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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 자유게시판 스크랩 추석 연휴 풍경
승시기 추천 0 조회 72 15.10.08 00:0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내려가는 길 여산휴게소 쉼터에서)

 

 "힘이 주어지지 않으면 가속도도 생기지 않는다." = "노력하지 않으면 항상 제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언제 어디서 읽었는지 확실하지는 뉴턴의 운동법칙 가운데 제2법칙인 '가속도의 법칙'을 표현한 위 내용이 계속 머리속을 맴돌았다. 요즘 한없이 나태해진 내 정신상태 태도 습관 때문이다.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해야 할 일들을 마냥 뒤로 미루면서 이른바 '가속도의 법칙'이 작용해 점점 더 게을러졌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낙서하는 일이다. 날마다 끄적거리다가 사나흘에 한 번, 너댓새에 한 번, 한 달에 서너 번 이렇게 줄어들고 말았다. 이러다간 한 달에 한 번 쓰기도 힘들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럴 때는 무언가에 나를 구속시켜놓는 것도 하나의 타개책이다. 그래서 우선 우리 동네 주민자치센터에서 주관하는 자기계발프로그램 두개 과정에 등록하고 어제부터 참석했다. 역시 스스로 선택한 심적 부담이 없는 배움은 즐겁기만 하다. 오전 컴퓨터중급과정은 과거에 접했지만 그 동안 사용하지 않아 거의 잊다시피한 내용를 다시 익히고, 오후 스마트폰 앨범만들기는 몰랐던 기능을 새롭게 익힐 기회여서 정말 기대가 된다.

 

그런데 오후에 강의실에 들어서자마자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랫만이에요." 하고 반갑게 맞이해주는 분이 계셨다. 그곳에서 그 분을 만날거라고는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작년 방송대 경기지역대학 평생학습센터에서 내가 진행하는 수업과정에 수강생으로 참석했던 인연으로 지금은 카톡으로 뜨문뜨문 소식을 주고받곤 했는데 이번엔 내가 그 분이 진행하는 과정의 수강생으로 참석하게 됐으니 세상 참 재미지다. 그 때도 8주 이번에도 8주 과정이니 그 또한 묘하다. 작년 그분의 적극적인 모습으로 미루어 앞으로 그 분의 강의가 크게 기대된다.      

 

그건 그렇고, 그 동안 게으름을 피우느라 미루어 온 추석연휴 때 고향에 다녀 온 이야기를 이제라도 끄적거려 볼란다.

추석 전날 고향으로 향하기 직전 '문병란'선생님 부음이 들려왔다. 중학교 1학년 때 국어 선생님으로 문학적 소양을 길러주신 분인데, 말년엔 조선대 교수로 봉직하셨다. 수업시간에 낭송해주시던 그 분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고 가슴에 책을 안은 채 고개를 숙이고 사색에 잠겨 걸으시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린다. 그 분의 시 '직녀에게'는 가요로도 애창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9월의 시'를 좋아하는 편이다. 당신은 이별을 읊어 놓고 그 9월에 우리 곁을 떠나셨으니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9월의 시(문병란)

 

9월이 오면

해변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된다

 

나무들은 모두

무성한 여름을 벗고

제자리에 돌아와

호올로 선다

 

누군가 먼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

저녁, 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

기도를 마친 여인처럼

고개를 떨군다

 

울타리에 매달려

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

때묻은 손수건을 흔들고

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

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

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

먼 항구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되고

준비되지 않은 마음

눈물에 젖는다

 

문선생님 외에도 초등동기 2명 고교동기 2명 초등후배 1명 등 올해는 유난히도 소중한 인연들이 이승을 떠났다. 사람은 누구나 다 어차피 언젠가는 떠나야 할 운명이지만 위 마지막 싯구(詩句)처럼 준비되지 않아서인지 착잡하기만 했다. 하지만 착잡했던 심정도 고향을 향해 출발하면서 서서히 엷어졌다.

 

이제 부모형제가 없는 고향을 찾는 일은 예전처럼 설레지도 않고 오가는 길이 복잡해 번거롭긴 하지만 식구끼리 오손도손 정담을 나누며 여행기분을 내고 또 고향의 산천을 보고오면 심신이 정화된다. 이번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내가 바깥출입을 하지 못하지 않는 한 계속 고향을 찾을 작정이다.  

 

(추석 전날 밤 고향집 마당에서 바라 본 하늘)

 

(고향집 뒤뜰 풍경. 때죽나무꽃만 아래를 향해 피는 줄 알았는데 가지꽃도 그랬다)

 

 

 

(할아버지 산소 부근에서 본 운지버섯. 군락을 이루고 있어서 따다가 말려 차로 마셔볼까도 생각했으나 참았다)

 

(순창 인계면에 잠들어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성묘길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을 지나곤 하는데 담양군과 순창군 경계에서 끊긴다)

 

(광주 영락공원묘지에서 어머니는 생전처럼 멀리 한재골 바라보며 쉬고 계신다)

 

(탐스럽게 익어가는 청룡 어느집 대추나무)

 

(추석날 청룡마을 뒤에서 바라 본 한재골)

 

(여동생 내외가 운영하는 소쇄원 부근 호텔에서 바라 본 노을)

 

(추석날 밤의 수퍼문, 스마트폰이라 제대로 찍을 수 없어 아쉽기만 하다)

 

(광주 산수동 처가 동네 화단의 완두콩 꽃)

 

(분꽃 속에 다알리아가 외롭다)

 

(사철채송화(송엽국)은 아직도 피어 있었다)

 

(어릴적 즐겨 따먹었던 먹때알도 보인다)

 

(꽃무릇도 보이니 식물원이 따로 없다)

 

 

(꽃 속에 또 조그만 꽃이 앙증맞은데 무슨 꽃일까) 

 

(다알리아 꽃이 탐스럽다. 장모님도 빨리 쾌차하셔서 곱고 이쁜 이 아이들을 보셔야 하는데...)

 

(올 가을에는 어느 곳을 가든 구름이 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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