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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단국대학교)과 송년모임 2013/12/01 11:13 | 추천 0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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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밤(11/30), 서초동에 위치한 어느 식당에서 내가 일생 재잭했던 단국대학교 제자들과의 송년모임이 있었다. 나는 대학 선생 노릇을 33년간 하였는데, 3년 6개월은 전남 광주에 위치한 전남대학교 사범대학 불어교육과에서 보냈고, 나머지 29년 6개월은 단국대학교에서 보냈다. 지리적인 여건 때문으로 전남대학교 시절의 제자들과는 소식이 두절되었다. 그러나 단국대학교 시절의 제자들과는 꾸준히 해마다 송망년회 때 만나고 있다. 단국대학교 불문학과 전체학생들이 참여하는 것은 아니고, 1회 졸업생들만 참여하는 모임이다. 모임의 대표인 하영범군(범한서적 전무이사)이 언제나 11월에 올해는 어디서 송년회를 가지려고 합니다. 선생님을 모시고 싶습니다, 하는 전화를 해온다. 올해 참석한 제자들은 다음과 같다.
박흥순(알리앙스 프랑세즈 교수, 불문학박사) 서수원(수원고등학교 교사) 김재호(재약회사 이사) 박세연(무역회사 사장) 하영범(범한서적 전무이사) 윤준상(제지회사 상무이사) 권이소(콩고거주, 무역회사 사장) 김국경( 아산 삼성전자 관련 부품회사 사장)
모두들 잔을 들어 각자 한 사람씩에게 부라보를 했다.
박흥순박사에게는 한국에서의 불어교육의 첨병으로서의 노고에 부라보했고, 김재호는 재약회사 이사로 근무하는 외에 최근 시 짓는 일에 열심이어서 정소성 교수가 정식으로 시인으로 데뷰를 약속해 부라보 했고, 박세연은 자신이 경영하는 무역회사가 대박을 터트려서 부자가 되었으며 서울에서 부자들만 산다는 타워 팰리스를 사서 입주한데 대해 부라보 했고, 하영범은 한국외국서적의 첨병인 범한서적의 전무로서 무궁한 벌전을 위해 부라보했고, 권이소는 콩고에 근 20년 이상 거주하면서 한국전자제품의 콩고수출을 전담하는 수출첨병으로서의 성공을 위해 부라보했고, 성실과 끈기로 자신의 사업을 성공시켜, 아산 소재 삼성전자에 어느 부품을 전담 공급하는데 성공하여 부라보했다. 그리고 김국경은 이달 12월 7일에 첫딸을 은사이신 정소성 교수의 주례로 결혼식을 치르게 된데 대해 거듭 부라보했다. 김국경 자신이 대학을 졸업하던 해 정소성 교수의 주례로 결혼식을 치뤄, 부녀가 같은 한 사람의 주례로 결혼식을 치르는 케이스가 되어 부라보가 우뢰처럼 터져나왔다. 오늘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결혼식 당일 전부 천안으로 KTX 타고 내려가기로 했다. 10시에 서울 KTX 대합실에 모이기로 했다. 하기야 오늘 모인 대부분의 졸업생들은 거의가 결혼 시 정소성 교수의 주례로 결혼을 한 것같다. 그리고 윤준상 군이, 지난 10월에 부친상 당한 사실이 알려져 늦었지만, 정소성 교수를 비롯하여 예를 차리지 못한 사람들은 늦은 부조를 하여 윤준상군을 위로하였다. 정소성은 스승티를 내느라고 그런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동기생 끼리의 경조사만큼은 꼭 챙기라고 부탁하였다. 5천년 역사를 통하여 한국인은 삼강오륜으로 다져진 경조사 사상이 너무나 뿌리 깊이 박혀있다는 말을 하였다.
다들 기분이 좋아 술을 엄청 마셨다. 두 시간 정도의 식사와 술을 줄기고, 자리를 노래방으로 옮겨 목이 터져라 노래 경연대회를 했다. 나는 <제비>와 <고향의 노래>를 불렀다. 특히 <제비>는 만점인 100 점이 나와 축하금 만원을 냈다. 국경이 딸 결혼식장에서의 해후를 약속하고 어둠이 깔린 거리로 흩어졌다.
혜어지면서 나는 어리기만 한 이들이 도대체 몇살쯤되었을까 하는 새삼스런 생각이 들었다. 어느 자리에서건 상대방의 나이를 묻는 것을 비례이다. 그래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자네들 이제 마흔 중반은 넘었겠지?"하고 물었다. 딸의 결혼이 있을 정도이니 나는 대략 쉰 살쯤은 되었으리라 추측하고 슬쩍 물어보았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우리들 79학번이니 재수하지 않는 사람이 올해 쉰 다섯입니다. 이제 쉰 여섯이 되지요. 하지만 우리들 중에 제 때 대학에 들어온 사람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쉰 일곱,여덜이 됩니다." "아 그런가...나만 나이를 먹는 줄 알았구먼...이제 선생이나 제자나 같이 늙어가는구나..." "벌써 암으로 불행하게 된 사람도 있습니다..." "다들 건강에 조심하세나. 과음하지 말고!" "선생님도 오래 오래 사시기를..." 스승과 제자들은 어느 틈엔가 서로의 건강을 걱정하는 처지로 바뀌고 말았다. 또 한 해가 바뀌고 있구나. 대학 선생 33년에 남은 것이 무엇인가. 이들 제자들이 너무나 소중하게 생각되었다. "교수님, 내년에는 부부동반으로 교수님을 모시겠습니다." 히영범군이 말했다. "거참 좋은 발상이네. 나도 집사람을 데리고 나오지. 내년에 보세나!" 전철 역이 코 앞인데도 따라나온 제자들이 굳이 택시를 잡아 주어서 나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알 수 없는 감동이 가슴 속으로 흘렀다. 교직을 정년한 나, 내가 이들에게 할 일이란 오직 좋은 소설을 써서 한권씩 주는 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좌로부터, 박흥순, 서수원, 김재호, 박세연, 하영범, 윤준상, 권이소, 정소성, 김국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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