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란 부르주아시민혁명에 의해 수립된 부르주아지의 정치적 지배 체제인 '고전적 자유주의의 발전된 형태'이며, 독점자본주의의 성립과 더불어 그 완성된 형태가 출현하여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선진국 국가 독점자본주의의 정상적인 정치적 상부 구조 형태로 정착한, 그러나 그 역사적 관철 형태가 억압적·권위적인 독점부르주아적 국가 체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점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그러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종속적 국가 독점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결코 독점부르주아지의 계급적 지배에 적합한 정치 체제가 되지 못한다. 따라서 한국과 같은 종속적 국가 독점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독점부르주아지의 헤게모니적 지배 체제인 자유민주주의도, 더욱 이 자유민주주의의 '개량된 형태'인 사회민주주의도 객관적으로 보아 실현되기 어렵다. 이 문제에 대해 상론하는 것은 본고의 범위를 벗어난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의 문제와 관련하여 다음의 두 가지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흔히 주장되는 것과는 달리 자유민주주의는 아무런 계급적 내용을 지니지 않거나, 또는 모든 계급적 내용을 포괄하는 '정치적 민주주의' 또는 '절차적 민주주의' 그 자체가 아니다. 왜냐하면 자유민주주의의 절차적 민주성이란 부르주아민주주의의 계급성을 관철하는 '형식'으로서 그 계급적 내용과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를 단순히 '정치적 민주주의' 또는 '절차적 민주주의'로 파악하는 것은 정치 현상의 '내용'과 '형식'을 통일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과학적 인식 방법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자유민주주의에서 나타나는 특정한 정치적 형식들 내지 특정한 '부르주아민주주의적 형식들'은 민주주의를 쟁취하려는 노동자계급을 중심으로 하는 피지배 대중의 투쟁에 의해 창출된 측면들을 아울러 지니고 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민주적 형식들은 노동자계급이 독점부르주아지에 대항하여 싸우는 과정에서 그들의 강력한 정치적 무기로써 기능 한다. 나아가 자유민주주의가 역사적 현실 속에서는 파시즘적 요소를 내장한 권위적·억압적 형태의 자유민주주의로 구현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선진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서도 민주주의를 확대·심화하기 위한 투쟁 내지 일반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은 노동자계급의 투쟁에서 매우 커다란 중요성을 지닌다. 이러한 투쟁은 그러나 그 자체로서는 부르주아민주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둘째, 노동자계급을 중심으로 하는 피지배 대중의 투쟁에 의해 창출된 자유민주주의가 지닌 특정한 '부르주아민주주의적 형식들'은 민주주의를 쟁취하려는 그들의 투쟁이 가져온 중요한 역사적 전취물이다. 이 점에서 이러한 전취물들은 노동자계급과 인민 대중의 민주주의를 완성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그 토대가 되어야 할 소중한 역사적 유산이다. 그러나 그러한 민주적 형식들은, 그것이 바로 부르주아민주주의에 의해 '수용'된 정치적 형식이라는 계급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한 기초는 될 수 있지만, 민주주의의 초역사적·초계급적 형식으로서 절대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점에서 민주주의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실질적인 내용이 확보되면서 동시에 '형식' 면에서도 부르주아민주주의의 민주적 형식들이 지닌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민주적 형식들이 부단히 탐구되고 창출되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