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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기획연재·2___시와 과학의 만남
수백억 광년의 사랑
김익진
■반쯤은 시적인 과학적 사유
우리의 푸른 행성은 환상적인 유인 우주선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맘대로 운전할 수도 없고, 멈추게 할 수도 없다. 광활한 우주 공간을 날고 있는 이 푸른 행성에 탑승과 정착은 각자 조금씩 다르다. 이 우주선의 노선과 목적지는 아무도 모르며, 이 우주선은 탑승객의 상상력과 감정의 표현으로 비행한다. 태양과 마주하는 순간, 블루 사파이어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우주선에서 산 자는 입석이고, 죽은 자는 지정석이다.
밤하늘의 별은 우리에게 무한한 영감을 준다. 별빛이 이곳으로 오는 데만 수십 억 광년이 걸리니, 우리 눈에 도달한 빛은 모두 현재의 것이 아니다. 태초부터 날아온 빛들이 하늘을 밝히면 대낮처럼 훤해야 할 터인데, 행성에는 밤이 존재하며 밤은 여전히 어둡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별빛이 있기 때문이다. 빛이 아무리 광속으로 빠르게 달려와도 우주 공간은 계속 팽창하면서 점점 더 광활해지고 있다. 우리는 매일 이미 죽은 별빛을 보면서 꿈을 꾸고, 태어났지만 이곳으로 오는 중이기에 아직 만나지 못하는 별들을 기다리며 시를 쓴다.
얼마나 멀리가야 별이 될까
얼마나 멀리 가 있어야 별이 될까
얼마나 큰 이별을 해야
얼마나 긴 세월을 뒤돌아 가야
별이 될까
살아가는 것일까
함께 죽어가는 것일까
너를 쫓아가며,
나는 죽어간다
차디찬 냉기 속에
얼마나 낯설어야 별이 될까
「얼마나 낮 설어야 별이 될까」
우주의 역사 137억 년, 빅뱅에서 공룡시대까지 줄을 그으면 줄 하나가 백만 년이고 그 안의 작은 점 하나가 인류의 역사다. 우리는 이름 모를 식물들과 곤충, 수천 마리의 동물들과 함께 행성 위에 존재하고 있다. 바깥세상을 향해 조금만 귀를 열어 놓으면 세상은 아주 수선스럽다. 인류는 살인과 파괴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역사를 쌓아 왔기에 비극은 풍요로운 밑거름이 되어 우리 마음은 슬프지만 사랑이라는 별을 간직하며 함께 살아간다. 인간은 실수로 왔거나 아니면 추락한 천사일지도 모른다. 어느 은하에서 왔을까! 어느 별에서 왔을까! 정확한 것은 모르지만 인류는 먼지별에서 왔다. 은하 너머 먼 우주에서 내가 왔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지만 우리의 고향은 분명 머나먼 별일 것이다.
우리의 노란 별 태양에 비하면 푸른 행성은 콩알만 하다. 태양으로부터 온 엄청난 햇살이 푸른 행성을 매일 비껴간다. 그 빛 몇 가닥으로 봄이 만들어지고, 거기에 몇 개가 더해져 여름이 만들어진다. 햇빛은 지금 이 순간에도 암흑 속을 광휘로 날아간다. 날아가는 그 빛의 대다수를 아무도 볼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천문학적 고독이다. 세상 밖에는 외계인이 있을 것이다! 꽃나무에 여러 송이 꽃이 피듯 은하에도 꽃들이 많을 것이다. 너무 멀리 있어 갈 수 없고, 만날 수 없을 뿐이다. 우리는 과연 다른 별로 갈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비밀 통로로 연결된 웜홀을 통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생각의 속도로는 순간 이동이 언제나 가능하다.
