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이라는 숫자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떠올린 건 중학생 때였던 것 같다. 그때 당시 나에게 스무 살이란 눈이 소복하게 쌓인 산의 정상 같은 것이었다. 저 멀리 정상이 보이긴 하는데, 눈과 구름에 가려져 내가 거기까지 올라간다는 상상은 감히 할 수가 없는,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이미 충분히 먼 곳. 미래의 스무 살이 된 내 모습은 중학교 때, 고등학교 때와는 반드시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언가 거창한 일을 하고 있을 것이며, 스스로도 느낄 수 있을 만큼 확실히 성숙하고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초등학교 때 읽었던 트리나 폴러스 작가의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그림책이 떠올랐다. 수많은 애벌레들이 무언가에 이끌리듯 서로를 밟고 올라가며 정상을 향해 기어오르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게 기를 쓰고 올라간 정상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는 그냥 슬픈 얘기로만 생각했다.
스무 살이 되던 2026년 1월 1일, 나는 단지 어제의 나였다. 그리고 오늘의 나였다. 자정이 넘어가는 순간 꿈 같고 몽환적인 일처럼 ‘뿅’하고 내가 변신하는 줄 알았는데, 달라진 건 없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사람이 하루아침에 바뀔리 없고, 숫자 하나가 바뀐다고 해서 내 삶이 달라질 리도 없다. 그런데도 그 당연함이 나에게 큰 돌풍처럼 낯설음이 나를 휩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토록 높아 보이던 산 정상에 올라와 보니, 그냥 내가 서 있는 땅이었다. 특별한 것도, 거창한 것도 없이. 그저 나.
한순간에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걸 그때 몸소 깨달았다. 성인이 된다는 건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게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스며들어가는 것일 수도 있겠다. 내가 두려워 했던 건 스무 살이라는 나이가 아니라, 그 나이에 투영했던 나의 기대였던 걸까.
지금의 나에게는 대학 졸업이 그 산처럼 보인다. 아직 멀게만 느껴지고, 그때쯤이면 뭔가 달라져 있을 것이라는. 그렇지만 이번엔 안다. 졸업장을 받는 날의 나도, 아마 그냥 나 일 것이라는 것. 다만 이번엔 그 정상에 올라가도 덜 놀랄 것 같다. 거기서 마주칠 풍경이 어떤 것인지 이젠 조금 알 것 같기 때문이다.
첫댓글 ‘20살’이라는 숫자에 대한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아주 섬세하게 풀어내었습니다. 중학생 때 품었던 상상, 성인이 되기 전의 두려움, 그리고 막상 스무 살이 되었을 때의 평범함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비유를 잘 활용하고 있는데, 스무 살을 눈 덮인 산의 정상에 비유한 부분, 그리고 「꽃들에게 희망을」의 애벌레 이야기와 연결한 부분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이러한 비유들 덕분에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더 잘 드러나고, 결국 그 정상에 올라가도 “그냥 내 발 딛고 있는 땅”이라는 깨달음이 더욱 선명해집니다. 문장 흐름도 안정적입니다. 과거의 기대에서 현재의 실감으로, 다시 미래의 대학 졸업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좋아서 글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번엔 덜 놀랄 것 같다”로 마무리한 점도 자연스럽고 여운이 있습니다. 조금 더 다듬으면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겠습니다. "나에게는 스무살이란" 같은 표현이 아름답긴 하지만 비슷한 정서가 반복되어 늘어지는 느낌입니다. 마지막 문단도 좋지만, 좀 더 압축하면 결말의 힘이 더 살아날 것입니다. '성인됨'의 의미를 좀 더 구체적으로 풀면 감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