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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란 말이야, 바보 신지!"
오전 8시, 이카리 신지의 방에 알람시계보다 정확하고, 확실하며, 무자비한 아침의
사자가 왔다.
그 등에 날개를 숨기고 있어도 신기하지 않을 것 같은 가련한 미소녀는 그것이 당연
하다는 듯이 소년의 방에 들어가서는 다시 한 번 소리질렀다.
"바보 신지!!"
배갯머리에서 소리를 질렀음에도 소년은 깜짝 놀라서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천천히 졸린 듯한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고는 옆에 서 있는 소녀를 발견했다.
"뭐야...아스카구나, 후아아∼∼∼∼"
자신을 들여다보는 소꿉친구의 얼굴을 본 신지는 그렇게 말하면서 큰 하품을 했다.
"뭐야라니. 그게 깨워주러 온 소꿉친구에 대한 감사의 말이야!"
"응, ...그럼..."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다시 이불 속으로 파고드는 신지.
"뭐하고 있는거야. 지각해 버리잖아."
아스카의 손이 신지가 덮고 있는 이불을 잡는다.
"소꿉친구인 내가 깨워주고 있단 말야. 조금은 감사히 생각해서 어서 일어나!"
이불을 빼앗듯이 당기면서 아스카가 다시 소리질렀다. 거기에 끌려 침대에서 떨어지
는 신지.
"뭐하는 거야∼"
침대에서 떨어진 신지는 머리를 어루만지며 항의의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아스카는 듣고 있지 않았다. 신지의 몸의 일부를 바라보고, 새빨개진 채로
얼어붙어있다.
그 한순간의 공백 후, 아스카가 오른손을 올린다.
"저질! 치한! 변태! 믿기지 않아!!"
철썩!!
과격한 소리가 나며 신지는 쓰러졌다.
"아침인 걸 어쩌라구!!"
신지의 변명은 지극히 지당하지만, 같은 또래의 아스카에게 그런 이유가 통할 리도
없다.
언제나의 말싸움이 시작할 즈음, 이카리 신지의 늦은 아침이 분주하게 시작한다.
"하여튼 신지도 참. 어쩔 수 없는 애야∼"
부엌에서는 신지의 어머니, 유이가 아침식사의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언제나 신지의 것도 만들지만 먹는 확률은 50%정도다.
"당신도 신문만 읽고 있지 말고, 어서 준비해주세요."
유이의 목소리의 끝에는 신지의 아버지 겐도우가 있었다.
"아아."
조간신문을 읽는데 푹 빠져 있는 겐도우는 뜬 구름 위다.
"정말, 나이를 먹고서도 신지와 같으니..."
"아아."
"회의에 늦어서 후유츠키 선생님께 꾸중 듣는 건 저란 말예요."
"당신은 인기가 있으니까."
"무슨 말 하고 있는 거예요."
이쪽도 같은듯한 대화를 매일 반복하고있다.
"당신 준비는?"
"네. 언제라도 나갈 수 있어요"
"알았다구. 유이."
라고 말하면서도 신문에서 눈을 떼려고 하지 않는 겐도우였다.
"신지, 어서 준비해. 지각해버리잖아."
아스카와 신지의 말의 주고받음은 아직 계속되고 있었다.
"알고 있다니까. 정말, 아스카는 시끄럽다니까∼"
"시끄럽다니!"
철썩!!
오늘 두번째는 왼쪽 뺨을 붉게 물들였다.
"그럼 아주머니, 다녀오겠습니다∼"
기운 넘치는 아스카에게 떠밀리듯이 신지는 집을 나왔다.
"그래∼, 다녀와라."
"자, 당신도 서둘러서 준비해 주세요."
"알고 있어. 유이."
거기서 처음으로 신문에서 눈을 떼며, 겐도우가 유이에게 눈을 보냈다.
"그게 오늘이었지."
"네, 오늘이에요"
유이는 그렇게 대답하고 마지막 접시를 치웠다.
●
신지와 아스카는 중학교를 향해 오로지 달려갔다.
차도는 차가 밀려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늘, 또 전학생이 오는거지?"
뛰면서 신지가 아스카에게 말을 걸었다.