너와 나 사이는 차갑고 완벽한 거리,
온기를 허락하지 않는 소유의 금지
궤도 위의 일탈은 언제나 중력에 지배되고
충동과 본능의 창조물은 없다
어떠한 광휘의 영광도 없는 순백의 어둠,
너에게 쓰는 시는 재활용될 메시지,
세상에 대한 우울한 중저음이고
윤리의 카타르시스는 사막이다
만류인력의 금기는 천문학적인 고독
당길 수 없는 천둥의 쓰라림이다
「천문학적 고독」
혼돈의 심연 속에서 ”빛이 생겨라” 하여 쏟아진 별들과 진흙에 입김을 불어넣어 만든 인간 출생의 비밀은 여전히 암흑 속이다. 깊은 잠 속에서 여자를 만들고, 에덴의 동산에서 롯의 땅으로 카인을 피신시킨 이유도 모른다. “인간은 살덩이일 뿐이니 신의 영이 그 안에 영원히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계약도 이해할 수 없다. 시공간 속에 한번 스쳐간 시간은 물론 바람도 다시 돌아올 수 없다. 모든 것이 매순간 최초이고, 마지막이다. 생물학적으로 1초 전의 내가 1초 후에 내가 아니듯 변화하고 있다. 유한한 삶의 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우리는 언제나 헤어지는 중이다. 현재 우리는 급변하는 매트릭스 하드웨어 속에서 꿈을 꿀 시간조차 없이 떠밀리며 살고 있다. 밤하늘의 별무리를 바라보며 실제로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 세상에 온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사유를 계속하고 있지만 명확한 해답의 부재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은하수 외진 곳에서 죽어가는 노란 별 아래 파란 점, 그 위에서 70억 인구가 복닥거리고 있다. 인류는 하나의 운명이고, 태양은 앞으로 47억 년간 사용할 노잣돈이다. 태양계는 만류인력 법칙 아래 치밀히 짜인 자율주행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차갑지만 부드러운 코스모스 속에서 진행되는 비행은 언제나 고요한 절정의 날이다. 삶이란 무대 위에는 각자의 시나리오가 있지만, 고통은 누구나 겪는 내림차순이다. 우주 역사에 비하면 인류는 이슬처럼 보잘것없지만 사유의 힘이 있어 매일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신은 분명 뛰어난 수학자이다.
지구의 시끄러움은
우주의 가십거리
시공의 희비극이고
에피소드이다
행성은 돌고
별들은 태어나고 사라지고
에테르 속으로
소문이 퍼진다
공동주택은 시끄럽다
「공동주택」
*에테르 : 그리스 신화에서 우주와 천국을 의인화한 것.
과학자들은 이 시대를 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에덴동산에 흘렀던 물이 지금 창밖에 빗방울로 떨어지고, 그 순환으로 푸른 행성에 강과 거대한 바다가 생겨나 흐르고 있다. 하늘은 어두운 빈 공간이 아니라 파란 돔이며, 구름은 떠다니는 안개가 아니라 황금 옥좌라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다. 과학자들에게 묻고 싶다. 무지개를 봤을 때 일반인들이 느끼는 기쁨과 경외감에 비견할 정도로 감동적인가를. 무지개는 공기 중에 떠 있는 수많은 물방울에 햇빛이 닿아 그 안에서 굴절과 반사가 일어나는 현상이다. 물방울이 프리즘과 같이 작용하여 분산 현상이 일어나 만들어진 빛의 향연이다. 우리는 이러한 과학적 지식보다 마음의 물방울에서 일어나는 굴절로 인해 아름다운 무지개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감성을 간직해야 한다. 그 감성으로 신과의 계약으로 노아의 방주를 뒤로하고, 수장과 멸종의 길을 가야만 했던 인간과 동물들의 절규를 해석해야 한다.
