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이번 생은 처음이고
인생은 내 발길이 닿은 적 없는 오지(奧地)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 배우고 알아야 하며
이러한 앎이 곧 지(知)이고,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認知)라 하지요
우리 선조들은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생존하고자 양식을 저장하듯
당장 쓸모없는 지식이라도 일단 저장해 두었어요
본래 쓸모란 시기의 개념이며 언제 쓸모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도대체 앎이란 무엇일까요?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유 회녀지지호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
(由 誨女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知之爲知之),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不知爲不知),
이것이 아는 것(是知也)이라 말하였어요
공자의 제자 자로는 평소 스스로 체득한 지식이 아니라
남에게 들은 말을 자기 지식인 양 여기며 말하는 습성이 있었지요
자로는 순자(荀子)가 말한
귀로 들어와 마음에 붙어 온몸으로 퍼져 행동으로 나타나는 군자의 앎이 아니라
귀로 들어와 입으로 나오는 소인의 앎에 치중한 셈이지요
그래서 공자는 내 것이 되지 못한 남의 앎을 수다스레 옮기는 것은
진정으로 아는 것이 아님을 제자에게 일러두고 싶었던 것이지요
공자의 통찰은 놀라웠어요
공자가 제자에게 강조한 것은
오늘날 교육심리학 용어인 초인지 (Metacognition)와 관련이 깊지요
인지가 ‘아는 것’이라면 초인지는 ‘아는 것을 아는 것'
즉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은 모르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지요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을때
이 또한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인정하라는 무지(無知)의 지(知)를 뜻하는 것이지요
아는 것을 안다고 말하기는 쉽지요
그러나 정작 어려운 것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지요
이는 자신이 무엇인가를 모르고 있다는 깨달음과
이를 인정하는 정직한 용기가 필요하지요
공자는 아는 것과 아는 척하는 것의 차이를 지적하며
앎의 기본이 정직함이라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지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과한 자신감에 빠진 사람을 자주 볼수 있어요
‘빛나는 실수’의 저자 폴 J.H 슈메이커는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상태’를 과한 자신감이라 했지요
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기에 배움을 멈추고 남의 조언에 귀 기울이지 않아요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부지위부지(不知爲不知)’즉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을 실천해야 하지요
과거에는 책을 많이 읽고 아는 것이 많아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 혹은 ‘척척박사’라고
불리던 사람들이 박식(博識)한 인재로 인정 받았었지요
그러나 예전에 많이 안다는 것은 책을 많이 읽었다는 의미였다면
지금은 스마트폰을 우리가 쥐게 되면서 누구나 척척박사가 될수 있지요
그래서 그런지
어디서 한번 들었거나 본 것을 마치 자신이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며
이리저리 말로만 옮기며 박학을 과시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렇지만 다산 정약용은 책을 읽고 공부하는 데 있어
박학(博學)에 머물지 말아야 함을 당부했어요
그는 자세히 묻고(審問), 신중히 생각하며(愼思), 명백히 말하고(明辯),
성실히 실행하는(篤行) 것을 강조했는데
이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힘, 아는 것을 실천하는 힘,을 강조한 것이지요
옛말에 지행합일(知行合一)이란 말이 있어요
지행합일(知行合一)이란 앎과 행동이 서로 들어맞는다는 뜻으로
참된 지식은 반드시 실행이 뒤 따라야 함을 말한 것이지요.
따라서 알지못하면서 아는체 하는것과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자는
사기꾼이며 비겁자일 뿐이지요
이제는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到來)하고 있지요
인공지능은 지식의 양에서 인간을 압도하지요
그래서 뇌과학 연구자들은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고 이를 활용하는 분야는
인공지능이 머지않아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어요
널리 읽고 스스로 의문을 품어 깊이 생각하는 자
그리하여 자신의 견해를 명백히 밝히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자
그러한 사람이 진정으로 아는자이고 지식인 이지요
다시말해 앎이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깨달음과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정직함이 있어야
이것이 진정 아는자라 할수 있어요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은 모르고 있는지를 알고 있다면
인간은 인공지능보다 나은 존재이지요
인공지능은 자신이 무엇을 아는지는 알지만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는 알지 못하니까요
-* 언제나 변함없는 녹림처사 *-
▲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이말은 제비가 '지지배배지지' 하고 우는 소리와 비슷하여
제비도 논어를 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