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행복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인사를 할 때도 행복이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아마도 행복해지기를 원해서 그런 것 같다.
가끔 딸이랑 손녀랑 공원으로 산책을 간다. 지난주에 함께 산책을 하며 내가 글을 한번 써 보고 싶다고 했더니 딸이 말했다. "글에는 무엇인가 절실한 결핍이 담겨서 상대방에게 감동을 줘야 하는데, 아빠는 그러기엔 인생을 평범하게 살아왔으니 일기나 써." 그래, 난 굴곡 있거나 치열한 인생을 살지는 않았다. 지금처럼 소소하게 살아왔을 뿐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게 행복이란다.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생각해 본다.
나는 공원에서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좁은 길을 걷다 들에 핀 야생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곳에는 노래하는 참새와 비둘기도 있다. 물이 흐르는 곳에 잉어나 송사리들이 이리저리 헤엄쳐 다니는 것을 손녀와 함께 바라보는 순간도 즐겁다.
미끄럼틀 앞에서 고양이를 만났다. 손녀가 억새를 꺾어 앞에서 아른거리니 고양이가 조심스럽게 앞발을 뻗으며 잡으려 한다. 억새를 확 잡아당기자 고양이가 쫓아온다. 그 모습이 퍽 재미있다.
바람이 불자 단풍잎이 춤추듯 땅에 내려앉는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부스럭 소리가 난다. 정겨운 소리다. 연못에는 오리가 두 발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연잎 사이를 유영한다. 아이들은 나뭇잎, 도토리 깍지, 흙을 가지고 소꿉놀이를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열심히 만들어 이름을 붙인다. 그렇게 노는 모습이 귀엽다.
둘레 길을 걸으며 손녀에게 커서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물었다. 비행기 승무원이 되려다 비행기 사장으로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이유를 물으니 엄마를 마음껏 해외여행 시켜주고 싶어서라고 한다.
손주들이 동화책 읽는 것을 볼 때 기분이 좋다. 나 역시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수필과 시 쓰기 수업을 듣는 것도 좋다. 도서관에서 책을 골라 읽다 공감 가는 문장을 발견하는 순간을 좋아한다. 그 문장을 필사하는 것도.
친구들과의 만남을 좋아한다. 담소를 나누며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참 좋다. 노래는 잘 못해도 다른 사람의 노래를 듣는 것은 좋아한다. 아침에 일어나 가벼운 운동을 하고 걷는 것을 좋아한다. 빠르게 걷기보다 천천히 걷는 것이 좋다. 봄꽃과 가을 단풍을 좋아한다. 전철을 타고 천천히 흘러가는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화려하기보다 내 몸에 꼭 맞는 푸른색 옷을 좋아한다. 김장할 때 먹는 배추쌈을 좋아하고 대추와 사과, 뭇국을 좋아한다.
여전히 어머니가 곁에 있고, 형제와 자녀들이 열심히 살고, 재롱 피우는 귀여운 손주들이 있어서 좋다. 아직도 배우고 느낄 것이 많아 감사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며 쓰다 보니 역시, 행복해진다.
종종 큰 행복을 찾으려다 작은 행복을 놓친다고 한다.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고도 한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도 소확행을 생각한다. 딸이 말한 것럼 일기를 한번 써 볼까.
오늘의 소확행으로 행복 일기장을 하나 마련해야 겠다.
이흥근 | 경기도 부천시
항아리를 보지 말고, 속에 들어 있는 것을 보라. _ 탈무드
매일
하루하루는 한 장의 편지
저녁마다 우리는 그것을 봉인한다
밤이 그것을 멀리 나른다
누가 받을까
라이너 쿤체, 전영애·박세인 옮김, 《은엉겅퀴》, 봄날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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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동트는아침 님 !
고운 걸음 감사합니다 ~
희망찬 새봄을 맞아
행복한 주말보내시고,
늘 강건과 하시는 일
만사형통을 기원합니다
~^^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감동방에 좋은 글 늘 고맙습니다
오늘도 미세 먼지가 가득 하네요
건강 잘 챙기시고 좋은 일 많은 불 금 보내세요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반갑습니다
핑크하트 님 !
다녀가신 고운 걸음
소중한 멘트 감사합니다 ~
희망 가득한 새봄을 맞아
늘 건승하시고, 기쁨과
행운이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