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 박소란
겨울의 한 모퉁이에 서 있는 것이다
언 발을 구르며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버스가 아닌 다른 무엇이라 해도
기다리는 것이다
이따금 위험한 장면을 상상합니까 위험한 물건을 검색합니까 이를테면,
재빨리 고개를 젓는 것이다
남몰래 주먹을 쥐고 가슴을 땅땅 때리며
어쨌든 기다리는 것이다 시도 쓰고 일도 하며
어쨌든
주기적으로 병원도 다니고 말이죠
과장된 웃음을 짓기도 하는 것이다
오지 않는 것들에 목이 멜 때마다
신년 운세와 卍 같은 글자가 비스듬한 간판을 흘끔거리는 것이다
알바가 주춤거리며 건넨 헬스 요가 전단을 어쩌지 못하는 것이다
버릴 수 없다는 것,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디라 해도
한숨을 쉬면 마스크 위로 터지듯 새어 나오는 입김
가만히 바라보는 것이다
지나치게 희고 따뜻한 것 어느 고요한 밤 찾아든 귓속말처럼
몹시 부풀었다가 이내 수그러지는 것
텅 빈,
다시 부푸는 것
다시 속살거리는 것
어째서 이런 게 생겨났을까 알 수 없는
하나의 이야기가 곁을 맴도는 것이다
말갛게 붙들린 채로 다만 서 있는 것이다
얼어붙은 길
무슨 중요한 볼일이 남아 있기라도 한 듯
기다리는 것이다
- 「격월간 릿터」 2022년 6-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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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소란 시인
1981년 서울 출생. 경남 마산에서 성장. 동국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9년 《문학수첩》 등단
시집 『심장에 가까운 말』 『한 사람의 닫힌 문』 『있다』 등.
2015년 신동엽문학상, 2016년 내일의 한국작가상, 2020년 노작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