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한나라당은 2일 난상토론 형식의 연찬회를 비공개로 열고 4.27 재보선 패배에 따른 당의 전면적 쇄신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날 쇄신방향은 그동안 당을 장악해온 친이계 주류 측의 퇴진론에 힘이 실린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퇴진론은 이명박 정권 2인자 자리를 놓고 다툼을 벌이는 이재오 특임장관과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까지 겨냥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실제 이성헌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이번에 보선 결과 패배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한나라당 지도부가 전원 사퇴하지 않았나. 또 청와대 임태희 실장도 사표를 냈다고 하는데, 특임장관실도 정무적인 판단을 했던 곳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재보선 참패) 책임을 지는 게 필요하지 않느냐"며 "이재오 장관이 책임을 져 주는 모습이 당을 위해서도 필요한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친박계 중진 이경재 의원도 같은 날 CBS 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청와대 일부와 이재오 특임장관 등 친이주류가 총선, 대선을 (앞두고) 깔아놓은 비선조직이 있고, 그래서 비판이 제기될 것"이라며 "과거 자기들이 저질러놓고 자기들이 결국은 똑같은 얼굴로 변한다면 국민들이 무슨 신뢰가 있겠느냐 그런 측면에서, 뭐 꼭 친박이 아니라도 좀 그동안에 책임졌던 분들은 2선으로 물러가고 새로운 역할을 맡도록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친이계 핵심인 정두언 최고위원 역시 전날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신뢰를 잃고 지지도를 깎아 먹는 사람은 뒷자리에 계셔야 한다"고 이재오-이상득 의원을 직접 겨냥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이제 우리 모두 죽을 때가 왔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정치가 비뚤어지고, 누가 2인자인양 호가호위(狐假虎威)해도 제어가 안 되고, 대통령 권위와 체면이 구겨지고 있어도 (정치를) 처삼촌 묘 벌초하듯 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쇄신의 칼날은 이재오-이상득 등 정권 실세들만 겨냥하고 있는 게 아니다.
당내 개혁소장파 의원 모임인 ‘민본 21’은 그동안 당을 장악해온 친이 주류 핵심세력 모두를 쇄신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실제 `민본21'은 이날 오전 긴급 간담회를 갖고 그동안 당 전면에 서온 주류 측의 `2선 후퇴'가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들 소장파 의원들은 원내대표 경선에 “친이 주류가 나서면 안 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었다.
심지어 소장파 모임인 민본21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세연 의원은 "주류 아바타에서 또 다른 주류 아바타로 바뀌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서는 친박계도 같은 생각이다.
현기환 의원은 의총에서 “친이 주류는 이제 빠져야 한다”며 “중립적 인사들이 역할을 하는 게 수순”이라고 주장했다.
또 구상찬 의원은 “이 상태라면 내년 총선에서 서울은 다 죽는다”며 “젊고 중립적인 사람들로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원내대표 경선 출마의사를 가지고 있는 중립 진영의 황우여 의원과 이주영 의원의 후보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실제 남경필·구상찬·김성식·정태근 의원 등 수도권 의원들은 전날 저녁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모여 “6일 치러지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이재오계인 안경률, 친이상득계인 이병석 의원 가운데 한 명이 당선되면 당의 쇄신을 꾀할 수 없다”며 비주류 출신으로 원내대표에 출마한 황우여, 이주영 의원의 단일화를 촉구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원내대표 후보로, 또 한 사람은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나 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주류 측은 이날 연찬회에서 침묵으로 일관하면서도 여전히 친이계 주도의 국정운영 기조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상당기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영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