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기온을 보니 영하 13도의 맹추위로 모든 만물이 꽁꽁 얼어붙을 날씨지만, 추우나 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토요산악회가 산행을 하는 날이다. 옷을 단단히 입고 명가에 3시에 도착하니 시니어 패션 모델급인 황규명 동지와 박규삼 회장, 이근왕 동지가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사실 황규명 회장은 사진보다 실물이 더욱 멋지다.) 날씨 탓으로 옥녀봉을 오르내리는 3시간 동안 산행 길에서 우리가 만난 등산객은 몇 명 되지 않을 정도로 거의 없었다. 등산로 입구에는 서초구청에서 멋진 휴식장소를 만들어 놓아서 내년 봄부터는 이용객이 많을 것 같다.
옥녀봉 정상은 바람이 거의 안 불고 단단히 입은 옷으로 별로 추위를 못 느꼈다. 자리를 잡고 이근왕 동지가 가지고온 샌드위치와 신중경 여사가 챙겨준 따끈한 소시지 계란말이를 안주삼아 박규삼 회장이 가지고온 따끈한 정종을 마시면서 정담을 나누었다. 내친 김에 2차로 역시 박 회장이 가지고 온 매실 담근주를 마시면서 1시간여를 시간가는 줄 모르면서 옥녀봉 정상에서 얘기를 나누다가 급히 하산하였다. 옥녀봉 정상에는 아무도 없어서 사진부탁도 하지 못했으니 양해바랍니다.
평소보다 늦게 하산하여 어둑어둑해질 무렵에 등산로 입구까지 마중 나온 정정남 동지를 만나고 명가에 기다리고 있던 김명회 동지와 5명이 모였다. 김명회 동지가 박규삼 회장을 “생명의 은인”이라고 부르며 저녁 식사대로 5만원을 찬조하였다. 토요산악회에서 남한산성에 번개팅 갔을 때 하산에 어려움을 겪는 김명회 동지를 박규삼 회장이 도와준 배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추억 얘기이다. 오늘 저녁 식사는 이근왕 동지가 찬조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살아가는 동안 인연은 매일 일어난다.
– 신희상의 시, ‘인연을 살릴 줄 알아야 한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