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전부터 나의 마음을 끌었던 산티아고 걷기 이틀째다.
11km를 걷게 된다기에 마음을 단단히 먹었는데
몸 컨디션은 좋았다.
어제 걷고나서 발가락도 말짱하고 어디 한 군데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작은 시냇물을 곁에 두고 걷기도 하고
이끼 낀 언덕을 곁에 두고 크고 작은 오솔길을 따라 걷고
참 예쁜 산책길을 걷듯
오늘 처음 통성명을 한 다른 성당 자매인 이사벨라와 두 손을 꼭잡고
마치 마실 나온 친한 자매처럼 걸었다.
작은 마을을 지나고 얼마나 걸었을까?
일행들이 모여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셨다.
한국을 더나기 전부터 위가 아파서 이번 순례기간 동안엔 커피는 향만 맡는걸로~~
환희의 언덕에 도착해서
"저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가 보이네"
했던 순례자들의 동상 앞에 같은 포즈를 취하고
"내게도 보이네!"
하고 팔을 들어 올렸다.
내 바로 곁에 30여명의 일행이 왁자지껄 있는데
마치 나홀로 걸은 듯 사진을 찍어 보았다.
환희의 언덕 도착지점에 작은 경당 앞이다.
도착을 아뢰듯 경당에 앉아 기도지향하는 분들을 주님께 아뢰고
주모송을 바치고
나와 함께 걸으신 주님께 감사기도를 바쳤다.
이날을 위해 준비한 빨간 체크셔츠가 화사해서
예쁜 사진이 나왔다.
이번 순례를 위해 나는 모자를 세 개 챙겼는데 멋내고 야고보 성인의 길을 걷는다는 게
간절함의 부족같아서 부끄러웠지만
멋내기는 내 달란트라 여겨서 거추장스러움 따윈 에쁜 사진을 위해 참을만했다.
산타아고 길을 걷는데
어디쯤일까!
나무 아래 작은 자리가 하나 만들어져 있었네
이번 순례때 내게 사진을 잘 찍는다고 말해 준 언니에게 힘을 받아
이사벨라에게
"여기 앉아 봐. 사진 예쁘게 잘 나오겠다. "
하고 그 나무위에서 한 장 찰칵 찍어주고
나도 같은 자리에서 한 장!
와우~ 넘 맘에 든다.
길은 언제나 카메라를 찾게 하는 매력이 있다.
손자를 데리고 저수지 가 낙엽 쌓인 길을 걸으면서도 매번 셔텨를 누르고
동네 산보를 다닐 때도 구부러진 길이면
꺾어진 그 길 너머에 무언가 있을 것 같은 설렘 탓인지
자꾸 찍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마 내가 오래 전 배우다 말았던 사진학을 계속 공부했었다면
난 길을 모티브로 하는 개인전을 열지 않았을까!
산티아고는 성야고보의 스페인식 이름이다.
기원전 44년경에 예루살렘에서 헤롯왕 아그리파1세에 의해 참수당했는데
제자인 테오도르와 아타나시우스가 시신을 스페인으로 옮겼다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배로 스페인의 파드론까지, 마차로 산티아고까지 옮겼다고 한다.
야고보의 제자들은 그의 시신을 지키다가 그분과 함께 묻혔다고 한다.
그 무덤을 다시 찾은 것은 800년이 지난 후라고~
9세기에 야고보의 무덤이 발견되자
아스트리아스 왕 알폰소 2세가 그 소식을 듣고 순례를 왔었다고 한다.
알폰소 2세는 무덤이 훼손되지 않도록 그곳에 작은 경당을 지었고
이곳이 그 경당일까?
무덤 주위로 도시가 생기자 별이 있는 들판이라는 뜻의 콤포스텔라라는 아름을 붙여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라고 이름지어졌다 한다.
별이 있는 들판 산티아고!
우리는 오브라도이로 광장에 모여 사진을 찍고
야고보 성인의 무덤에 예를 드리고
성프란치스코 성당을 돌아보고는
제법 유명하다는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산티아고 시내에서 잠시 동안 자유시간을 누렸는데
난 이곳에 저번에 왔을 때는 은팔찌를
이번엔 귀걸이를 샀으니 순례자치고는 허영심을 버리지 못하는 한심한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집에 성물이 너무 많아 얼마전에도 묵주를 쇼핑백에 담아 선교분과에 기부할 정도였으니
성물이 없어서 기도를 못하는 건 아니다.
기념품을 하나정도 준비한다면
언제나 잊지 않고 좋아하는 귀걸이가 딱인 것이다.
성물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는 주님을 잊지 않고
그분께 기도하는 게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