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돌 소녀 / 권성훈
강원도 하늘 내린 인재군 기린면 구름동
산 아래 긴 목을 가진 소녀가 살지
집 나갔던 엄마 방향으로 목덜미를 세워 바라보다 잠이 들었던
몽글이라는 까만 말을 만지작거리는 구름 담장 넘어올수록
튼튼하게 젖은 뼈대가 자라나고
점이었다가 점점 모호하게 달아나며
물방울같이 터지고 싶었던 사연들로
방치된 예보를 숨긴 날씨 고개 드는 편집된 회색 감정
어제는 동쪽에서 서쪽을 지나가고
오늘은 남쪽에서 북쪽을 거닐다가
하늘에 차려진 구원이라고 믿어버린 신점같이
기억 바깥에 있는 것이 더 선명하게 흘러가는 것이니
언제나 화면을 여는 것은 둥근 쪽
돌아오지 않을 불완전한 우울로 얽히어 구르기 좋은
한 뼘 더 멀어진 기다림조차 닿지 않아도
뿌리 없는 뭉개 잎사귀가 아이처럼 늘어만 가지
ㅡ 웹진 《시인광장》 2024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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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성훈 시인(평론가)
한신대 종교학과 졸업, 경기대 대학원 국문학과 박사, 고려대 국문학과 박사후과정 수료
2002년 《문학과 의식》 시, 2013년 《작가세계》평론 등단.
시집 『유씨 목공소』 외 2권
저서 『시치료의 이론과 실제』 『폭력적 타자와 분열하는 주체들』 『정신분석 시인의 얼굴』.
편저 『이렇게 읽었다―설악 무산 조오현 한글 선시』 등.
젊은 작가상, 열린시학상, 한국예술작가상 수상.
현재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 경기대 융합교양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