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 도덕 경찰 폐지와 히잡 의무화 해제 가능성 일축
이란 EMERiCs - - 2022/12/09
☐ 이란, 도덕 경찰 폐지 여부 두고 상반된 보도 나와
◦ 이란 고위 인사들의 도덕 경찰 폐지 언급, 실제 여부를 둘러싼 논란 촉발
- 12월 3일 모함마드 자파르 몬타제리(Mohammad Jafar Montazeri) 이란 검찰총장이 도덕 경찰은 사법부와는 무관하며, 내무부에 의해 폐지되었다고 언급하면서 도덕 경찰 폐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촉발되었다. 도덕 경찰은 2006년 당시 대통령이었던 강경 보수 성향의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Mahmoud Ahmadinejad) 대통령에 의해 여성의 히잡 착용을 감시하고 비도덕적인 행위 등을 단속하기 위한 목적으로 내무부 산하에 설치된 기관이다.
- 이에 외신들이 이란 정부가 도덕 경찰을 폐지했다고 보도하자, 이란 국영 언론들은 즉각 반박 보도를 냈다. 국영 알알람(Al-Alam) 채널은 몬타제리 총장의 발언이 잘못 해석되었다고 보도하며 해당 발언이 도덕 경찰은 사법부와 무관하다는 뜻일 뿐 도덕 경찰의 폐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란 학생뉴스네트워크(Student News Network) 또한 외신 보도가 잘못되었으며 히잡 착용은 여전히 법으로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 도덕 경찰 폐지 여부와 무관하게 이란 정부의 사회 통제 의지는 분명한 것으로 분석
- 도덕 경찰 폐지가 실제인지와는 무관하게 이슬람 규범에 따라 사회를 통제하려는 이란 정부의 의지는 분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몬타제리 검찰총장은 이슬람 규범 준수에 대한 사법부의 통제는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으며, 알리 칸 모함마디(Ali Khan Mohammadi) 도덕규율감독위원회 대변인은 정부가 이슬람 규범 준수를 감독할 새로운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수도 테헤란에서는 히잡을 쓰지 않은 채 거리를 다니는 여성들의 수가 많아졌지만, 이란 당국은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들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대신 감시카메라 등을 이용해 히잡 착용 규범을 위반하고 길을 다니거나 운전하는 여성들에게 벌금을 부과하거나 차량을 압수하는 등의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보도했다.
☐ 이란 고위 인사들, 개혁 필요성 시사하는 발언
◦ 히잡 의무화 법안을 재검토하겠다는 발언 두고 여러 해석 제기
- 앞서 12월 1일 몬타제리 검찰총장은 현재 이란 정부와 의회가 히잡 의무 착용 법안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에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유지되던 여성의 히잡 착용 의무화가 완화되거나 폐지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었다.
- 그러나 히잡에 대한 이란 보수파 인사들의 강경한 입장에는 변화가 없으며, 법안 재검토는 규제 방식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일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호세인 잘랄리(Hossein Jalali) 이란 국회 문화위원회 소속 의원은 이란 콤(Qom)에서 열린 히잡 지지 시위에 참석하여 히잡 착용과 이슬람 규범 준수를 의무화하는 법안에서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이며, 히잡은 이슬람 공화국의 국기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잘랄리 의원은 히잡을 올바르게 착용하지 않은 여성에게 SMS를 통해 문자로 경고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은행 계좌를 동결하는 방식과 같은 현대 기술을 이용한 규제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이란 정권 주요 인사들, 개혁과 변화 필요성 언급하기도
- 알리 라리자니(Ali Larijani) 전(前) 국회의장은 히잡 의무화 법안을 재검토하고 이번 시위에는 정치적, 사회적 원인이 있음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라리자니 전 의장은 또한 히잡을 법으로 의무화하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라리자니 전 의장은 최근 이란 중도파와 개혁파를 이끌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
- 정권 내부 인사들도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모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Mohammad Baqer Qalibaf) 이란 국회의장 역시 개혁 필요성을 지적했으며, 엣자톨라 자르가미(Ezzatollah Zarghami) 이란 관광부 장관 또한 여성들이 히잡을 쓰지 않는 것이 혁명을 위협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며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개혁을 시사하는 발언이 시위 동력을 약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제기
◦ 개혁을 시사하는 정권 인사들의 발언, 시위 동력을 약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 제기
- BBC는 도덕 경찰 폐지와 히잡 규제 완화가 실제로 이루어지더라도 이란 정권에 대한 국민의 근본적인 불만이 해소되지 않는 한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수준까지 나아간 시위가 가라앉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 이란 인권운동가인 마시흐 알리네자드(Masih Alinejad)는 도덕 경찰 폐지 발언이 시위 동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며, 이란 정권은 이번 시위 전에도 여러 차례 도덕 경찰을 폐지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인권센터(Center for Human Rights in Iran) 이사인 하디 가에미(Hadi Ghaemi) 또한 몬타제리 검찰총장의 발언이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전략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가에미 이사는 또한 현 시위가 히잡 문제를 넘어서 이란의 현 정치 체제 자체에 대한 도전으로 확대되었다고 강조했다.
◦ 저항의 상징이 된 히잡 착용 거부 움직임, 이란 정권의 지배력에 위협
- 다비드 리굴레로즈(David Rigoulet-Roze) 프랑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Institut de Relations Internationales et Stratégiques) 중동 전문 연구원은 히잡 의무화가 이란 정권에 매우 큰 상징성을 가지고 있으며, 정권이 히잡 문제에서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리굴레로즈 연구원은 히잡에 대한 국민적 반감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을 건넜으며, 결정적 시점이 다가오고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히잡 착용을 포기할 수 없으면서도 국민적 불만을 달래야 하는 딜레마와 관련하여 미국의 아랍 걸프국가 연구소(Arab Gulf States Institute) 선임연구원인 알리 알포네(Ali Alfoneh)는 이란 정권이 히잡 의무화 법안을 명시적으로 바꾸기보다 법에 따를 것을 강제하지 않는 길을 택해 국민을 자극하지 않는 방안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 감수 : 김은비 국방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Iran International, Iran Regime Plans To Pursue Mandatory Hijab By New Methods, 2022. 12. 07.
AP, Confusion over Iran’s religious police as women drop hijab, 2022. 12. 06.
BBC, Uncertainty over Iran’s morality police after official's 'disbanded' remarks, 2022. 12. 06.
France 24, Iran’s protest movement: 'The tipping point isn't far away', 2022. 12. 06.
TIME, Was Iran’s Morality Police Really Abolished? What We Know, 2022. 12. 06.
The New York Times, What Does Disbanding the Morality Police Mean for Iran?, 2022. 12. 05.
Al-Jazeera, Iran prosecutor general signals ‘morality police’ suspended, 2022. 12. 04.
MEMRI, The Political Elite's Inner Struggle In Iran: Larijani's Comeback To Save The Islamic Republic From The Ultraconservatives, 2022. 11. 30.
Middle East Eye, Iran: More and more officials are suggesting reform to appease protesters, 2022. 1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