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명, 가족 26-3, 한 주 수고하셨어요
“네, 어머니.”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우리 명이 어때요? 잘 지내고 있어요?”
“궁금하실까 봐 밴드에 제가 일부러 더 세세하게 올렸습니다.
방금 전에는 어머니가 주신 간식 먹는다고 해서 찬장 열어 드리니까 크라운산도 가져가셨어요.”
“명이가 크라운산도 좋아하네요.”
“그렇더라고요. 본가 다녀오고 나서 계속해서 잘 지내고 계시고요,
어머니가 염려하신 것처럼 임우석 선생님 소식을 몇 번 물으셨어요. 제가 계속 설명해 드렸거든요.
그러니까 석명 씨가 ‘임우석 선생님 와요?’, ‘정진호 선생님 와요?’, ‘임우석 선생님 비행기 탔어요.’ 하시더라고요.
제가 느끼기에는 여러 상황을 계속 말하면서 받아들이려고 하시는 것 같다 싶었어요.”
“그렇죠. 아직은 조금 힘들겠죠.”
“그런 것 같아요. 동료들에게 부탁한 게 있는데요.
석명 씨가 임우석 선생님 소식을 궁금해하면 ‘안 와요, 안 돼요, 바뀌었어요.’ 하지 말고,
내년에 오신다고 이야기해 달라고 했거든요.
임우석 선생님한테 듣기로도 긍정적으로 답변하면
그 대화에서는 잘 받아들이시는 것 같다고 해서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맞아요. 명이한테는 ‘안 돼요.’ 하면 되게 싫어하거든요.”
“네, 어머니. 방금도 저한테 ‘토요일에 산에 가요.’ 하시길래
제가 ‘토요일은 제가 쉬어서 우리 월요일에 가요.’ 하니까 다른 대답 없이 집으로 돌아가셨어요.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요.”
“아이고, 다행이네요. 이해는 할 거예요. 안 그래도 임우석 선생님 소식 듣고 저도 생각을 했거든요.
임우석 선생님이 계시면서 다른 분을 지원하는 게 좋은 건지, 없는 게 좋은 건지,
처음에는 되게 신경이 쓰였거든요.”
“그렇죠. 아무래도 바뀌는 시점에 상황마다 여러 장단점이 있겠네요.”
“네, 네. 임우석 선생님이 계시는데 다른 분을 지원하면, 그것대로 또 명이가 힘들어할 것 같고 그랬어요.”
“그러네요. 그랬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며칠이지만 한 주 잘 보냈습니다.”
“그래요, 다행이네요. 명이가 뒷북 치는 게 조금 있어서 잘 넘어가야 할 텐데, 그렇네요.”
“괜찮습니다. 잘 챙기겠습니다, 어머니.”
“네, 네. 아이고, 선생님. 한 주 수고하셨어요.”
“어머니, 고맙습니다. 들어가세요.”
“네, 선생님.”
저녁 식사를 앞둔 오후, 정석명 씨 어머니 전화를 받았습니다.
정석명 씨가 월평으로 귀가한 후로 처음 받는 전화여서 무슨 일일까 싶어 긴장하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전화는 수화기 너머로 표정이 보이지도 않는데 열심히 웃고 울게 되는지,
말하면서 자꾸만 어디를 돌아다니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2분 45초, 어머니와 통화하는 동안 한참 걷고 열심히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지원한 지 한 주 되어 가족 전화에 격려받은 일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한 주 수고하셨어요.” 어머니 말씀에 기분 좋게 달아오른 얼굴이 만족스러웠습니다.
오래전 이곳으로 오게 했던 책 『월평빌라 이야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잘 돕는다고 직원이나 봉사자가 대신 아파하고 슬퍼하고 기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사자의 아픔, 슬픔, 기쁨마저 사회복지사나 봉사자가 대신 하게 하는 일을 어찌 잘 돕는다 하겠습니까?
가급적 부모님, 친구, 형제자매, 이웃에게 부탁드려 그분의 일로 여기게 도와야 하지 않을까요?
어머니의 눈물을 어머니께 드리는 게 잘 하는 겁니다.’
사람을 도우며 드는 여러 감정을 삭이며 사회사업가의 본분을 찾으려 애쓸 때, 종종 이 문장을 떠올렸습니다.
대신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마음에 새기고 또 새기면서요.
오늘도 같은 대목을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다른 이유였습니다.
선을 지키려는 사회사업가의 몸부림보다 어머니 마음에 감사하는 쪽이었다고 할까요?
사회사업가의 책임은 당사자의 눈물과 웃음을 끌어안는 데 있지 않고, 사회사업에 있음을 압니다.
지난 시간을 지나오며 깊이 이해했습니다.
그럴 수 있게 건네는 어머니의 질문과 격려가 응원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머니와 나눈 2분 45초가 꼭 그랬습니다.
2026년 1월 9일 금요일, 정진호
어머니께서도 정진호 선생님이 큰 힘이 되시겠죠. 신아름
‘선을 지키려는 사회사업가의 몸부림보다 어머니 마음에 감사하는 쪽이었다고 할까요?’ 월평 동료들에게 종종 듣는 말이 있습니다. ‘입주자의 가족 관계를 지원하며 나의 가족 관계를 돌아보고, 입주자의 둘레 사람과 관계를 지원하며 나의 인간관계를 돌아보고, 입주자의 사람 구실을 거들며 내 삶을 돌아본다.’ 우리 하는 일이 그런 것 같습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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