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촌농산물도매시장 중도매인 점포에 진열된 과일 모습. 대부분 소량 단위로 판매하고 있다. 시설 현대화해 확장 이전 불구 올해 농산물 취급량 기대 이하 상당수 중도매인 소분 판매 출하농 “도매 기능 위축 우려” 전문가 “종사자 도태될 수도” 관리사무소, 대책 마련 나서 인천 남촌농산물도매시장이 소매시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산물도매시장 시설 현대화의 첫번째 사례이자 성공적 사례로 꼽히지만, 시설 규모가 무색하게 도매거래가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도매거래를 활성화하지 못하면 남촌도매시장 경쟁력 저하가 심화할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시설 현대화했지만…올들어 거래실적 지지부진=전국 공영농산물도매시장 32곳 중 한곳인 남촌도매시장은 지난해 3월 인천시 예산 3109억원을 들여 구월동에서 현재 남촌동 부지로 확장 이전했다.
건물 연면적은 13만6175㎡(4만1192평)로 기존보다 3배가량 넓어졌다. 연면적이 넓어진 만큼 채소동을 추가 건립했고, 식자재동과 업무동 등도 새로 세웠다.
농산물 경매는 대인농산·인천농산물·덕풍청과 등 3개 도매시장법인과 인천원예농협 남촌공판장이 담당한다. 중도매인수는 344명으로 시설 현대화 이전인 2019년 311명보다 33명이 늘었다.
시설 현대화로 시장의 농산물 처리 능력도 하루 3000t으로 기존 1000t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 이에 따라 2014년 20만9979t을 기록한 후 2019년 16만2809t까지 하락을 지속하던 거래실적은 지난해 17만4206t으로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올들어 성장세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 1∼5월 채소류 반입물량은 4만7518t으로 전년 동기 4만3301t보다 약간 늘어나는 데 그쳤고, 과일류 반입물량은 1만9593t으로 전년 동기 1만9998t보다 소폭 감소했다.
남촌도매시장에 출하하는 한 농민은 “시설 현대화로 농산물 취급량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봤는데,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세금 들여 시설을 현대화한 공영도매시장이 본연의 기능을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중도매인 소매에 치중…활성화 걸림돌=남촌도매시장의 거래실적이 지지부진한 것은 상당수 중도매인이 소매에 치중하는 게 주요인이라는 중론이다. 대형 아파트 단지가 근처에 있는 데다 주차하기 편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남촌도매시장의 주차 대수는 2824대로 기존 구월도매시장의 713대보다 4배가량 늘었다.
22일 남촌도매시장을 둘러보니 소매시장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느낌이었다. 채소1동 중도매인 점포에선 쪽파 한단에 2000원, 부추 한단에 1500원 등 소량으로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었다.
과일동의 중도매인 점포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수박 한통에 1만원, 천도복숭아 한바구니에 8000원 등 소매점을 방불케 했다.
김민희씨(46·경기 시흥)는 “주차하기 편하다는 말을 듣고 아이와 함께 와 천도복숭아를 구매했다”며 “시흥에서도 소문을 듣고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중도매인 최정섭씨는 “주차시설이 확충되면서 점포에 따라 규모는 다르지만 대부분 중도매인의 소매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한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도 “시장 이전 후 도매 기능은 별반 차이가 없는데, 소매 기능만 두드러지게 강화된 측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출하농민들은 공영도매시장 본연의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한 출하자단체 관계자는 “공영도매시장이 본연의 기능인 도매 대신 소매에 치중한다면 세금을 투입해 지원할 필요가 없다”고 비판했다.
◆전문가 “소매 치중하면 도매시장 경쟁력 떨어질 것”=전문가들은 중도매인들이 소매 기능에 치중하면 남촌도매시장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태석 농촌진흥청 농산업경영과 연구관은 “중도매인들이 인천 외 지역으로 유통 권역을 넓혀가지 않고 인근 소비자를 대상으로 소매만 한다면 주변에 대형마트 등이 들어섰을 때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도매 기능을 활성화하지 못한다면 시장 종사자들 모두 도태될 것”이라 강조했다.
권승구 동국대학교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도 “대형 거래처 발굴 등 중도매인 역량을 높이지 않고 소매 등 쉬운 영업 방법을 고수하면 결국 시장 전체의 성장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인천시 남촌도매시장관리사무소도 최근 이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 중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도매 기능 활성화를 위해 중도매인 최저 거래금액 기준을 현행 25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이는 조례 개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인천=이민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