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표리부동에 대해 말씀하신다면 바그너야말로 표리부동한 인간이 아닙니까. 으허허...^^;;;
작스는 '고(故)'를 대표하고 발터는 '신(新)'을 대표하니 작스는 물러나는 게 맞지요. 그것을 바그너의 사생활과 직접 연결시키면 당연히 모순이 됩니다. ^^;
3. 오페라는 근본을 따지자면 이탈리아가 아닌 그리스의 것이고, 따라서 바그너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곳과 맞닿아 있습니다. 바그너가 비판하고자 했던 것은 스타 가수의 요구에 지나치게 충성하는 '이탈리아' 오페라였죠. 또 마이어베어 등을 비난한 것은 사실은 그보다 마이어베어 등이 자신의 출세길을 막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따지자면 바그너가 마이어베어에게 영향 받은 부분도 무시 못하죠.
<마이스터징어>는 이탈리아 오페라와는 많이 다릅니다. 닮은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그리스 비극의 재현으로 바그너 자신도 납득할 만한 부분이었다고 생각되고요.
징슈필은 연극 중심적인 사고를 담고 있으므로 총체예술의 이념과 맞지 않습니다. "바그너는 음악만이 오래된 기원들을 회상할 만한 힘을 가졌고, 따라서 그것은 현대의 평범한 사회에서 왜곡되고 또한 거의 인지하기 힘든 원초적인 인간성의 회복에서 결정적인 구실을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김문환)
독일적인 요소라면 무엇보다 베토벤의 유산(특히 모티프를 다루는 방식)을 계승하는 것이 핵심이겠고, <마이스터징어>는 그 점에서 충분히 독일적(베토벤적)입니다.
그리고 음악 형식에서 독일적인 요소를 찾자면 바(Bar) 형식이 전체 악곡을 지배한다는 점을 들 수 있겠죠. 바 형식은 Gesang-Gesang-Abgesang 꼴의 음악 형식으로 1막에서 코트너가 노래의 규칙을 설명하는 대목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 대목 자체를 비롯해서 작품의 주요 장면이 바 형식으로 되어 있고, 전체 막 구성도 거대한 바 형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3막은 1, 2막에 대한 거대한 Abgesang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 형식은 엄밀히 말하면 독일 고유의 음악 유산이 아니고 중세 남부 프랑스의 투르바두르의 음악 등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교가 중국만의 문화유산이 아닌 것처럼 바 형식 또한 독일의 민네징어와 마이스터징어의 중요한 음악 유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