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TV에서 꽃시장을 본 후로는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가득했다.
그래서 오늘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꽃시장에 갔다. 다행이 의사 선생님도 그만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도 하고 나도 나아지는 느낌이 들으니 기분이 좋아서 나들이를 한 것이다.
몸의 병은 의사가 고쳐줄 것이라는 믿음에 편안히 양재행 버스를 탔다. 어제 밤부터 내리던 빗줄기는 점차 가늘어지고 아침 10시가 넘어서야 끝내 비는 그치고 말았다.
양재동 꽃시장은 초행이라서 어쩌다 들어간 곳이 낙찰된 꽃을 운반하는 꽃경매장이었다. 다시 옆의 비닐棟으로 가니 화사한 꽃이 가즈런하고 꽃향이 가득한 진짜 꽃시장이다.
식충식물인 레펜덴스는 파리가 많이 꼬이는 식당 같은데 있으면 좋지 않을까?
자스민 꽃 가까이 코를 대보지만 아직 향기가 없고.
얼마 걷지 않았는데 벌써 피로가 밀려온다. 시계를 보니 집에서 나온 지 두 시간이 넘었다. 다리를 좀 쉬고 싶었으나 그럴 공간이 없고 그렇다고 식당이 있을 리도 만무하여 인내를 강요했다.
모든 사람이 힘들여 사는 세상을 어찌 나 혼자 편안하랴 하면서....
나도 후리지아 꽃 한다발을 살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지나치고말아 그렇다고 다시 뒤돌아가고 싶지 않아 버스에서 내내 꽃 한 송이도 사지 않은 걸 후회하면서 돌아왔다.
꽃시장을 돌아 나오니 그곳은 쓰레기더미로 가득했고 아까의 그 황홀하고 아름다운 꽃은 자취가 없다. 그렇다. 세상은 두루 이러한 곳, 나쁘고 좋고를 떠나서....
집에 돌아와 성경을 펴, 베드로 전서 1장을 읽었다. 베드로는 이렇게 말했다.
"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이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오직 주의 말씀은 세세토록 있도다 하였으니 너희에게 전한 복음이 곧 이 말씀이니라."
비록 비유이기는 하나 꽃은 피어있어 아름답고, 아름다워 사람들은 꽃을 사랑한다. 꽃보다 아름다운 진리를 추구하며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꽃을 보고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
땅에 고여있는 물에 비친 빌딩과 나무 그림자를 보며 나는 어떤 게 實相이며 어떤 게 虛相인가를 따졌다.
피로하고 배고픔을 이런 생각으로 채우며 돌아온 내 집은 극락이다. 비록 꽃은 사오지 못했을지라도 마음은 아직도 꽃시장에 있다.
어찌 보면 나도 꽃처럼 살다 가는 인생.... 다만 사유하고 사랑하고 글을 쓰는 차이만 다를뿐. 오늘은 꽃보다 아름다운 꿈이라도 꾸었으면 좋겠다.
비가 대지를 적시듯, 내 마음에 활기를 넣어준 꽃시장 다음엔 꼭 후리지어 꽃 한다발을 사서 은은한 조명 아래 음악을 틀어놓고 님을 그리며 생존을 감사하리라, 사랑을 노래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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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그대 그리고 나 원문보기 글쓴이: 보견심
첫댓글 보견심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글을 만나는 일은 즐거움이자 행복한 시간이네요.. 건강 유의하세요. 봄 시샘추위에 감기도 조심하시구요,
고마워요. 나, 파아란님 보고 싶은데 언제 만날 수 있을지...? ㅎㅎ
한번 뵈어야지요.. 죄송합니다. 보견심님..봄이 문턱에 와 있는데... 제가 움직여 보도록 해야지요..
양재동 꽃시장 다녀 오셨군요. 색색의 벼라별 꽃들을 눈요기 하시면서....^^ 다리 아프셨겠어요^^ 비오는날 빗물에 어린 건물 사진과 말씀....되돌아 보게 합니다. 그나마 비가 나려 빗물이 고여 있으니....비가 안내린다면 그나마도 모르고 지나칠수도 있겠지요
까망님의 글에서 바라본 팔도강산 주유하는 모습, 부럽습니다. 일부러도 다니는 길인데....까망님은 축복받은 분이십니다.
보견심님, 어디 편찮으셨어요? 글 읽으며 깜짝 놀라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리 예쁘게 사진을 찍어 올리셨네요. 보견심님 글 읽으며 공감하고 있습니다. 부디 건강하세요.
생로병사....순서대로 지키고 있습니다. 세 번째 단계를...ㅎㅎ
보견심님, 반갑습니다.
보견심님, 봄꽃 활짝 필 때 어느 꽃그늘에서 뵐까요?
세연님 보고 싶어 맨날 전화오기만을 기다렸는데.....또 한사람 세연님 보고 싶어하는 사람 있는 거 아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