우리는 꽃 한 송이의 신비를 모두 다 헤아릴 수 없지만, 과학은 이 세상 사물들 뒤에 숨겨진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과 함께 보편적인 진리를 추구하고 있다. 과학은 자연과 우주 속에 숨겨진 잉여의 기쁨을 찾는다. 성긴 우주에서 장구한 세월 동안 만들어진 별들의 먼지에서 온 우리 인간의 역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다. 별에도 세대가 있어 한 세대 별이 끝나면 또 다른 세대의 별이 온다. 우리는 나선형의 은하 속, 고래를 키우는 둥근 수족관 같은 별무리 속에서 비행하며 혜성을 바라본다. 지구 바깥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면 너무나 놀랍지 않은가! 시간과 공간의 끝자락에서 태어난 우리의 모습은 너무나 신비하다! 이 신비와 아름다움을 흔들어대며 바람은 우주를 끌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우리는 서로 만나기 위해 137억 년의 시간을 기다려 왔다. 우리 각자의 역사는 우주 역사의 한 장이다. 방 한 칸도, 고층 아파트도 모두 우주다. 가진 자나 못 가진 자나 모두 별의 먼지에서 왔다가 재로 돌아가는 온전한 우주다. 별에서 와서 그런가, 우리는 서로 부딪치고, 폭발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하지만 언제나 우주처럼 도도해질 수 있다. 그 도도함으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자. 빅뱅 후의 충돌, 혼돈과 질서 그리고 몇 번의 클라이막스 후에 남아있는 바람의 허밍 그리고 주파수를 느껴보자. 그러면 우리 인간의 삶이 들여다보인다. 우리 삶은 기적과 같은 엄청나게 작은 확률로 행성 위에 떨어진 것이다. 우린 언제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움직인다. 이곳은 우주의 중심, 경이로운 신비감 속에서 하루하루 생명의 숨을 쉬고 있다.
새벽, 우주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내 존재의 증거를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다. 민들레 꽃씨보다 훨씬 더 미미하지만, 기억하고 기록해 두고 싶은 것은 암흑보다 훨씬 더 많기에. 오늘 이 기록의 주파수가 어디에 있는 누구에게 가 닿을까.
■시작과 끝
37억 년 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있었다.
이 전설적인 사건은 창조도 아니며 꾸며낸 신화도 아니다.
Vor 13,7 Milliarden Jahren gab es nichts.
Aber es gab doch alles.
Dieses legendare Ereignis ist weder eine Entstehung noch
eine geschehene Geschichte.
카오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태초의 신 중 하나로, ‘텅 빈 공간’을 의미한다. 카오스는 무로, 처음 무언가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최초에 카오스로부터 태어난 존재는 별, 성단, 은하, 태양, 그리고 하늘, 땅, 지하, 밤, 어둠의 신들이다.
137억 년 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있었다. 무한히 뜨겁고 강렬한 고밀도의 감자만 한 덩어리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짧은 순간에 폭발해 급격히 팽창했으며 장구한 세월 동안 서서히 식어갔다. 이처럼 무에서 시작되었으니 언젠가 무로 끝날 것이다.
대폭발과 함께 시작된 시간과 공간이 지금도 팽창하고 있으니 시간을 역으로 돌리면 오래 전에는 한 점이었다는 것이 과학적 모델로 증명할 수 있는 빅뱅의 논리다. 빅뱅이란 말은 1950년 미국의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이 처음으로 사용했다.
태초의 혼란 속에
빛이 있어 시공간이 생겼고
물질이 있어 중력이 나왔다
無에서 시작됐으니 끝도 無이다
0 = 1 - 1 = 2 - 2 = 3 - 3 = …… = 0
광속으로 커지는 무한한 공간
시공의 끝자락을 잡아당기는
반 중력
암흑 속으로
멀어지며
희박해진다
…… = 3 - 3 = 2 - 2 = 1 - 1 = 0
「시작과 끝」
이 전설적인 사건은 창조도 아니며 꾸며낸 신화도 아니다. “빛이 있어라” 하여 생겨났다는 성경의 창세기 이야기도 아니다. 밤 이야기의 시작이다.
우주의 팽창이론은 러시아의 과학자 프리드만과 벨기에의 천문학자며 신부였던 레마르트가 처음으로 제시한 인간의 깊은 과학적 사유이다. 순전히 시작은 무였지만 모든 것이 다 있었던 사건이었다. 많은 과학자들이 빅뱅 1초 전과 1초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 한다.
