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 대건안드레아 신부
12월 23일
말라키 3,1-4.23-24 루카 1,57-66
걱정 말아요 그대! 주님의 손길이 당신을 보살피고 지켜주십니다.
주님의 손길이 그를 보살피고 계셨던 것이다.(루카 복음 1장 57-66절)
주님 손은 약손
말을 못하게 된 즈카르야가 다시 말을 하게 되었을 때 과연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캄캄한 어둠 속에서 한참을 헤매다 한 줄기 빛이라도 발견한 것마냥
엄청난 기쁨에 휩싸였을 것입니다.
부제 때에 신학교에서 테니스를 치다 한 쪽 눈에 공을 세게 맞았던 적이 있습니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보이더니 즉시 다친 쪽 시력을 잃어버렸습니다.
안과에서는 홍체 조절 근육이 손상되어 시력이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사제 서품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앞을 못 보게 되다니….’ 매일 아침마다 눈을 떠도
보이지 않는 눈을 바라보며 ‘난 이제 끝이구나’ 하는, 절망적인 생각뿐이었습니다.
한쪽 눈으로 생활하기는 참 힘들었습니다. 기도할 힘도 없고 의지도 없는, 무기력과 괴로움이
서서히 저를 잠식했습니다. 그렇게 암흑 같은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그날도 역시 희망없는 마음으로 눈을 떴는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한 달 만에 다친 눈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주님께서 나를 쓰시고자 하시는구나!’ 하는 기쁨과 함께 온 세상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주님의 손길이 나를 보살피고 계신다는 생각에 깊은 감사와 찬미를 드렸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당신의 손길로 보살펴주십니다.
믿음을 굳건히 하여 걱정하지도 두려워하지도 말고 주님의 손길에 우리 자신을 맡깁시다.
대전교구 이승현 대건안드레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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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근 아우구스티노 신부
12월 23일
말라키 3,1-4.23-24 루카 1,57-66
우리는 누구나 “이름”을 지니고 살아갑니다.
이름은 단지 그 사람을 다른 사람과 구별지게 하는 것만을 넘어서,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때로는 이름이 그 사람의 운명이나 사명을 결정짓는다고 믿기도 합니다.
그래서 고대로부터 이름을 짓는 일은 아주 중요한 일로 다루어졌고, 오늘날에도
“작명소”라는 곳이 있기도 합니다.
오늘 <말씀의 전례>는 구세주의 탄생에 앞서, 요한의 탄생을 전해줍니다.
그는 사제인 아버지 즈카르야와 아론 가문의 어머니 엘리사벳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가문의 이름을 따르지 않고 ‘하느님은 은혜로우시다’는 뜻의 요한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게 됩니다.
성경에서 ‘새 이름’을 받음은 새로운 지위와 역할을 부여받았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그의 이름으로, 그의 신원과 사명이 밝혀집니다.
곧 주님 앞에서 길을 닦게 되는 엘리야로서의 예언자의 신원과 사명입니다.
사실, 우리 모두도 이름과 함께 각자의 신원과 소명을 지니고 살아갑니다.
저는 그리스도인이요 수도승이라는 신원을 지니고,
그에 따른 직무와 소명을 따라 살아갑니다.
그래서 실존철학자 하이덱거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은 세상 안에 과업을 짊어진 채 던져진 존재이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모두 소명을 과업으로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주님의 구원과 사랑을 “마음에 새기며”(루카 1,66), 소명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본훼퍼 목사님은 말합니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를 향하여 있는 존재이다.”
아니, 사실은 그보다도 먼저 그리스도는 우리를 향하여 있는 존재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주님의 손길이 늘 우리를 보살피고 계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엘리사벳은 해산달이 차서 아들을 낳았습니다.
이웃들과 친척들도 그녀의 해산 소식을 듣고 “그와 함께 기뻐하였습니다.”(루카 1,58).
그것은 그들이 하느님께서 베푸신 자비를 보았을 뿐만 아니라, 감추어진 무언가가
벙어리가 된 즈카르야를 통해 실현되고 있음을 알아챌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요한의 탄생하자 그의 부모와 친지들은 아기가 어떤 이가 될지,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수행할 사명이 무엇일지 궁금해 합니다.
“이 아기가 대체 무엇이 될 것인가?”(루카 1,66)
그런데 여드레째 되는 날, 아기는 할례를 받고,
“하느님은 자비하시다”라는 요한이란 이름이 주어졌습니다.
그 순간 즈카르야의 묶였던 혀가 풀리고, “이웃이 모두 두려움에 휩싸였습니다.”(루카 1,65).
왜냐하면, 예상하지 못한 아기의 이름이 명해지면서 즈카르야의 혀가 풀린 사건 안에 드러난
하느님의 관여와 현존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복음사가는 말합니다.
“정녕 주님의 손길이 그를 보살피고 계셨던 것이다.”(루카 1,66)
그렇습니다. 먼저 “정녕 주님의 손길이 그를 보살피고 계셨던 것입니다.”(루카 1,66).
