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황장산
일시 : 2007. 7. 29. 일. 오전/흐림, 오후/ 소낙비
인원 : 22명
위치 : 경북 문경시
안내 : 대구, 예티 산악회
코스 : 단양천 건너-성문-반석지대-안부-황장산- 암봉-차갓재-차가동-차갓교 주차
소요시간 : 4시간 50분
자연을 찾는 내 마음은 항상 자유롭다
이 달 들어서는 주말마다 비가 내려 금주는 보름 만에 외출이다. 올해처럼 비가 잦은 해도 아마 드물었을 것이다. 오늘도 곳에 따라 소나기가 올 것이라 하나 아침은 상쾌하다. 뭐니 해도 요즘 톱뉴스거리는 아프카니스탄 탈레반에 억류된 한인 의료봉사단원 23명 조기 귀환이 아닐까. 어제는 대통령 특사를 그 곳에 보냈으나 억류 열흘이 지난 요즘 가족들의 심정은 어떠하랴. 난 머리도 식힐 겸 나선 게 문경 황장산이다.
예티 산악회는 무척 오래만이다. 산돌이 22명을 태운 버스는 상주시 어느 한 식당에 들러 아침식사를 주문하였다. 난 그 틈에 마당을 나와 어슬렁거리니 도로 위 싸이클 선수들이 차량을 앞세우고 달려온다. 그들을 향해 박수를 치니 옛 생각이 떠오른다. 나도 저 시절 입대 전 당일 코스로 대구에서 경주를 또, 얼마 안지나 죽마고우이랑 해인사를 다녀왔지. 난 그들을 향해 무사귀가를 빌며 뒷모습을 바라본다. 달아나는 그림자에도 내 젊은 피가 돌지 않았을까. 버스는 문경 산북면사무소를 지나 경천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사방을 둘러보니 산자수려한 문경은 피서지로서는 적격이다. 오늘따라 국도 59호선은 조용하다. 계곡이 깊어질수록 안개가 깔리니 또 은근히 걱정이 된다. 비가 올까. 냇가에는 삼삼오오 피서객들이 야영 텐트를 치고 있다.
차창에서 바라본 저 사람은 누구일까.
계곡물 흐르는 난간 대 끝에 앉은
저 농부 좀 보소
반바지차림에 웃통을 벗고 앉은 저 그림자
와! 정녕 신선이 따로 없네.
버스는 09:40 출발지 도로가에 멈춘다. 다들 내리자마자 냇가 징검다리를 무사히 건넌다. 올 여름산은 장마로 인해 어디라도 물이 풍부하다. 20여분을 지나 성문을 통과하니 물소리는 점점 내 귓전을 울린다. 반석지대를 지나 40여분을 더 오르니 어느새 물길은 끊기고 가파른 길에서 우린 잠시 쉬었다. 여기서는 밧줄 코스다. 오늘도 저 놈의 밧줄이 우리를 얼마나 시험에 빠뜨리게 할지. 서너 번 밧줄을 타고 올라 뒤돌아보니 나뭇잎 사이로 암벽이 흔들린다. 희끗한 절벽을 보는 순간 어느 강원도 산골에 온 기분이다. 난 밧줄을 타고 흔들리는 저 풍경 맛에 산을 찾지 않을까. 순간도 잠시. 뒤따라온 백 바지 차림의 여성 한 분이 지쳐 보인다. 나도 그 뒤를 따라 칼바위에 올라서니 아찔하다. 가다 보니 붉은 꽃들도 보이고 계곡을 통과하니 골바람 한줄기가 이마의 땀을 식힌다. 안부를 지나 우로 돌아 밧줄 타고 내려와 또 오르니 정상(1,077m)이다. 현재 시각 12:12.
어디서 날아 왔을까. 산정에는 메밀 잠자리 수백 마리가 하늘을 수놓고 있다. 도착한 일행은 다들 그늘 아래 모여 식사하기에 바쁘다. 식사 중 반대 방향으로 올라온 손님들은 경기도 용인 사람들이다. 식사도 잠시. 청년들은 왜 그리 성미가 급한지. 벌써 배낭을 메고 하산준비 완료다. 괜스레 나도 마음이 급하다. 배낭을 메고 몇 걸음을 내려왔을까. 산비탈에 이르자 빗방울 소리가 뚝뚝 들리더니 이내 먹구름과 동시에 천둥번개가 우르르 쾅쾅 내려친다. 다들 나무 밑에서 망설이다 우의를 껴입었다. 오늘도 지난 거제도 사건처럼 될 것 같다. 산에서 천둥번개가 때리니 무엇보다 스틱이 문제였다. 혹시 번개라도... 처음에는 스틱 머리를 불끈 쥐어보기도 하고 나중엔 아예 스틱을 말아버렸다. 비탈길을 내려올 땐 비가 더 거세게 내렸다. 일행은 험한 길을 빠져나와 차갓 재에서 우로 돌아 걸음을 재촉하니 13:45. 빗줄기는 하산 종료 시까지 간간히 내린다. 다들 참새처럼 젖은 몸. 그래도 만족스런 표정이다. 다 내려오니 국립공원 순찰차 한대가 우리를 보고 달려오더니 하천가에는 접근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간다. 우의를 접어 어렵사리 버스에 오르니 14:30. 아까 백 바지 차림의 아줌마 한명이 안 보인다. 아마 차갓 재에서 길을 잃었나 보다. 잠시 차안은 술렁이고 가이드랑 어렵사리 그녀와 통화 후 도로상에서 만나니 안심하였다. 이쯤 버스는 단양군 대강 면 방곡 리 도예원 부근에 도착, 일부 사람은 가게에 들러 하산 주를 마시며 난 도예 원에 들러니 일본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점원이 앉았다. 난 그 녀와 몇 마디 회화를 건네고 접시 두 점을 사서 버스에 오른다.
오늘 힘든 등산을 마치고 귀가 후, 9시 저녁뉴스를 들으니 금일 북한산, 수락산꼭대기에 벼락을 맞은 등산객 5명이 숨졌다고 한다. 아마 그들은 쇠붙이 등산용품에 낙뢰를 맞지 않았을까. 오늘 내 무사함은 천우신조의 덕이 아닐까. 항상 여름등산도 세심한 주의를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경고다.
한편, 아직 우리 한인 의료봉사단원은 아프카니스탄 정부 탈레반으로부터 풀려나지 않았다. 하루 속히 그들이 석방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안녕을 빈다.
첫댓글 정말 힘든 산행이셨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