"응, 여기도 내년부터는 공식으로 수도가 되는 걸. 이제부터도 사람은 점점 늘어날
거야."
"그렇구나, 어떤 애일까. 귀여운 애였으면 좋겠는데."
제멋대로 여자애라고 정해버리려 하고 있다. 이런 점이 남자중학생의 기본적인 발상
이다. 전학생은 귀여운 여자애가 아니면 안되는 것이다.
"..."
제멋대로 망상에 빠지는 신지를 불쾌한듯이 째려보는 아스카.
그 시선에는 물론 시선의 의미에도 눈치채지 못한 채, 망상에 빠지는 신지.
쿵!!
갑자기 신지는 옆길에서 뛰어나온 무언가에 부딪혀서 뒤로 넘어졌다.
머리를 부딪힌 건지 눈 앞에서 별이 돌고 있다.
"신지!"
아스카의 목소리가 들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야야."
아픔이 겨우 가실 즈음, 신지는 자신의 눈 앞에 하얗고 늘씬한 다리가 있는 것을 깨
달았다. 더우기 그 끝에 하얀 천과 같은 것이 보였을 때, 그건 갑자기 다른 것으로
덮였다.
"아."
그 때가 되어서 처음으로, 신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깨달았다.
옆에서 뛰어나오던 소녀에게 부딪혔다, 아니 부딪혀진 것이다.
서로 넘어진 모양으로 신지가 방금전에 본 것은 그녀의 치마 속이었던 모양이다.
"미안."
소녀가 먼저 사과했다. 신지가 본 적도 없는 교복을 입고있다. 다른 학교의 학생인
것일까. 나이는 같은 또래정도. 게다가 귀엽다!
소녀의 볼이 붉게 물들어 있다. 그건 그렇다. 같은 또래의 남자아이에게 팬티를 보
였으니.
신지는 신지 나름대로 소녀의 얼굴을 본 순간, 굳어버리고 말았다.
"정말 미안. 엄청 서두르고 있었거든."
그런 말을 남기고 소녀는 제비와 같은 경쾌함으로 일어서고는 그대로 달려갔다.
"미안해∼"
뒤돌아보면서 다시 한 번 그렇게 말했다.
그 때까지 넋이 빠진 듯이 소녀를 바라보고 있던 신지는 제정신이 들었다.
뒤돌아본 소녀의 얼굴과 예쁜 다리, 그리고....
뜻하지 않게 얼굴이 느슨해진다.
"귀여웠어∼"
그 뒤에서 완전히 잊혀진 아스카가 오늘 세번째의 따귀를 준비하고 있었다.
제 1 화
천사등장 (天使登場)
"그래서, 보였냐?"
어떻겐가 제 시간안에 도착한 신지가 오늘 아침의 일을 친구인 토우지와 켄스케에
게 말하고 있었다.
"응∼ 보였다고 할까, 한 순간 힐끗 정도만."
"카아∼ 아침부터 운이 좋은 녀석이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잘 알 수 있는 토우지의 반응이다.
"스즈하라. 바보같은 짓 하고 있지말고 쓰레기 버리고 와. 주번이잖아."
그런 토우지의 귀를 잡고 반장인 히카리가 끼어들었다.
"뭐야, 반장∼"
한심한 목소리로 토우지가 히카리를 봤다.
그 얼굴은 진짜로 화내고 있을 때의 얼굴이다.
"아뿔싸."
토우지의 타산은 한순간에 끝나고
"지금 당장 하겠습니다∼"
라며 달려나갔다.
"하여튼 정말..."
아직 화가 풀리지 않는지 히카리는 투덜거리고 있다.
그것을 보고 신지가 한 마디.
"잡혀 지낼 타입이군."
누구라도 남의 일은 잘 보이는 모양이다.
"너도잖아."
같은 감상을 가진 아스카가 그렇게 추궁한다.
"어째서 내가 잡혀지낼 타입이라는 거야∼"
신지는 진심으로 항의했다.
"보이는 그대∼로 잖아."
아스카의 지적은 끝없이 올바르다.
"하여튼 아스카가 언제나....."
그런 두 사람의 말싸움, 혹은 치화싸움을 곁눈질하며 켄스케가 한 마디.
