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명, 가족 26-1, 새 마음으로 시작합니다
“5, 4, 3, 2, 1!”
스마트폰 화면 너머 사회자가 힘찬 목소리로 새해를 알렸습니다.
춥다고 하던데 목도리며 귀마개까지 두른 사람들이 즐거워 보입니다.
올해는 따뜻한 거실에서 새해를 맞았습니다.
60초짜리 1분 하나로 한 해를 구분한다니 재미있습니다.
1분 전과 후의 나는 그대로인데, 눈으로 보이는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어쩐지 새 마음이 가득 들어찬 것만 같습니다.
‘올해 몇이더라?’ 생각하다 일의 변화를 깨닫습니다.
2026년 1월 1일, 정석명 씨를 전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사업가가 되어 맞는 아홉 번째 해입니다.
이제 알지요, 압니다.
내가 있어야만 하는 일보다 내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걸요.
내가 아니어도 나의 동료는 누군가를 뜻 세워 마음 다해 지원할 테고,
내가 아니어도 그 사람은 당신 몫 다하며 살아갈 테지요.
그렇다고 슬프거나 허탈한 건 아닙니다.
사람살이와 사회사업이 누구와 비교하여 이루는 일은 아니니까요.
당사자와 사회사업가,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곳곳에 남아
다음 시작을 위한 흙이 되었을 테니까요.
그래서일까요? 해가 갈수록 더 잘하고 싶습니다.
시간의 구분으로도 결판을 낼 수 없는 시설 사회사업을 무겁게만 느끼던 때도 있었지요.
지금은 아닙니다.
바로 그 점이 우리 일의 매력이지 않을까 해요.
‘날마다 새롭고 새로운 일’이라 했나요? 과연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담담하고 진중하게, 동시에 산뜻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았습니다.
정석명 씨는 여기 없습니다.
대구 본가에서 일주일 머물기로 했습니다.
그사이 새해가 되었고 아쉬운 시간이 금세 흘렀습니다.
전담 직원으로 만나는 첫날을 하루 앞두고 밴드를 찾았습니다.
앞서 어머니와 누나에게 인사했습니다.
전임자 임우석 선생님과 정석명 씨를 본가에 모셔다드리고 돌아온 날이었습니다.
이렇게 썼습니다.
정석명 씨 어머니, 누님께 메시지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인사드린 월평빌라 정진호입니다.
가족분들께서 알고 계신 것처럼
2026년 새해부터 정석명 씨를 전담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2018년 입사해서 사회사업 4팀 간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올해 한 분을 지원했고, 내년에도 정석명 씨 한 분 지원합니다.
임우석 선생님이 일하셨던 것처럼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9시부터 18시까지 근무합니다.
지난 6년, 임우석 선생님께서 여러 동료에게 귀감이 될 만큼
정석명 씨 지원에 애쓰셨던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가족분들 아쉬움이 크시겠다고 짐작합니다.
잘 살펴 돕겠습니다.
차츰 염려 대신 정석명 씨 사는 모습 지지하는 데 마음 쓰실 수 있도록
성심껏 지원하겠습니다.
저를 잘 소개하고 싶은데, 이런저런 말보다 앞으로 지원하는 모습,
가족분들께서 직접 보시는 편이 더 분명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월평에서는 입주자분들 기록 엮어 책 만드는 일과 몇 가지 사업을 맡고 있고,
여러 연수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내용을 나누고 있습니다.
여러 일에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 이 번호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자주 소식 나누겠습니다.
본가에 있어 정석명 씨가 좋으시겠습니다.
가족분들께서도 평안한 저녁 보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월평빌라 정진호 올림.
「2025년 12월 30일, 가족에게 보낸 메시지」 발췌
월평빌라 웹사이트 ‘월평 출판물’ 게시판 링크를 덧붙였습니다.
