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들의 천국, 새해 소원 비는 호남의 금강산
최근 영암 월출산국립공원관리소는 27년 만에 산성대(山城臺) 코스를 개방해 전국 산꾼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산성대’라는 명칭은 예전에 영암산성(靈巖山城)의 봉화대가 있던 곳이라는 데서 유래한다.
월출산은 산 전체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암괴지형으로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리며 설악산, 북한산, 속리산, 가야산 등과 더불어 ‘암릉 좋은 5대 명산’ 중 하나로 손꼽힌다. 최고봉인 천황봉(810.7m)을 중심으로 구정봉, 사자봉, 장군봉, 향로봉, 주지봉, 국사봉 등 걸출한 봉우리를 거느리고 있다. 면적은 42㎢로 국립공원 중 가장 적으나 암릉미만큼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게다가 해발 604m 높이에 있는 구름다리와 구정봉, 남근바위, 베틀굴 등의 명소가 있으며 무위사, 도갑사, 마애여래좌상(국보 제144호) 등 국보급 불교 유적이 산재한다.
산성대 코스는 북에서 남으로 천황봉까지 종단한다. 이 코스를 걷다 보면 주변 거봉들에 가려져 있던 천황봉의 뒤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많이 찾는 천황사주차장에서 천황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험준한 악산으로 악명 높지만 산성대 구간은 비교적 경사가 완만해 초급자들도 안전하게 암릉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목재데크 계단이 설치되어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봉우리까지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헬기장 근처에는 와편 조각이 많이 보인다. 고른 지반 터로 보아 암자가 있었지 않나 추측해 본다. 사방이 툭 터지며 천황봉이 웅장하게 보이는 곳이 산성대다. 산성대는 안내도가 없어 대부분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넓은 암반지대 너머로 보이는 천황봉의 고고한 자태가 경이롭다. 부챗살처럼 쭉쭉 뻗은 구정봉 능선, 노적봉 능선과 바위에 걸터앉은 굽은 소나무들이 진경산수 수준의 운치를 더해 준다.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한 바위를 지나면서부터 이번에 개방한 길로 접어든다. 커다란 석벽을 우회하던 것을 이제는 계단을 통해 암봉 위로 곧장 올라선다. 손과 발을 이용해 엉금엄금 기어오르지만 사방의 풍경에 넋이 빠질 지경이다.
산성대에서 15분 정도 가면 고인돌바위다. 틀림없는 북방식 고인돌 형태다. 10분 거리에 커다란 공깃돌을 모아 놓은 것 같은 암봉에 올라서면 압도적인 공룡능선이 기다린다. 산성대 구간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천황봉과 장군봉이 커다란 배경처럼 보이고 돌기둥들이 신전의 열주처럼 늘어서 있는 모습은 예술품에 가깝다.
암봉 옆으로 기다란 계단을 내려가면서 좌우로 기품 있는 거벽들의 조화에 다시 한 번 감탄을 하게 된다. 상어의 주둥아리를 닮은 바위와 물개모양 바위를 지나면서부터 공룡능선 암릉길이 시작된다. 바위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상태로 설치된 철 계단이 이어진다. 암릉 타고 오르내리기를 반복하지만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신이 빚은 조각품들 감상에 경외감이 들 정도다.
성벽 위의 봉수대 같은 암봉 3개를 건넌 후 돌 기다란 기차바위를 지나면 곧바로 광암터 삼거리다. 이곳부터 본격적으로 천황봉 오르는 길과 합류한다. 천황봉까지는 0.6km 정도 된 오르막이다. 기체육공원에서 출발해 하늘로 통한다는 통천문(通天門)을 지나 정상까지는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설악산 공룡능선 못지않은 비경
정상에서 바람재까지 하산하는 길은 급경사 내리막이다. 돼지바위, 남근바위, 투구바위, 사랑바위 등 사람이 보는 각도에 따라 변화무쌍한 바위들이 모여 있어 마치 수석전시장 같다. 바람재에서 베틀굴을 지나 서북측 급경사를 약 100m 정도 오르면 월출산에서 세 번째로 높은 구정봉(九井峰, 710.9m)이다. 20~30명이 앉을 수 있는 암반 정상은 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 아홉 개의 웅덩이가 있다고 해서 구정봉이라 부른다. 월출산을 사진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장소다.
월출산의 또 다른 포인트가 있다. 구정봉 북측 산길을 따라 20분 정도 경사면을 따라 내려가면 화강암 벽에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국보 제144호인 이 불상은 높이만 7m로 고려시대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구정봉 서남릉에서 35분 거리에는 수만 평의 억새밭이 펼쳐진 미왕재가 있다. 매년 가을에는 이곳에서 월출산 억새제가 열린다. 미왕재에서 서쪽 홍계골 계곡길을 따라 2.7km, 1시간 정도 내려오면 도갑사에 당도해 산행을 마친다.
다만 아쉽게도 겨울철 기상악화로 인한 인명피해를 예방하고자 구름다리 종점부~사자봉~경포대 능선삼거리 1.2km 구간과 산성대~광암터삼거리 구간을 2월 29일까지 통제한다. 겨울철 아쉬움이 남지만 놓치기 아쉬운 절경이라 봄까지 기다렸다가 꼭 가보면 좋겠다.
■기체육공원주차장~전망대~산성대~~광암터삼거리~통천문~천황봉~바람재~구정봉~미왕재~도갑사 (10,3km 6시간 10분 소요)
■기체육공원주차장~전망대~산성대~광암터삼거리~통천문~천황봉~통천문삼거리~경포대 갈림길~사자봉~구름다리~천황사~주차장 (7.22km, 4시간 10분 소요)
교통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영암여객자동차터미널까지 하루 4회(08:00, 10:30, 14:40, 16:50) 고속버스가 오간다. 요금 일반 2만600원, 우등 2만3,300원. 4시간 40분. 용산역에서 KTX를 이용하면 목포역까지 2시간 24분이면 도착한다.오전 5시20분부터 하루 17회 운행한다. 요금 일반실 5만2,800원. 목포터미널에서 영암여객자동차터미널까지는 시외버스가 20~30분에 1대씩 운행하며 약 1시간 소요. 광주에서 영암으로 가는 버스는 수시로 있고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맛집(지역번호 061)
영암 독천에는 낙지요리전문점이 30여 곳 성업 중이다. 갈낙탕 1만7,000원 선, 낙지초무침·낙지볶음 大 기준 각 5만 원 선. 낭주식당(472-6925), 독천식당(472-4222)이 추천을 많이 받는 집이다. 중원회관(473-6700)은 짱뚱어탕 원조식당으로 인정받은 집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이곳에서 반찬을 수송해서 먹었다는 곳이다.
볼거리(지역번호 061)
2,200년의 오랜 전통을 지닌 구림 전통마을은 삼한 시대부터 있던 마을이다. 월출산의 서쪽 자락에 위치하고 있으며 마을 자체가 문화관광자원이다. 많은 역사적 설화가 있고 왕인박사, 도선국사 등 많은 인물을 배출했다. 마을을 감고 도는 돌담길이 아름답고 유형문화자원인 회사정, 국암사 등 12개의 누정과 전통가옥, 돌담, 고목나무 등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500년 전통의 대동계도 유명하다. 마을 내에 안용당(安用堂), 월인당, 국암사, 안현궁 등 96개의 한옥민박촌이 있다. 월출산 남쪽에 있는 월남사지에서 무위사로 가는 녹차밭의 경치도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