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본인

<안녕, 나의 소울 메이트>(이하 소울 메이트)는 어린 소녀 시절에 만난 두 여성이 성인이 되어 각자의 길을 걸으면서 인생과 우정의 가치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주로 남성의 시각에서 자주 다뤄진 우정의 가치를 여성을 중심으로 흥미롭고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영화입니다.
- 영화는 '안생'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어린 소녀 시절에 칠월을 만나면서 시작된 우정을 쓴 소설 혹은 수필을 기고하면서 관객들에게 나지막이 낭독을 하는 것으로 시작을 합니다.
- 안정적이고 따뜻한 집안에서 자란 칠월과 다소 불안한 가정에서 자란 안생은 서로의 그림자가 되어 하나의 선처럼 붙어 다니는 우정으로 발전합니다. 아무 걱정할 거리가 없던 10대 초반 소녀 시절에서 10대 후반 인생의 분기점이 왔을 때 안생과 칠월은 하나의 선에서 갈라져 각자의 길을 걷습니다.
- 각자의 길을 걷는 안생과 칠월이지만 근거리에서 평행선을 그으며 서로를 지켜보며 위로해주는 애틋함은 변치 않았던 두 여자의 우정은 칠월이 소가명이라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되면서 두 여자가 긋고 있던 평행선이 조금씩 비틀어지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 겉보기에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아주 조금 비틀어진 두 선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벌어져 결국 영영 만날 수 없는 두 개의 선이 되고 맙니다.
- 그렇게 하나였던 선이 이제는 한없이 멀어진 두 개의 선이 되어 이별을 고할 것 같았던 두 여자의 우정은 어떤 일을 계기로 다시 만나게 되면서 감독이 진정으로 말하고 싶었던 우정이라는 존재의 가치를 조금씩 풀어놓기 시작합니다.

- 우정이라는 주제와 인생이라는 것이 더해진 <소울메이트>는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 <고양이를 부탁해>, <굿바이 마이 프렌드>같은 영화를 떠올리게 할 수 있습니다.
- <소울메이트>는 안생의 나지막하고 차분한 목소리처럼 조용한 숲을 걷는 듯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가 시종일관 지속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영화와 비슷한 분위기 흐르지만 이런 차분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통속극에 가까운 스토리 텔링이 이어집니다.
- <소울메이트>는 잔잔한 겨울 호수를 우아하게 헤엄치는 한 마리의 백조 같은 영화입니다. 아름다운 백조가 잔잔한 호수 위를 거닐리는 모습처럼 두 사람의 우정을 아름답고 숭고하게 표현한 차분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 우아함을 뽐내는 백조가 호수 아래의 물속에서는 처절하게 물갈퀴 질을 하는 것처럼 이 우아한 영화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꽤 통속적인 이야기입니다.
- 통속적인 얘기는 뻔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 뻔한 이야기가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계속해서 쓰이는 이유는 사람의 흥미를 자극하는데 아주 좋은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소울메이트>는 이런 통속적인 이야기를 통해 차분한 분위기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영화의 흐름을 흥미롭게 이끌어 나가는 데 성공합니다.
- 단순히 자극적인 이야기라고 해서 모든 이야기가 관객을 사로잡지는 않습니다. 소재만 자극적인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죠. 그러나 <소울메이트>는 이런 이야기로 관객을 영화로 빨아들이고 사로잡은 데 성공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이야기의 흐름입니다.
- 우리가 좋은 소설을 읽었을 때 문장들이 간결하고 리듬감이 있어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쉬지 않고 또로륵 읽혀 본인도 놀랄 정도로 짧은 시간에 수많은 문장과 문단을 읽은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 <소울메이트>는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이렇게 강약이 있는 스토리 텔링과 함께 1막, 2막 그리고 최종 막까지 중요한 사건과 분기점으로 막을 나누고 막의 성격 또한 미묘하게 달리하여 영화의 리듬감을 살립니다. 이런 리듬감은 좋은 소설의 리듬감처럼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다른 생각을 할 겨를 없이 관객의 마음속으로 또로륵 굴러옵니다.

- 그렇게 관객의 마음으로 굴러온 <소울메이트>는 이보다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마무리로 관객의 마음을 크게 울립니다. 사실 이 영화의 마무리가 일반 영화와 비슷했다면 평론가들과 관객에게 큰 점수를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마무리는 통속적이었던 두 여자의 우정이 위대한 우정과 희생으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몇 년의 우정이 영원한 우정이 되어 아주 기다란 여운을 가지게 해줍니다.
- 또한, 이런 훌륭한 마무리로 <소울메이트>를 처음 봤을 때 느껴졌던 감정과 다시 영화관에 들러 다시 한번 봤을 때 느껴지는 감정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극장에 나오자마자 잊히는 여러 영화와 달리 극장에 나와 집으로 향하여도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고 다시 극장에 찾아가 처음 봤을 때와 다른 감정과 느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이 영화가 인간의 서정을 제대로 자극하는지, 영화의 연출, 구도가 얼마나 훌륭한 영화인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 어떤 이들에게는 <소울메이트>가 우정이라는 소재보다는 자아실현 혹은 동성애에 관련된 소재라고 생각이 드실 수 있을 겁니다. 영화를 보고 무엇을 해석하든 관객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소재를 다루는 솜씨, 훌륭한 리듬감, 그리고 영화의 여정에 끝에서 보여주는 흠 잡을 데 없는 결말까지 영화 <안녕, 나의 소울 메이트>는 친한 친구와 손을 잡고 온 여성 관객들에게 눈과 마음을 따뜻함으로 채워질 영화라 생각이 되며 남성 관객들 역시 꽤나 의미가 있을 영화입니다.
- 볼 영화가 없다는 12월 극장가, 더나아가 2017년의 마무리를 멋지게 장식해 줄 한 줄기 빛이 되는 영화라 확신합니다.
첫댓글 어제 보고 왔는데 여성캐릭터 둘의 성격이 주체적이고 다채로워서 좋았어요. 안생은 겉으론 활달하지만 안으론 칠월이 가진 차분하고 정적인면을 가지고 있죠. 칠월은 그 반대이구요. 뭔가 이런 영화에서 활달한 성격 한명,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 한명 이렇게해서 스토리가 쭈욱 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아서 너무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