"평화스럽군∼"
...............
멀리서 폭음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을 처음으로 알아챈 것은 바로 켄스케였다.
"왔다."
당장 가방에서 애용의 비디오 카메라를 꺼내들고 밖을 본다.
그 때에는 이미 교문을 지나온 붉은 스포츠카가 빨려 들어가듯이 주차장에 멈출 때
였다.
"오셨다∼"
차의 문이 열리고 잘 빠진 다리가 나왔다.
율동적인 움직임으로 일어나자 선글라스를 낀 미녀가 나타났다.
"미사토 선생님∼"
신지, 토우지, 켄스케가 동시에 외친다.
선글라스를 벗은 미사토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V사인을 보낸다.
그것을 클로즈 업해서 찍는 켄스케.
제3신토쿄시립 제1중학교 2학년A반 담임인 카츠라기 미사토는 그 용매, 몸매와
꾸밈없는 성격으로 남학생들에게 절대적인 인기가 있었다.
"역시 멋져∼ 미사토 선생님."
"응응."
토우지의 말에 진심으로 동의하는 신지와 켄스케.
그런 3명을 곁눈질하며 아스카와 히카리가 이구동성으로 내뱉었다.
"바보같아. 3바보트리오."
"기뻐해라 남자들."
교실에 들어온 미사토의 처음 한 마디이다.
"화제의 전학생을 소개한다."
미사토의 뒤에서 느닷없이 여자애가 나타났다.
"아야나미 레이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매력적인 미소로 꾸벅 머리를 숙였다.
그 때,
"아~~~~~~~~~~~~~~~~~~~~~~~~!!"
교실에 울려퍼지는 신지의 외침소리.
아니나 다를까 전학생이란 신지가 아침에 부딪힌 그 다리가 예쁜 미소녀가 아닌가.
"아∼∼ 너, 오늘 아침에 팬티 훔쳐본 녀석."
전학생·레이도 기억하고 있던 모양이다. 지당하게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잠깐만. 변명은 그만두라구. 네가 제멋대로 보여준 거잖아."
기다릴 새 없이 아스카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뭐니, 그 애를 감싸고 말야. 뭐야뭐야, 너희들 사귀고 있는거야?"
아스카의 재빠른 공격에 발끈한 레이가 말을 되받는다.
"우..."
말이 막혀서 뒷걸음 치는 아스카.
"잠깐, 수업중입니다. 조용히해 주세요."
사명감에 불타는 히카리가 외친다.
"어∼머, 괜찮아. 나도 흥미 있으니까. 계속해 계속."
그러나 교사인 미사토의 말은 어디까지나 가벼웠다.
와∼ 하며 웃음 소리가 울린다.
"카츠라기 선생님!!"
소리지르는 히카리.
"뭐야, 역시 사귀는구나!"
계속 기세를 몰고가는 레이.
"뭐야, 너와는 상관없잖아!"
귀까지 새빨간 아스카.
"에..."
상황에 따라가지 못하는 신지.
교실은 예전부터 (상당히 확신에 가깝다) 소문이 났었던 아스카 & 신지의 관계에 대
해 상당히 분위기가 고조되어 있었다.
"배, 배신자~~~~"
눈물을 흘리면서 신지의 멱살을 잡는 토우지.
"너만은, 너만은 그런 짓을 하지 않는 녀석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무슨 말이야, 토우지."
당황하는 신지.
"신지∼∼, 이 녀석이∼"
더욱 바싹 다가서는 토우지의 귀를
"뭐하고 있는 거야, 스즈하라."
미사토와 다투고 있었을 터인 히카리가 집었다.
"아야야야야, 반장∼ 뭐하는거야. 나는 신지랑 할 얘기가 있다구."
"됐으니까 앉아!"
무시무시한 목소리다.
"하하∼앙. 그 쪽은 그 쪽 나름대로 사귀고 있는거구나."
레이의 단단히 노리고 있던 일격이 히카리의 심장을 직격한다.
리트머스 시험지가 붉게 변하는만큼 순간적으로 히카리의 얼굴은 빨개졌다.
"어머, 적중했어?"
