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여왕' 김연아(18ㆍ군포 수리고)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3년 연속 우승을 향해 화려한 비상을 준비한다.
22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 전지훈련지를 떠난 김연아는 2008~2009 피겨 시즌 첫 무대가 열릴 미국 워싱턴주 에버렛에 도착해 현지 적응훈련에 들어갔다.
"지난 시즌보다 더 열심히 준비한 새 프로그램을 하루빨리 선보이고 싶다. 나만의 연기를 통해 더욱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당찬 출사표와 함께다.
김연아는 24일 미국 현지에서 개막하는 ISU 시니어 피겨 그랑프리 시리즈 1차 대회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일본 간판스타 안도 미키(21), 지난 시즌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우승자 레이철 플랫(16ㆍ미국) 등과 은반 대결을 펼친다.
특히 역대 피겨 최다 연속 우승 타이 기록인 그랑프리 파이널 3연패를 위해 안도는 김연아가 반드시 넘어야 할 벽으로 꼽힌다.
12월 한국에서 열릴 그랑프리 파이널까지 1ㆍ3차 시리즈에서 내내 안도와 맞부딪치며 은반 대결을 벌이기 때문이다.
반면 아사다 마오는 4ㆍ6차 시리즈에 출전해 초반 김연아와 직접 대결을 벌이지는 않는다. 최대 이벤트인 파이널에는 6개 시리즈 대회 가운데 2개 대회에 출전해 전체 성적 6위에 든 선수만이 출전할 수 있어 당장은 안도를 넘어야 하는 상황. 여자 싱글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쿼드러플 살코(공중 4회전 점프)를 구사할 수 있는 안도는 초장부터 "올 시즌 프로그램에 쿼드러플 살코 점프를 넣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시즌 잇따른 점프 실패로 이번에는 보수적인 경기를 펼칠 것이라는 일부 예상을 뒤엎고 또다시 자신의 '전매특허'인 쿼드러플 점프로 승부수를 띄운 것.
안도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끓어오른 데는 ISU가 트리플 악셀은 7.5점에서 8.2점으로, 쿼드러플 살코는 9.5점에서 10.3점으로 고난도 점프 기본 배점을 상향 조정한 게 크게 작용했다.
반면 군더더기 없는 점프로 '점프의 교과서'라는 별명까지 붙은 김연아는 '힘들수록 돌아가라'는 원칙에 충실히 따른다는 생각이다.
김연아는 "프로그램에 변화는 없다"면서 "기술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데도 시간이 부족하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고관절 부상 후유증에서 막 벗어난 만큼 기존 기술을 가다듬어 더욱 깔끔하고 완벽한 연기를 펼치겠다는 복안.
김연아 주특기인 트리플 러츠(공중 3회전) 기본 배점은 6.0점으로 최대 가점 3.0점을 더해도 안도의 쿼드러플(10.3점)에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점프와 스핀, 표현력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무결점 연기'를 펼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승산은 오히려 높은 편이다. '어설프게' 고난도 기술에 도전하기보다는 완성도 있는 연기로 착실히 점수를 쌓겠다는 뜻이다.
예술성도 강화됐다. 쇼트프로그램 곡인 '죽음의 무도'에서는 곡 성격에 맞는 어두운 계열 의상을, 프리스케이팅 곡인 '세헤라자데'에서는 화려한 장식의 붉은색 옷을 입고 등장해 지난 시즌보다 시각적ㆍ청각적으로 더 강렬한 이미지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김연아를 지도하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가 "이제 김연아에게 남은 유일한 과제는 팬들 기대에 따른 심적 부담을 떨치는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도 기술적 완성도 면에서는 이제 상대할 자가 없다는 강한 신뢰감 때문이다.
한편 김연아는 26일 오전 11시와 27일 새벽 5시에 각각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연기(SBS 생중계)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