‘어느 글 한 편이 좋을까, 어느 사진 한 장이 좋을까, 아니면 영상 한 편?’ 하다가
거기에 제가 쓴 글이 많았습니다.
순전히 잘 보이고 싶은 마음으로 그렇게 했습니다.
전담 지원에 직접적인 이야기가 아니어서 조금 더 갔나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잘 보여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석명 씨 가족 말고 또 누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좋습니다.
나의 일에 중요하다면 얼마든 할 수 있습니다.
‘내년부터 석명이 맡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임우석 선생님과 6년 동안 함께해 정이 많이 들고 의지도 많이 했습니다.
이제 선생님과 함께하려고 합니다. 석명이가 덩치에 비해 예민한 성격이라 조금 걱정입니다.
선생님과 빨리 적응하고 월평에서 잘 지냈으면 합니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연락 감사드립니다. 어제 대구까지 석명이 데려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이제부터 석명이 잘 부탁드립니다. 올해 잘 마무리하시고 내년도 좋은 한 해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누나
하루 지나 답장을 받았습니다.
그간 일하면서 ‘응원과 지지’라는 말을 참 많이 썼는데요.
여러 말이 오늘의 응원과 지지가 되어 다가왔습니다.
글을 썼습니다.
다가오는 시간을 기대하며 한 줄 한 줄 썼습니다.
안녕하세요? 정진호입니다.
새 마음으로 새로운 한 주를 시작했습니다.
어머니와 누님 메시지 읽으며 큰 힘을 얻었습니다.
응원과 격려 말씀,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정석명 씨 잘 지내시지요?
매일 아침, 지난밤 당직 근무한 동료가 공유하는 인계를 확인합니다.
대구 본가에서 외박 중이라는 내용을 읽을 때마다 정석명 씨 좋겠다 싶으면서
동시에 여러 일 살펴 기꺼이 감당하시는 가족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 정석명 씨 없는 정석명 씨 집을 청소했습니다.
서사호 아저씨와 함께했습니다.
오늘은 정석명 씨 돌아올 날 준비하며 식단표 출력해 집 냉장고에 붙여 두었습니다.
식사할 때마다 메뉴 보며 확인하시죠.
본격적으로 전담 지원을 시작한다는 생각에 살짝 긴장하며 떨렸습니다.
내일 14시쯤 거창에서 출발해 정석명 씨 귀가 도우려 합니다.
16시 30분에 경북대학교치과병원 예약이 있어 오가는 길, 간호사 함미정 선생님도 동행합니다.
든든합니다.
본가에서 정석명 씨 만나 치과 진료까지 보고 거창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내일 아침에 어머니께 전화드려 구체적인 시간 다시 여쭈겠습니다.
필요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해 주세요.
평안한 저녁 보내시기 바랍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2026년 1월 5일, 밴드 게시글」 발췌
냉장고에 붙은 식단표를 잠깐 바라보았습니다.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제 시작합니다.
궁리하고 좌절하며 다시 기대하지 않을 수 없을 걸 다 알면서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잘해 보겠습니다.
2026년 1월 5일 월요일, 정진호
잘해 보겠다는 마음가짐이죠. 응원합니다. 신아름
정진호 선생님의 ‘새 마음으로 시작합니다’를 읽으니, 월평에서 전담 입주자 변경이 얼마쯤 부서 이동이나 업무 변경 혹은 전근 같은 무게가 있어 보입니다. 인간은 어떤 변화든 우선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하죠. 입주자 변경으로 마음을 새롭게 한다니 고맙습니다. 잘할 거라 믿으며 응원하고 또 기대합니다. 월평
첫댓글 올해는 다른 느낌의 기록이네요. 그 느낌이 무엇인지 다 말할 수도 없을 것 같고, 말해서도 안 될 것 같아요. 이 기록에서는 오롯이 정진호 선생님 마음을 따라가 보고 싶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저도 잘 할 수 있고,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고 기대하는 마음이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