진심으로 즐거운 듯이 레이가 웃는다.
"뭐, 뭐라고..."
부들부들 떠는 히카리.
이제는 교실안이 새로운 화제로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하고 있다.
"저 반장이...."
"스즈하라래∼"
"토우지도 꽤 하는데."
"하지만 그렇게 될 것 같기도 했어."
"아∼ 배고파."
"그 최종회는 납득 안가지 않냐?"
등등, 벌집을 건드린 듯한 대소동이다.
미사토는 그만두게 하려 하지도 않은 채, 가만히 자세를 잡고 있다.
"시, 시..."
히카리의 어깨의 떨림이 커진다.
"시끄러워~~~~~~~~~~~~~!!!"
찌릿찌릿하며 교실내의 공기가 진동할 정도의 큰 소리다.
"적당히 해두란말야!"
전원을 돌아가며 째려보는 히카리.
조용~~~~~~~~~~~~~.
갑자기 조용해지는 교실.
"카츠라기 선생님."
"네."
이미 웃을 수 없는 미사토였다.
"계속해 주세요."
"그래그래."
미사토는 일어서고는 교단 앞에 섰다.
"그럼, 아야나미양의 자리는 창가쪽, 신지군의 옆이야."
별 뜻 없는 말이었으나 아스카의 눈썹이 꿈틀하고 반응한 것을 신지는 놓치지 않았
다.
"네∼"
기분을 되찾은 레이가 자리에 앉는다. 자리에 앉는 순간, 신지를 보며 한 마디.
"아깐 미안했어."
에헤, 하고 혀를 내밀며 웃었다.
"에, 아니, 괜찮아. 그런 일."
역시 귀엽다.
신지가 그런 감격에 취해갈 즈음, 그의 뒤에서 아스카는 하나의 결의를 굳히고 있었
다.
"이따가 2·3번 따귀를 때려줄테다."
물론 따귀를 맞는 것은 불행한 신지였다.
●
"어, 전학생은."
신지는 점심시간이 되어서 알았다. 레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 이삿짐이 도착한다고 조퇴했어."
히카리가 가르쳐주었다.
"어, 그럼 오늘은 어디서 왔는데?"
"어젯밤은 호텔에 묶고, 학교로 직접 온 모양이야."
히카리도 아침의 소동에서 회복하여, 언제나의 냉정함을 되찾은 모양이다.
"신경쓰이니? 이카리군."
히카리가 신지의 얼굴을 들여다 본다.
"그, 그런게 아니야."
어째선지 모르지만, 신지는 당황했다.
"흐응∼"
의미 있는듯한 시선으로 신지를 슬쩍 보고나서 히카리는 신지에게서 멀어져갔다.
엇갈려서 토우지와 켄스케가 다가왔다. 점심으로 빵을 사온 모양이다. 신지는 어머
니가 만들어 주신 도시락을 가져왔다.
"오늘도 엄청 붐볐어."
"정말이야. 야키소바빵이 없어지지 않았나 긴장했다구."
-> 야키소바 (やきそば) - 응∼ 뭐랄까, 면에 짭잘하게 양
념을 쳐서 볶은 것...? 아무튼
맛있답니다.-.-i 겉보기에는 짜
빠게티와 비슷. 아마, 빵 사이에
그 면을 넣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신지도 몇번인가 점심시간에 빵 매점에 가본 적이 있지만, 도저히 그 무리 속으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자, 먹을까."
셋이 점심을 먹기 시작한다.
"그건 그렇고, 신지."
켄스케가 작은 소리로 말을 건다.
"응."
"그 전학생을 어떻게 생각하지?"
"에, 어떻게라니..."
"여전히 신지는 둔하구나∼. 가까이서 봤을 때 어땠는가를 묻고 있는거야."
속이 탄다는 듯이 토우지가 끼어든다.
"응∼∼∼."
천정을 보면서 신지가 생각한다.
"귀여웠다, 인가."
신지의 말에 토우지와 켄스케는 마주 보았다.
"신지, 네 녀석은 자신의 입장이 아직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군∼"
더욱 작은 목소리로 토우지가 말했다.
"뭐가."
