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소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사람이 충격적인 사건이나 사고를 당하고 나서 그 뒤의 삶에 나타납니다. 사건 사고는 끝난 상황이지만 당사자에게는 끝난 것이 아닙니다. 심리적 그리고 신체적으로도 이상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때론 겉보기에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그러나 마치 정신이상처럼 반응합니다. 결국 몸으로까지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꼭 병이 아니더라도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을 하게 됩니다. 아니면 전에 없던 폭음을 합니다.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여 막된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게 됩니다. 물론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경험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질병으로 인식한 것은 아마도 20세기 들어와서 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성들에게는 성폭력이나 가정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많습니다. 반면 남성들에게는 특히 20세기 들어 세계적인 커다란 전쟁을 겪으며 많은 제대 군인들이 이로 인하여 큰 어려움을 당했습니다. 전쟁은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을 비극의 도가니로 넣기 때문에 ‘트라우마’라는 질병도 그 제서야 병으로 드러날 수 있었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1,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등등 오랜 시간 많은 병력이 투입된 전쟁들이 많은 사람을 죽게 했고 병들게 했습니다. 비록 전장에서 살아 돌아왔지만 그 후유증으로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하였습니다. 물론 직접 총탄을 쏘며 맞으며 전쟁터에 있던 사람들만 당한 일은 아닙니다. 옆에서 당한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마디로 눈과 몸으로 겪은 충격은 그대로 몸에 남아있게 됩니다. 특히 기억에 기록되어 수시로 튀어나옵니다. 현장에서 당했던 죽음의 공포가 되살아나고 당시 눈앞에서 보았던 참혹하게 죽어가던 동료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결국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힘들어하다가 알코올 중독자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결국 이겨내지 못하면 인생 종칠 수도 있습니다. 전쟁터에서 살아왔지만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장하게 됩니다. 그런 안타까운 일들이 여기저기 생기니 질병으로 인정되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제도도 생겼습니다. 비단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뿐만이 아닙니다. 특히 여성들에게는 성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많다고 합니다. 증상은 비슷합니다.
미국이 징벙제에서 모병제로 바뀌고 나서 우리가 잘 아는 9.11사태가 일어납니다. 그리고 소위 미국과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게 됩니다. 테러에 대한 응징으로 시작된 전쟁이지만 잘 아는 대로 좀 무모한 전쟁이기도 했습니다. 테러집단에 대한 응징이어야 하는데 괜스레 국가 간 전쟁이 되어버렸으니 말입니다. 상대국인들 쉽게 용납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대서양을 건너 먼 타국의 영토로 진입하여 전쟁을 수행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국가적 사건으로 애국심에 불타 전쟁터로 달려갔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쟁을 수행하며 이것이 쓸모없는 소모전이라는 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결국 양국 간에 엉뚱한 희생만 늘어갑니다.
꽤나 전과를 올리고 훈장도 여러 번 받았던 ‘브랜든’ 증사는 파병의 계약기간을 마치고 제대하려 돌아왔습니다. 제대 신고를 하려고 들어서려는데 엉뚱한 명령서를 받게 됩니다. 다시 돌아가라는 것이지요. 재 파병을 명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견디고 돌아왔는데 다시 가라고? 그곳이 어떤 곳인지나 알고 그런 명령을 내리는 것인가? 한 마디로 죽으러 가라는 것과도 같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결코 따를 수 없습니다. 그러잖아도 마지막 전투에서 겪은 전우의 죽음은 계속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많은 전투 속에서 경험했던 수많은 죽음들이 주마등처럼 오갑니다. 그런 곳에 다시 가라고요? 말도 안 됩니다. 설령 대통령이 명령했다고 해도 못갑니다.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모병은 되지 않고 병력은 줄어듭니다. 그러니 기존의 병사들을 붙잡아두려는 것입니다. 그들 헌법에도 전시상황에서는 대통령의 명령으로 그것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답니다. 그러나 사지로 다시 들어가라는 그 명령을 따를 수 없다고 탈영병들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몰래 타국으로 보내주는 사업도 생기지요. 세상,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있습니까? 브랜든은 제대하고 나서 먼저 해야 할 일들을 새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장 돌아가라니 용납할 수 없습니다. 탈영병이 되지 말라는 동료의 간청도 무시하고 도망자가 됩니다. 전사자의 집을 찾아가 장렬한 전사 소식도 전해주고 극심한 부상자 부대원을 찾아가 위로해줍니다.
그렇게 이제 타국으로 넘어갈 준비가 완료됩니다. 그러나 또 다른 충격의 사건을 맞습니다. 생사를 함께 하던 부하가 자신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것입니다. 내준 돈도 포기하고 묘지에 찾아와 마지막 작별인사를 합니다. 가족들을 마지막으로 보고 다시 국경까지 도달합니다. 과연 이게 나의 삶이고 당당한 삶인가 돌아봅니다. 이것이 나다운 모습인가 생각합니다. 생각해봅니다. 평생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떠돌이 생활을 할 것인가, 죽음의 현장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돌아와서 살 것인가? 물론 살아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든 저렇든 떳떳하겠지요. 가족에게도 자신에게도. 영화 ‘스톱로스’(Stop-Loss)를 보았습니다. 2008년 작품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답니다. 그럴 만합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좋은날되세요
@신나라제이우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