사는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하면서 ‘6공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을 구속해, TV 드라마 모래시계의 모델이 되고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명도 얻었다.
1996년 15대 총선때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도 공통점이다. 두 사람 모두 당시
김영삼 정부의 인기가 많이 떨어졌을 때 신한국당 영입 케이스로 총선에 출마했다. 둘은 15대부터 18대까지 내리 4선을 했다.
이명박 정부때 여당 원내대표와 당대표를 지낸 것도 같다.
하지만 2010년 ‘개소송’ 사건 이후로 둘 사이는 많이
틀어졌다. 앙숙이 돼버렸다. 두 사람을 잘 아는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안 전 대표와 홍 지사는 서로가 서로를 인정해주지 않는
사이다. 안 전 대표는 홍 지사를 ‘건방진 후배’로 보고, 홍 지사는 안 전 대표를 선배로 인정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2012
년 19대 총선에서 두 사람은 모두 고배를 마셨다. 안 전 대표는 공천을 받지 못했고, 홍 지사는 서울 동대문을에서 공천을
받았지만 낙선했다. 그 이후 안 전 대표는 지금까지 야인(野人)으로 있지만 홍 지사는 2012년12월 경남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해
경남지사가 됐다.
안 전 대표는 최근 3개월 동안 경남지사 출마를 염두에 두고 민생탐방이라는 이름으로 경남을
순회하며 여론을 살폈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격한 말을 주고 받으며 충돌했다. 안 전 대표는 “홍 지사가 너무 독선적이다”고
했다. 홍 지사는 “왜 뜬금없이 경남에 내려와서 돌아다니나”라고 맞받았다.
지난달 중순에는 ‘양보’ 논쟁도 있었다.
안 전 대표는 “2012년 경남지사 보선 때 전직 대표 두 사람이 대선을 앞두고 다투는 모양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 제가 홍
지사에게 양보를 했다. 이번에는 홍 지사가 양보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홍 지사는 “안상수 의원이 양보한 일도 없다.
보온병 흔드는 시대는 지났다”며 안 전 대표가 2010년 11월 연평도에서 보온병을 ‘포탄’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던 사건을 빗대
공격했다.
안 전 대표의 경남지사 도전 포기로 두 사람의 정면 맞대결은 일단 무산됐다. 하지만 서로를 향한 감정은 여전해 보인다. 아니 더 깊어지는 것 같다. 두 사람은 언제쯤 화해할 수 있을까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