"잘들어. 너는 교내 제1의 미소녀·소오류 아스카의 소꿉친구인데다가, 서로 아주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닌 관계란 말야."
"에."
"네 녀석이 교내에서 얼마만큼 남자들의 한을 사고 있는지 모르겠냐?"
"모, 몰라∼"
의외의 이야기 전개에 신지는 즉각 대응도 할 수 없다.
"들었나요, 아이다씨."
"예에, 들었습니다, 스즈하라씨."
어느새, 켄스케의 안경이 반사되어서 눈이 보이지 않는다.
"너는 그 소오류 아스카에게 있어서 가장 가까운 남자인 거야."
"그래."
"우리 중학교 뿐만이 아닌 제2·제3중학에다 고등학교에서도 소문이 나 있는 모양
인 소오류 아스카가 좋아할지도 모르는 남자인 거라구."
"맞아맞아."
"그래, 그 클로즈업한 얼굴 사진이라면 5백엔, 수영복 사진이 천엔이상으로 매매되
는 소오류 아스카의 마음을 독점할 수 있는 남자란 말이다."
"찍는데 고생했었지∼"
"그런 짓을 하고 있었어?"
추궁하는 신지.
"그런 일은 아무래도 상관없어."
억지로 얘기를 되돌리는 켄스케.
"즉, 너는 그럴 정도로 부러운 녀석인 거다."
신지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래, 엄청나게 부러운 녀석인 거지."
토우지도 똑같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뭐, 뭐야. 나보고 어떻게 하란 말이야?"
한걸음 한걸음 물러서는 신지.
"그러니까 말이다."
켄스케와 토우지.
"그러니까..."
"전학생은 우리에게 맡겨."
"하."
"신지에게는 이미 소오류가 있잖아. 그 이상 행복을 독점하면 안되겠지?"
"하아."
"알아주었구나, 친구여."
켄스케가 재빠르게 손을 쥔다.
"어떻겐가."
횡설수설한 신지는 명백히 상황에 떠내려가고 있다.
"좋아. 신지도 알아준 모양이니까 건배다."
세 사람은 손에 팩 주스를 쥐고는 손을 올렸다.
"신지와 소오류의 전도(前途)와 우리들의 우정을 기원하며, 건배."
퍼벅.
한심한 소리이나, 팩 주스이니 어쩔 수 없다.
"아무쪼록 전학생에게 손 대지 말라구."
마지막으로 두 사람의 강렬한 눈길을 받으면서, 신지는 주스를 마셨다.
그 때 처음으로 신지는 알았다. 아스카에게 휘둘려지는 것이 그렇게 부러움을 사는
일이라니.
아스카의 따귀맛을 아는 신지에게는 믿기지 않는다.
"모두들 혹시 마조인걸까...?"
무서운 생각을 해버리는 신지였다.
●
끝나는 종이 울리며, 일주일 중에서 가장 따분한 월요일이 끝났다.
서클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신지와 아스카는 재빠르게 돌아갈 준비를 시작한다.
"신지, 오늘은 시간있냐?"
남은 건 돌아가는 일 뿐인 켄스케다.
"응∼, 아무일도 없었을 거야."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신지.
"게임센터에 가지 않을래?" <- 게임센터...이른바 오락실이지만, 일본에서는 보통이
어뮤즈먼트 파크 수준인 모양. 그러기에 오락실과는
엄연한 차이가...-.-i
"그래."
라며 신지에게 갈 마음이 생겼을 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신지?"
"엄마?"
전화를 건 사람은 유이였다.
"이제 끝난거지? 오늘은 일찍 돌아와."
"네? 엄마, 집에 계시는 거예요?"
"그래, 오후부터 일이 있어서 돌아왔어. 아스카짱도 있니?"
"있어요."
"그럼 같이 돌아와주면 좋겠는데."
"응, 알았어요."
"아스카, 같이 가지 않을래?"
신지가 전화를 치우면서 물었다.
"에."
아스카의 볼이 한순간이지만 붉어졌다.
"엄마가 말야, 같이 돌아와달라고 하시는데?"
"그, 그래. 좋아."
뭘 기대하고 있었던 거야.
아스카는 자기만의 세계에서 중얼거렸다.