마찬가지로, 우리 주님의 손길이 오늘도 우리를 보살피고 계십니다.
그러니, 오늘 우리도 그리스도의 신비 안에 자신을 묻고,
우리의 신원과 소명을 찬미하며 살아갑니다. 아멘.
<오늘 말씀에서 샘 솟은 기도>
주님!
제 마음의 불신을 무너뜨리고, 당신의 숨결을 불어넣으소서.
닫힌 태를 풀고, 제 몸에 당신 소유의 이름을 새기소서.
당신이 주신 이름을 제 삶의 서판 위에 새기게 하소서.
소명을 살게 하시고, 당신이 뜻하신 바가 제게서 이루어지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이영근 아우구스티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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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12월 23일
말라키 3,1-4.23-24 루카 1,57-66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림특강이 있어서 필라델피아 한인성당에 갔었습니다. 같은 서울교구라서 하루 전에 가서
머물렀습니다. 저녁 7시 30분에 강의를 시작하는데 1시간 전에 성당에서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조금 있으니 봉사자들이 왔습니다. 음향을 점검하는 분도 있었고, 제단의 꽃에 물을 주는 분도
있었습니다. 성령기도회 봉사자들이 와서 찬양으로 교우들을 맞이했습니다.
대림특강은 제가 하지만 대림특강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미리 와서 봉사하는 분들을
보았습니다. 특강이 끝난 뒤에는 여성구역에서 따뜻한 차와 간식을 준비하였습니다.
늦은 시간이지만 교우들은 차와 간식을 드시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제가 매주 미사를 가는 부르클린 한인성당에도 많은 봉사자들이 있습니다.
10시 30분에 미사를 하는데 9시면 성가대에서 와서 연습을 합니다. 비슷한 시간에 성모회는
그날의 친교 음식을 준비합니다. 형제님들은 탁자와 의자를 준비합니다.
전례 봉사자들은 미사 준비를 합니다. 복사들도 미리 와서 연습합니다.
재정 봉사자들은 미사예물을 받고, 교무금도 받습니다. 미사는 제가 주례하지만
미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미리 와서 봉사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이제 곧 주님의 성탄을 맞이합니다. 성서를 보면 주님의 성탄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람은 이사야 예언자입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예수님이 태어나기
500년 전에 이미 임마누엘의 탄생을 준비하였습니다.
그리고 임마누엘 주님이 오시기 전에 길을 닦을 사람이 온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보라, 내가 나의 사자를 보내니 그가 내 앞에서 길을 닦으리라.
너희가 찾던 주님, 그가 홀연히 자기 성전으로 오리라. 너희가 좋아하는 계약의 사자 보라,
그가 온다. 보라, 주님의 크고 두려운 날이 오기 전에 내가 너희에게 엘리야 예언자를 보내리라.”
이사야 예언자가 예언했던 사자는 세례자 요한이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이렇게 고백하였습니다.
“보라 나의 뒤에 나보다 더 크신 분이 오신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도 없다.
그분은 점점 커지셔야 하고, 나는 점점 작아 질 것이다.”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분이 오시면 사막에 샘이 넘쳐날 것입니다. 사자와 어린양이 함께 거닐 것입니다.
참된 평화와 참된 자유의 세상이 될 것입니다.” 골짜기는 메우고, 언덕은 평평해 질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평등의 세상이 올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천사 가브리엘이 있습니다. 가브리엘은 즈카리야의 꿈에 나타났습니다.
성령의 힘으로 즈카리야의 아내 엘리사벳이 늙은 나이에 아이를 잉태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아이가 주님의 길을 닦는 세례자 요한입니다.
마리아의 꿈에 나타났습니다. 마리아에게 아이를 가질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마리아는 ‘저는 아직 남자를 모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가브리엘은 성령의 힘으로
그리 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마리아는 ‘이 몸은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고 응답하였습니다.
가브리엘은 마리아와 약혼한 요셉의 꿈에도 나타났습니다. 요셉은 결혼하기 전에 아이를
잉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리아와 남모르게 파혼하려고 하였습니다.
가브리엘은 요셉에게 ‘마리아의 잉태는 성령으로 된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요셉은 하느님의 뜻을 따라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 들였습니다.
이사야 예언자의 예언이 있었고, 천사 가브리엘의 예고가 있었고, 마리아와 요셉의 순명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준비된 순명의 구유 위에 예수님께서 사랑으로 오십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깨어서 기다리는 사람은 이웃과 형제를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며,
이런 이들은 형제의 고통과 절망, 괴로움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그런 자신의 행동이
하느님의 자녀로서 당연히 해야 될 일임을 깨닫게 되며, 이런 사람들에게 “임마누엘”주님은
언제나 함께 하십니다.
주님의 성탄이 임박해지면서 우리는 엘리사벳의 축복과 마리아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이제 곧 성탄입니다. 엘리사벳처럼, 마리아처럼 우리도 찬미의 노래를 부르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성탄을 맞이합시다
서울대교구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 ‘오요안 신부의 가톨릭‘에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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