우주의 첫 순간, 시원적인 폭발은 10-43초, 0.00000… 첫 번째 숫자는 0이 도합 43개나 나온 후에 지름은 고작 10-33cm 크기로 수소 원자보다 훨씬 작고 보잘것없었다. 온도는 1032켈빈으로 밀도는 물의 비해 1096배 높았다. 시작은 작고 보잘것없었으나 엄청난 에너지와 그 속에서 현재까지 팽창하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구겨짐이 막 터져 나오던 순간이었다. 그 순간 무의 진공상태는 시간 밖의 시간이었고, 공간 밖에 공간인 혼돈의 심연이었다. 그때에 태초의 암흑으로부터 튀어나온 시공간은 지금까지 수백 억 광년 동안 우주 밖 어둠의 심연 속으로 팽창하고 있다.
우주의 첫 상태는 빅뱅 후 10-35초에 시작되었고, 무한한 동시에 무한히 작은 지옥이었다. 그 후로 우주는 공작의 깃털처럼 오랜 세월 동안 스스로 펼쳐진 놀라운 자가생식이었고, 다산의 처녀생식이었다. 질량-에너지 불변의 법칙에 의하면 에너지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다. 즉 고립계에서 에너지는 그 형태를 바꾸거나 다른 곳으로 전달할 수 있을 뿐 생성되거나 사라질 수 없다.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시작이 무인 0으로 시작하였으니 언젠가는 0으로 끝날 것이다.
혼돈에서 우주의 시작은 절대 멈출 수 없는 시간과 빛 그리고 에너지의 시작이었다. 그 대폭발의 이유는 아직도 본질적으로 알 수 없다. 어쩌면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알파요, 감마요, 오메가다.
■우주의 탄생
그녀를 만나게 하기 위해 오래전에 우주가 폭발했다.
그리고 137억 년을 기다렸다.
그렇게 수백 억 광년의 사랑이 시작됐다.
Um sie zu treffen, wurde das Universum explodiert.
Und man wartete 13,7 Milliarden Jahren.
Somit wurde die 13,7 Milliardenjahrigige Liebe begonnen.
하나의 모래알 속에 세상이 있고, 들꽃 속에 천국이 있다.
그들은 다 알고 있다. 태초에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지!
수백 억 년 전에 신이 카운트다운을 했다
……4, 3, 2, 1, 펑! 펑, 펑!!
초고온 먼지와 파편들이 우주 속으로 날아갔다.
폭발 순간, 우주 나이를 10-43초, 이를 플랑크 시간이라고 한다. 플랑크 시간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라 계산된 물리학이 정의할 수 있는 최소의 시간단위다.
10-43~10-35초 : 우주의 온도 약 1027도로 원자핵도 존재할 수 없어 빛과 입자의 원료들이 뒤섞인 형태의 에너지만이 존재했다. 물리학의 4가지 기본 힘인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 중에서 중력을 제외한 나머지 3가지 힘은 이 시기에 대통일력으로 통합되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하며, 이 시간을 대통일 이론 시대라고 부른다.
10-35~10-32초 : 급팽창이 이루어졌다. 우주는 이 짧은 시간에 지름 기준 1043배 정도, 부피로는 10129배의 엄청난 팽창을 한다.
10-32~10-4초 : 강입자의 시대라 한다. 쿼크로 구성된 최초의 강입자가 탄생한다. 위 쿼크와 아래 쿼크가 모여 양성자와 중성자가 탄생한다.
10-4~1초 : 입자와 반입자가 탄생하고, 1초~3분 후에는 빅뱅 핵합성순간이다.
우주 나이 38만 년일 때를 재결합시기라 한다. 우주가 팽창하던 중 특정 온도(약 3000도)까지 낮아지는 순간, 우주 전체에서 원자핵들이 자유전자와 결합한다. 이때 방출된 빛은, 우주 팽창에 역행하며 우주의 역사에 해당하는 시간 동안을 움직여 지구에 도달한다. 이를 우주배경복사라 한다. 손을 폈다가 꼭 쥐면 그 안에 137억 년 전, 빅뱅 시 발생한 우주의 흔적들이 있다.
사과 한 알로 추방된
남녀의 운명
저마다
다양한 시간의 베틀 짠다
가이아의 지고한 관능은
한바탕 원자들의 웃음이다
기막힌 퍼즐이다
물덩이 위에 피었다
지는 꽃잎들!