"토우지, 켄스케, 미안. 다음번에."
"아아, 별로 상관은 없지만. 어머니가 뭐라시는데?"
"아무 말씀도 안하셨지만, 빨리 돌아오라는 건 드문일이거든."
"신지∼"
토우지가 신지의 목에 팔을 감는다.
"약속, 잊지 말라구."
"신지에게는 소오류가 있다는 걸 잊지마."
켄스케도 가세해서 점심시간의 확인인 모양이다.
"내가 어쨋다고?"
아스카가 말하자,
"아, 아무 것도 아냐. 자, 가자."
신지가 얼버무리며 아스카의 손을 잡고 끌었다.
"그럼."
그것만을 말하고, 신지와 아스카는 교실을 나왔다.
"잘하라구, 신지."
"난 너를 믿어 있어."
각각 제멋대로인 말을 하는 두 사람이었다.
●
듣고 보면 귀여운 건지도 모른다.
토우지와 켄스케에게 그런 말을 들었기 때문에 이상하게 신경이 쓰이고 만다.
"저기, 이젠 됐잖아."
뒤를 걸어가고 있던 아스카가 말했다.
"어, 뭐가?"
"손 말이야. 놓아줄래?"
교실을 나와서 신발장까지 두 사람은 사이좋게 손을 잡고 걸어온 모양이다.
"아, 미안."
당황해서 손을 놓는 신지.
"응."
아스카는 언제나의 기운이 없는지 그것만을 말하고는 신발장에 손을 내밀었다.
"평소같았으면 '뭘 남의 손을 잡고 있는거야' 라는 식으로 말하면서 화를 내더니 어
떻게 된거지?"
머리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신지도 신발로 갈아신었다.
그로부터 집에 도착할 때까지의 20분간, 두 사람은 단 한번도 입을 열지 않았다.
부자연스러운 침묵이 끝을 알린 것은 신지가 맨션의 현관문을 열었을 때였다.
"어, 아버지도 계시네."
현관에는 겐도우의 구두가 있었다.
"무슨 일이 있는걸까?"
극히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노력해서) 아스카에게 말을 걸어봤다.
"정말, 드문 일인데. 아저씨께서 이런 시간에."
아스카도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모양이다.
"다녀왔습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자, 유이가 얼굴을 내밀었다.
"다녀왔구나. 아스카짱도 있니?"
"응."
"실례합니다."
아스카가 꾸벅 인사한다.
"그래, 어서와."
유이가 미소짓는다.
"무슨 일이죠?"
신지의 물음에
"이쪽으로 와봐."
유이가 손짓으로 대답했다.
얼굴을 마주보고나서 신지와 아스카가 거실에 들어가자, 겐도우가 서 있었다.
"신지, 오늘부터 가족이 늘었다."
갑자기 그렇게 말했다.
"에."
"아야나미 레이군이다." <- ...자기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직위가 낮은 여성 (혹은
여자아이) 를 부를 때, 「―군」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겐도우처럼 약간 딱딱한 분위기의 남자
일 때, 그렇게 부르는 경우가 많죠. 응∼우리식으로 하
자면 「미스―」쯤 되겠죠. 하지만, 여기서는 14살이니
그냥 「―군」으로 하겠습니다. 「―양」이라고 해도 되
지만, 겐도우의 성격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겐도우의 등 뒤에서 그 전학생이 나타난다.
"잘 부탁..."
"아~~~~~~~~~~~~~~~~~~~~~~~~~~~~~~~~~"
신지, 아스카, 레이는 동시에 외쳤다.
"너, 너는..."
"너, 넌..."
"너희들..."
세 사람은 굳어 있다.
"뭐야, 학교에서 만났었군."
겐도우가 재미없다는 듯이 말했다.
"신지, 벌써 친구가 된거니?"
유이가 차를 가지고 왔다.
"친구고 뭐고...."
멍하니 있는 세 명을 내버려두고 겐도우가 차를 마신다.
"레이군은 나의 오랜 친구의 딸이어서 말이다, 그가 해외로 가게되어서 집에서 맡기
로 했다."
