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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효자도
면적 1.10km2, 해안선 길이 5.4km인 효자도는 주섬인 원산도와 500m, 안면도와는 1.9km 떨어져 있다. 76가구, 128명이 거주하며, 생활권인 대천항과의 거리는 10km이다. 주위에는 추도, 육도, 소도, 월도, 허육도의 유인도가 있다. 효자도의 본래 이름은 '소자미(小慈味)'였다. 고기잡이 나갔다가 갑자기 불어 닥친 돌풍이나 폭풍으로 실종된 남편을 기리는 여인네의 정성이 소문으로 이어지고, 열녀 못지않게 효자 역시 많을 것이라는 추측으로 불렸던 별칭 효자도가 그만 본래의 이름을 밀어낸 것이라 한다.
그런가 하면 이런 내력도 있다. 옛날에 소(蘇) 모씨란 사람의 아들이 뒤늦게 아버지가 귀양살이 간 것을 알고 팔도강산을 구석구석 헤매고 다녔으나 아버지를 찾을 길이 없었다. 그러던 중 하루는 '혹시 섬으로 귀양 갔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듣고 아들은 한 섬에 도착했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아들은 아버지가 그 사이 다시 복직되어 태안지방으로 발령 났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여기에서도 효자도란 말이 탄생한다. 바로 효성이 지극한 아들이 전국 팔도강산을 돌아다니다가 가장 먼저 찾은 섬이라 해서 효자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이다.
대체 효자가 얼마나 많기에 효자도라는 이름이 붙은 것일까. 원산도는 서해안의 덕적도, 호도와 함께 대표되는 섬이라 불러도 괜찮은 곳이다. 원산도와 500m 정도 떨어진 조그만 섬이 효자도이다. 면적으로 따져보면 원산도가 30배 가까이 크다. 효자도에 도착하여 주민들에게 농담 삼아 물어보니 이곳은 예로부터 효자들이 많아서 그런 이름이 생긴 것이라고 자랑을 하였다. 실제로 이 섬에는 효자 최순혁 씨를 기리기 위해 세워놓은 비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기아에 허덕이며 죽어가는 부친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허벅지 살을 도려내어 봉양했다는 인물이 바로 그였다.
효자도라는 이름을 얻기 전에는 작을 '소', 사랑 '자', 맛 '미'자를 따서 '소자미'라 불렀다는데 글자 그대로 해석해 보면 '사랑이 가득하고 먹을거리가 풍부한 작은 섬' 정도라 하겠다. 포구 앞에는 조그마한 배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오밀조밀하게 정박해 있다. 원산도 선촌의 빨간 등대가 바로 앞이다. 효자도 선착장의 풍경이다.
방파제 입구 도로변에서 나이 든 남자들이 함지박을 앞에 두고 뭔가 열심히 하고 있다. 옆에는 마치 재래식으로 김을 떠서 말리는 발장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고, 꼭 김 한 장 크기의 하얀 것들이 앞으로 나란히 붙어 있다. '뱅어포'다. 재료는 실처럼 가늘고 길게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실치'. 이들은 김을 뜨듯 틀에 넣고 얼키설키 만들어 말리고 있었다. 이 실치를 떠서 말린 것이 바로 뱅어포다.
명덕마을로 가기 전 마을 입구에 폐교된 학교가 있다. 학교 정문은 평지에 있지만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산길이다. 제법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까닭이다. 교사는 양호한 편이나 운동장은 주변이 잡풀이 많다. 비록 효자분교는 폐교되었지만 인근 원산도의 학교를 이용할 수 있으니 교육면에서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어 보였다. 부모들이 일일이 통학을 시켜주자면 여간 귀찮은 노릇이 아닐 텐데 육지의 통학버스처럼 통학선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학생들을 데려다 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곳에서 나오면 폐가가 제법 눈에 들어온다. 명덕마을 가는 길은 울창한 소나무 숲이다. 해안은 길게 이어진 반원형의 해변. 파도에 씻긴 동글동글한 몽돌이 2km의 해안선을 따라 쫙 깔려 있는 몽돌자갈 해변이 있다. 해수욕장으로도 손색이 없는 지역이다. 오른쪽 모래밭에 조그마한 돌산이 있다. 자갈 모래밭은 발의 지압효과가 있어 여름 휴가철에 각광을 받고 있다. 온 섬의 물이 깨끗하고 조개 등을 잡을 수 있으며, 뒤쪽엔 솔밭이 있어 야영을 할 수도 있다.
명덕마을은 규모로 보면 그렇게 크지는 않다. 골목도 없는 단출한 구조의 어촌마을이다. 몇 명의 아저씨들이 바다경계를 표시하는 스티로폼으로 된 부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바로 앞에 보령화력발전소가 보인다. 바다 앞에는 양식장이 있고, 왼쪽으로는 월도를 비롯하여 보령에 속하는 4개의 섬이 보인다.
걸어서 1시간 정도면 다 돌아볼 수 있는 작은 섬 효자도는 평온하고 아주 조용했다. 쌀농사와 밭작물을 가꾸기도 하며 반농반어업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대합 · 바지락을 양식하는가 하면 연근해에서는 멸치 · 꽃게 · 낙지 · 우럭 등을 잡아 내다팔기도 한다.
효자도는 섬 전체가 낚시터다. 특히 물이 빠지면 연결되는 또랑섬의 낚시가 유명하고 소나무가 듬성듬성 작은 바위섬 주변에 펼쳐진 녹사지 낚시밭은 녹색 모래밭과 바위틈 새로 우럭, 놀래미, 장어들이 아주 많이 있다. 섬에는 보건진료소와 경찰지서 인터넷이 개통되어 정보면에서 육지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편리함을 누리고 있었다.
중리 지역은 논농사와 밭농사 경작지역으로 벼농사는 물론 인삼밭과 채소 그리고 쪽파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특히 몇 년 동안 푹 삭힌 멸치 액젓은 도시 사람들의 입맛을 더욱 감칠맛 나게 한다.
심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