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의 영향
장성숙/ 극동상담심리연구원, 현실역동상담학회
blog.naver.com/changss0312
지방 도시에 거주하는 여의사는 1년 전부터 내게 줌(ZOOM)으로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마음이 여린 그녀는 환자가 불평불만을 늘어놓을 때 몹시 힘들어했다. 그런 환자에게 시달리는 날에는 왜 자기가 의사가 되어 이 고생을 하는가 하고 후회할 정도란다. 이러한 그녀를 상담하며, 그러한 환자에 대해 유달리 힘들어하는 그녀의 요인을 살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원래 다 자기 수준대로 떠들어대니, 그러려니 하라고 일러주곤 하였다.
이러한 그녀가 어느 날 삶의 지향점 또는 방향을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좀 더 의미 있거나 보람 있는 가치를 추구하고 싶다는 거였다. 그리하여 함께 이런저런 모색을 하다가 내게 크게 도움이 되었던 「팔정도」라는 책을 소개해주었다. 불교에서 진리라고 일컫는 사성제(四聖諦: 고성제, 집성제, 멸성제, 도성제) 중에서 가장 중요한 도성제를 풀어놓은 내용이 팔정도이니 잘 읽어보라고 하였다.
얼마 전에 평상시처럼 그녀를 상담하기 위해 줌을 켰는데, 화면에 나오는 그녀의 얼굴이 다른 때와는 달리 아주 아름다워 보였다. 그러하여 나는 첫마디로 이렇게 인사를 했다.
“오늘 상당히 아름다워 보입니다.”
“그래요?”
“예, 다른 때보다 환하게 비쳐요.”
이렇게 거듭 말하자, 그녀는 쑥스러운 듯이 말했다.
“아무래도 그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네요.”
그녀가 지난 1주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말했다. 어떤 남자 환자가 병원에 와서 생트집을 잡으며 소란을 떨었단다. 마침 그날은 같은 의사로서 함께 일하는 남편이 저 멀리 출타 중이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혼자 그 환자에게 많이 시달린 후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울먹였더니, 남편이 자기에게 집에 가서 술 한잔 마시며 푹 쉬라고 하였단다. 그래서 알겠다고 대꾸했는데, 불현듯 부처님을 떠올리며 그 환자를 원망하기보다 자비롭게 여겨야겠다고 생각하였단다. 그랬더니 자신의 마음이 한결 가뿐해지더라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에 내가 반색하며 어떻게 그 순간에 부처님을 떠올렸느냐고 묻자, 그녀가 설명해주었다. 내가 소개해준 「팔정도」는 불교의 정수로서 매우 중요하지만 자기가 이해하기에는 너무 딱딱하더란다. 그래서 일단 석가모니 부처님에 대한 일대기를 읽었고, 거기서 깊은 감명을 받았단다. 그 후 부처님처럼 생명을 지닌 모든 대상에게 자비심을 갖고 대해주어야겠다고 다짐했고, 환자에게 시달리던 그 날 울고불고했어도 뒤늦게나마 정신 차리고 그렇게 하니까 자신의 마음이 한결 평온해지더라고 했다.
나는 내심 놀라워하며 ‘마음을 곱게 쓰면 아름다워진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고 다시금 깨달았다. 전에도 그렇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번에 그 여의사를 통해 좀 더 확실히 알았다.
예전에는 이목구비가 또렷하게 잘 생겨야 아름다운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형태보다 더 중요한 게 분위기라는 사실을 점점 알게 되었다. 아무리 잘 생겼어도 차갑게 비치면 그리 끌리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젊은 여성들이 성형수술을 많이 해 코가 동글납작하지 않고 하나같이 다 오뚝하게 서 있다. 코 자체로 보면 예쁜 것 같은데 낯설기 때문인지 도무지 친근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그래서 개별적인 이목구비의 수려함보다 얼굴 전체가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전반적인 얼굴선이 부드러워야 아름다운 듯했다.
그런데 이번에 그 어떤 것보다 마음이 선할 때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연민이나 자비를 가지고 상대를 포용하려고 할 때 생겨나는 아우라, 그것이 있을 때 정말 아름다운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자신을 얼마든지 아름답게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마음만 잘 쓰면 그 여의사처럼 순식간에 아름다워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첫댓글 네.감사드립니다.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얘, 마음을 너그럽게 쓰니까 인상이 확 변화한다는 것을 저도 확실히 알았답니다.
자비의 마음,
성숙인의 마음 , 모습...
인자한 모습..
긍휼의 마음...
오랜동안 훈련되지않으면 나이들어 마귀할멈?? 되지요..ㅎㅎ
매일매일 훈련되어 가야 겠네요.....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해요.^^^^
나이 들어가면서 모든 것에 대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지 입바른 소리를 하면, 아무리 그 말이 타당해도 주위 사람들이 썩 좋아하지를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늙을 수록 입을 다물고 지갑을 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인제 한국은 장마에 도립하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