"그것뿐만이 아니야. 레이양의 엄마는 내 사촌이거든. 그러니까 신지와 레이짱은 육
촌쯤 되는 건가?"
"몹시 기뻐보이는데요."
신지가 말하자,
"아버지도 엄마도 여자아이를 갖고 싶었거든."
겐도우는 그렇게 대답하고 차를 단숨에 죽 들이켰다.
"그, 그랬군요."
신지도 그 이상 대답할 도리가 없다.
"셋 다 앉지 그러니?"
유이가 말하자, 아스카와 레이도 제정신이 들었다.
"어째서 네가 신지의 집에 있는거야?"
"어쩔 수 없잖아. 오늘부터 여기 살게 됐어. 너야말로 어째서 이런 곳까지 온거니.
역시 사귀고 있지?"
"나, 나는 아주머니께 부름을 받아서 왔을 뿐이야. 집도 바로 옆이고."
"흐응∼∼. 그래?"
그 뒤로는 말없이 서로 째려본다.
신지에게는 시선의 불꽃이 튀는 것처럼 보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레이와 아스카의 주고 받음을 유이와 겐도우는 즐거운듯이 보고 있다.
"역시 좋군∼"
"그래요."
"뭐가 좋다는 거예요."
신지가 추궁한다.
"이거야말로 여자애의 묘미가 아니냐. 좋아하는 남자를 사이에 두고 말싸움이라니
... 설마 생으로 볼 수 있을 줄이야. 나는 지금 감격하고 있다. 그렇지, 여보?"
"그럼요."
그러나 겐도우와 유이의 멍청(ぼけ)은 강렬했다. -> ...뭐라고 해야하지? ぼけ...
뭐라고 딱 집어서 해석할 수가
없군요. 응∼ 상황을 봐서 이
해를 하시길...-.-i
일단, 앞으로도 「멍청」으로
하겠습니다. 적절한 단어가 떠
오를 때 까지는...
"더 보고 싶지만, 그건 후일의 즐거움으로 간직해두지."
"그러죠. 둘 다, 그 정도로 해두지 그러니. 차가 식어버리잖아."
유이의 말에 둘의 째려보기 경쟁은 휴전되었다.
"흥."
눈을 딴 데로 돌릴 때의 한 마디가 멋지게 싱크로하고 있는 것을 깨달은 신지는 묘
한 부분에서 감탄했다.
"뭐, 어쨋든 레이군은 오늘부터 가족이 된다. 방은 신지의 옆방. 아스카군도 사이좋
게 지내 줬으면 좋겠군."
"어째서 이런 녀석과..."
목구멍까지 올라온 한 마디를 참는 아스카.
"괜찮아. 난 잠버릇도 나쁘지 않고, 코를 골거나 이빨을 갈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한가하게 신지에게 말하는 레이.
"이제부터 어떻게 되는 걸까."
레이·아스카·켄스케에 토우지, 여러 얼굴이 머리 속에서 빙글빙글 도는 신지.
세 사람의 생각과는 달리, 겐도우와 유이만은 태연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 이 글은 나우누리 애니메이션 동호회 ACE 에 홍승표 님이 번역 연재중인 소설입니다.
*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일본의 (C)GAINAX 의 작품입니다.
*Genesis Q」는 成重貴幸씨의 인터넷 홈페이지인 「Genesis Q」
에 연재중인 에반게리온 팬 픽션 소설임을 밝히는 바입니다.
* E-mail= nary@big.or.jp
* URL= http://www2.big.or.jp/~nary/shumi.html
* 이 글을 다른 곳에 옮기고자 하실 때에는 사전에 연락을 주시길... < 홍군=승표 >
첫댓글 처음 부분이 내가 예전에 썼던 미연시 시나리오 ' One Love ' 랑 비슷하네.. 괜찮은 시츄에이션이라고 생각했는데 저님도 같은 생각을 했다니..
-.
앗, 이거! 에바 만화책(동인물 같은거)이랑 비슷하다! 소꿉친구인 신지와 아스카, 의문의 전학생 레이와 그 잘생긴 소년(이름이 뭐였더라?)!! 그리고 에바에 올라타는 네사람! 꽤 재밌었는데... 5권완결의.. 앞으로 잘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