노아의 방주를 기다린다
「이브의 사과」
최초의 별과 은하의 생성 당시 우주에 존재하던 원소들인 수소와 헬륨이 매우 많이 밀집된 곳에서 태양 질량의 수백 배에 이르는 무거운 별들이 탄생했다. 이 무거운 별들은 100만 년 정도의 짧은 수명이 지난 후 초신성 폭발과 비슷한 큰 폭발로 최후를 맞으며 자신이 핵융합을 통해 생성한 무거운 원소들을 뿌렸다.
우주 나이 38만 년~4억 년 때를 암흑의 시대라 한다. 수억 년간 별과 은하를 만들지 못하는 시기가 지속되었다. 우주는 137억 년부터 4억 년 전까지 서서히 식어가서 차디찬 공간으로 변했다. 우주의 현재 온도는 절대온도 2.7K-3.2K 정도로 -270℃다.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시베리아 지역이 영하 65℃ 정도라니 우주가 얼마나 추운지 짐작할 수 있다. 절대 영도는 0켈빈의 온도로 -273.15℃로 모든 입자들의 운동 에너지가 최소인 상태로 엔트로피의 변화마저도 0에 가깝다고 정의된다.
이 온도에서는 원자의 작은 떨림마저도 정지 상태에 가깝다. 이런 냉한 온도 덕분에 우주 공간에 떠다니는 많은 항성, 은하, 성운, 행성, 운석 등이 장구한 시간 속에 지금의 질서를 갖추게 되었다. 또한 이 과정 속에 유성, 엘도라도 은하, 성운, 안드로메다, 초신성, 적색 별, 탄생과 죽음, 운석, 스치는 얼음덩이, 혜성과 암흑 속에 빛이 생겼다. 또한 푸른 행성 위에 공룡, 조상새와 파충류가 살다가 대재앙을 맞이했다.
그녀를 만나게 하기 위해 오래전에 우주가 폭발했다. 그리고 137억 년을 기다렸다. 무대 위엔 시나리오가 있었고, 치밀한 논리가 있었다. 에덴동산에는 구름, 산, 나무, 강, 꽃을 그렸다. 그렇게 수백 억 광년의 사랑이 시작됐다. 사람이 걸어온다. 빅뱅의 잔해다. 수백 억 광년, 시간의 화석이다. 백 년도 채 안 된 건물과 도시 위에 오래된 것들이 걸어다닌다. 별들의 먼지가 카페에 앉아 영원함을 무의식으로 바라본다. 한 사람이 지나간다. 우주가 끝날 때까지 다시는 못 올 곳으로 사라진다.
카페에 앉아
대기권 경계를 넘나드는
소음과 광기에 귀를 기울인다
도심 속 카페에 앉아
광폭한 회오리의
흔들림을 느껴본다
세상 밖의 떨림,
빅뱅 후 상쇄되는 파장들이
커피 잔 위에서 떨고 있다
도심은 정지되고,
먼 굉음에 귀를 기울인다
흔들리는 나를 본다
「카페에 앉아」
별은 생을 조용히 마감하지 않는다. 온 힘을 다한 후, 초신성으로 마감한다. 잠시 은하 속 별지에 머물지만, 최후에는 수백 억 개의 별보다 장렬하다. 태양별은 칠십억 년 후에 적색거성이 된다. 껍데기가 날아가든가, 중심부분은 수축하여 백색외성이 된다. 그때가 오면 지구는 적색거성으로 빨려 들어가, 새까맣게 타버릴 것이다. 아니면 껍데기와 함께 멀리 날아갈 것이다. 우주엔 가로등 하나가 꺼지고, 공동묘지와 터미널은 패쇄 될 것이다. 칠십억 년은 금방 온다, 그때가 오면,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을 찾아 떠나야 한다.
김익진 / 경기도 가평에서 태어났으며 2007년 『조선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회전하는 직선』, 『중력의 상실』, 『기하학적 고독』이 있고 현재 스위스 연방공대(ETH Zurich) 초빙교수, 한서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