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는 역시 초등학교/세훈
초등학교 3학년이 전부인데
그마져도 2번 휴학과 복학
그리고 중퇴 후 지금까지
학력에 대한 미천함은 늘 멍에였다.
어린나이 서울에서 구두닦이 소년
다리 밑에 웅그리고 천사처럼 지낸 세월
아침이면 유명인사 집을 찾아
구걸하던 이야기가 스스럼없이 화제다.
고인이 된 연예인 김희갑님 댁의
신세를 늘 잊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이는
그 모습에서 진실을 읽어낼 수 있는 대목에서
지봉(地蜂;땅벌)은 벌써 칠순에 동창회장이시다.
건들면 참지 못한 땅벌처럼
아무리 위압을 느끼는 체격의 깡패라도
경우에 벗어난 행위로 시작한 싸움이지만
그이 앞에서는 줄곧 죽여라 하고 몇날 며칠 쳐들어 간 땅벌!
아무도 쉽게 생각하는 163cm 단신
군입대하여 자살을 기도했으나
M1총기로 방아쇠가 너무 멀어
좌측 어깨관절에 총상을 입고 후송되던 그날들
작은 거인 땅벌은 독골 중의 독골
그렇지만 의리의 사나이로 폭력이 난무한 세월에도
아끼고 사랑하는 후배의 처지가 옹색할 때
해결사로 대신 유치장을 밥 먹듯 했던 청춘은 저물다.
광주 모 시장의 채소장수 물량공급을 위해
고랭지 강원도를 무수히 왕래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그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는 사연에는 목이 말린다.
그토록 못 다한 인생살이지만
한문공부만은 게을리 하지 않아
숨겨진 비수처럼 한 마디씩 표현은 언중유골이며,
생전에 못 배운 한이지만 친구들의 주선으로 명예졸업장을 득하게 되었다.
2012.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