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틀 때마다 나오는 '먹방'이 점점 보기 힘들어집니다.
저만 그런가요?
이런 제가 이상한 걸까요?
바빠도 책은 꼭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읽다 말고, 또 읽다가 쉬고, 한숨 한 번 쉬고...
도저히 단숨에 읽을 수 없는 책이었지요.
이 책을 지은 이동호는 전문작가는 아니지만, 그에 뺨치는 필력을 가졌네요.
호기심이 많아 탐구하고, 행동으로 옮기며, 삶을 즐길 줄 알며, 유머감각도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됩니다.
만나본 적은 없지만, 글에서 그런 게 느껴져요.
그는 2014년 귀촌했고 농촌에서 돼지가 자라는 환경을 보고 채식을 결심했다고.
유기농 요구르트 목장에서 일하면서 ‘동물을 키우고 먹는 것’에 대해 고민했으며 돼지와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을 실험하고 싶어서 돼지 세 마리를 키웠고 결국 그 돼지는 그와 그의 지인들의 손에 의해 돼지고기가 되었고.
작은 밭을 일구고 작은 집에 산다는 그.
동물을 키우면 그 동물을 먹기 힘들다는 건 저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
저는 동물의 알을 취하고, 동물과 친구가 되고 싶어 함께 살고 있지만요.
때로는 충격 받으며 공감하며 읽은 글귀들...
- 99퍼센트의 돼지는 도축장에 가는 날 처음으로 햇빛을 본다. '무창돈사'라는 창문이 없는 축사에서 평생을 산다.
- 자연 양돈 방식으로 기른돼지고기를 먹는다면 돼지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 마블링 없는 3등급 소고기를 먹는다면 옥수수 생산을 줄일 수 있다. 옥수수가 줄면 죽음의 해역을 좁힐 수 있고,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을 지킬 수 있다. 고기 섭취량을 줄인다면 세상이 변할 수 있다. 우리의 선택으로 조금씩 바꾸어 나갈 수 있다.
- 자연양돈 농장은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작은 규모를 유지한다. 신뢰를 보증하는 별도의 인증기관이 필요하지 않았다. 송곳니를 뽑지 않고, 꼬리를 자르지 않는다. 깨끗하고 넓은 집에서 자라는 돼지에게는 약이 필요 없다. 자연 교미를 하고 새끼를 낳는다. 보통 100여 마리의 적정 마릿수를 유지한다.(2019년 우리나라 축사 한곳당 돼지 마릿수는 1800마리 이상이다.) 농장에서는 똥 냄새가 나지 않았다.
- '먹방'의 사대다. 고기의 식감에 대해, 육즙에 대해 우리는 말한다. 단백질 보충이나 힐링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고기도 한때 숨 쉬는 생명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말하지 않는다. 우리처럼 감정이 있고, 생각이 있고, 따뜻한 피가 흘렀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않는다. 그들이 어떻게 자라고 어떻게 죽어서 우리에게 오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매년 가축 전염병이 돌고, 축종별로 돌아가며 수많은 동물이 땅에 묻힐 때에야 우리는 비로소 가축이라는 존재를 본다.
첫댓글 외면하고 싶은 사실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쉽고 재미있게 잘 쓴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