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덩달아 좋은 날
목탁 김한규
카네이션이 소담스레 담긴 작은 꽃바구니
내 공부방 단수위에 자리잡고
늦은 밤까지 내 옆에서 웃고 있었다
오늘이 어버이날
나는 내 어메, 아부지께 드리지 못한 꽃
내가 내 딸 아들로부터 받았단다
아부지는 청송 땅 양지바른 산모퉁이에
편안한지 불편하신지 누워계시고
어머니는 꼬부랑 할머니되어
안동 땅 시골에서 흙냄새와 더불어 살아 계신다
내 딸 아들로부터
내 아부지 어메를 생각케하고,
내가 그러하지 못했던 일들이 가슴저려오누나
'나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내 어릴적 호롱불 밑에서, 들에서 힘들게 일하시고
저녁나절 누워 계시는 어메한테 이 노래 눈물섞어 불렀지
내가 내 딸 아들한테서
초코렛 하트 모양의 예쁜 케익에 촛불 두 개 켜 놓고 그 노래를 듣고 있나니
카네이션이 소담스레 담긴 작은 꽃바구니
나 혼자만의 공간에 자리잡고
밤이슬 촉촉할 때까지 잠자지 않고 기다리고 있네
오늘이 너의 생일날
나는 너희에게 작은 선물 하나 주지 못했는데
너희는 나에게 좋은 꽃 좋은 便紙 써 주었구나
너는 어엿한 여고 1학년
동생은 늠름한 초등학교 5학년
주연이가 준 카네이션은 너무 예쁘고
수현이가 쓴 편지는 참 표현력도 좋더라
주연이의 고운 마음
수현이의 애틋한 심정
참 좋은 내 딸 아들이구나
너희들도 이다음에 아버지 어머지 되거든
너희들과 똑같이 좋은 아들 딸 키워야 한다
오늘은 어버이날
주연이 생일날
그리고 덩달아 좋아하는 수현이의 날이기도 하구나
2000年 05月 08日 木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