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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평촌마을 앞을 흐르는 증암천. 시냇물은 가을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
◇광주 평촌마을
- 조선시대 사기그릇인 분청사기 본고장
- 정철의 '성산별곡' 배경 성산과 무등산
- 마을 앞뒤로 버티며 고즈넉한 정취 만끽
- 닭백숙·탁주·돼지감자 등 맛 또한 일품
◇고흥 평촌마을
- 10가구에 주민 12명 거주하는 작은 시골
- 여덟 개 봉우리가 솟아오른 팔영산 배경
- 돌을 쌓아 만든 담벼락이 마을길 에워싸
- 길이3.5㎞의 편백숲 여행의 피로 씻어줘
시골로 들어갈수록 가을은 더 깊었다. 타작을 끝낸 밭의 마른 냄새, 아직도 추수를 덜 끝낸 누런 밭 위에 내리쬐는 석양 무렵의 햇빛은 향기롭고 아름다웠다. 여전히 장작을 넣고 아궁이를 떼는 집이 있는지, 저녁 무렵에는 시골집의 굴뚝에서 장작을 태울때 나는 고소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여유 있고 정감있는 그 풍경에 발길을 멈추고 한참 동안 서 있었다.
10월 마지막 주의 사흘(28~30일) 동안, '명품 마을'을 들여다봤다. 장소는 광주시 평촌마을과 전남 고흥시 평촌마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의 마을을 명품마을로 지정,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체험 활동과 전통문화체험을 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개발 행위는 최대한 자제하고 마을 주민이 직접 나서 마을의 전통을 관광객에게 알리는, 이른바 '착한 관광'인 셈이다. 시골의 여유와 경치를 느낄 수도 있지만 농민의 넉넉한 인심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는 게 명품마을의 장점인 듯싶다.
■산과 산 사이, 광주 평촌마을
닭뫼, 동림, 우성, 담안 4개의 마을을 일컬어 평촌마을로 이름 붙인 곳이다. 광주시 외곽, 전남 담양과 경계가 맞붙은 곳이다. 마을 뒤에는 무등산이, 마을 앞으로는 정철의 '성산별곡'이라는 시조의 배경이 됐던 성산이 자리 잡고 있다.
마을 사이에는 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다. 시냇물은 가을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시조 성산별곡에서 정철은 개울에 비친 가을 무렵의 새벽달을 잡다가 물에 빠졌다는 이태백을 익살스럽게 묘사했다. 석양이 질 무렵이라 가을 하늘의 서슬 퍼런 달은 볼 수 없을지언정, 개울가의 나무와 그 옆에서 뛰노는 동네 꼬마의 모습을 물은 그대로 담고 있었다. 물의 색깔은 붉거나 푸르거나 때로는 노랗기까지 했다. 밤에는 반딧불이까지 볼 수 있다.
가을 시냇물이 담은 그 색깔만큼이나 마을에는 다양한 작물을 수확하고 있다. 무려 25㎏에 달하는 무등산 수박을 비롯해 마을에서 난 쌀을 빚어 만든 탁주 등이다. 4개 마을 주민들은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마을의 작물을 팔거나 마을회관에 식당을 만들어 이곳을 찾는 관광객에 판매하고 있다. 저녁에 맛본 닭백숙은, 마을의 토종닭으로 만든 것이다. 백숙 자체의 맛도 좋았지만, 돼지감자 등 갖가지 채소가 농촌의 풍족함을 고스란히 전했다.
마을이 가진 전통 또 하나. 분청사기의 본고장이 바로 평촌마을 일대다. 분청사기는 조선 시대 서민이 사용했던 사기그릇을 일컫는다. 이곳에서 나는 점토를 그릇 모양으로 만들어 구우면 특유의 청색을 띠는 그릇이 탄생한다. 관광객은 그릇을 만들기 직전인 그릇의 모양을 만들고 원하는 그림을 그리는 7가지 기법을 배워 자신만의 분청사기 그릇을 만들 수 있다.
■오돌토돌 희한한 봉우리 아래, 고흥 평촌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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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고흥군 평촌마을 정담길. 정담길은 마을 트레킹 길로 구석구석 둘러 보며 여유를 느낄 수 있다. |
전남 고흥에 들어서서 시골 길을 한참 들어가다 보면 특이한 산이 나온다. 이른바 팔영산. 산 하나가 여덟 개의 봉우리를 동시에 보여준다. 마치 주먹을 쥐어 튀어나오는 뼈마디 사이의 굴곡처럼, 산에는 여덟 개의 봉우리가 오돌토돌하게 솟았다. 이 지역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안에 지정된 팔영산 자연 휴양림 속의 평촌마을이다.
마을은 아주 작다. 10가구 12명이 거주하는 곳이다. 마을 뒤에는 팔영산이 우람하게 서 있다. 한옥 기와 처마 곡선 끝에 걸린 팔영산의 꼭대기의 모양이 묘하게 어울린다.
마을 안의 아담한 길은 '정담길'로 이름 붙였다. 돌을 쌓아 만든 담벼락은 마을의 길을 에워싸고 있었다. 마을 안의 몇 안 되는 집 대문에는 나무 명패가 달려 있다. '단밤이 맛있는 집'이나, '우물 앞집' 등 각 주택의 특징을 소소하게 담고 있었다.
마을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는 미리 숨쉬기 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 최대한 폐를 벌리고 줄이는 운동 아닌 운동을 한 다음, 걸음걸음마다 심호흡해야 한다. 그 이유는 바로 인근에 편백숲이 있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고 긴 시간 이동하며 얻었던 편두통은, 산책길을 걸으며 모두 씻어낼 수 있었다. "편백숲은 총 길이 3.5㎞에 걸쳐있다. 길마다 모두 6개의 갈림길이 나오며, 원한다면 종일 머물 수 있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 명품마을이란
- 전통문화 체험·관광…후한 인심은 덤일세
- 개발 행위 대신 헌집 꾸며 마을 가꿔
- 관광객 유도 주민 소득 증대 효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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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고흥군 평촌마을 부근에 자리한 편백숲. 숲길은 전체 3.5km이며, 관광객들이 원한다면 하루종일 쉴 수 있을 정도로 넓게 분포해있다. |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구역 안의 마을을 명품마을로 지원해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건물을 새로 짓는 등의 개발 행위는 배제하는 대신, 마을의 빈집이나 헌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벽화를 꾸미는 등으로 마을을 가꾸는 것이다. 명품마을 1호는 전남 진도 관매도로, 명품마을의 대표 성공 사례다.
지난 2012년 마을 주민의 전체 관광 소득이 200만 원에 불과했지만, 2017년 예상 관광 소득은 10배 수준인 2000만 원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은 예상하고 있다.
명품마을 조성의 주된 목적은 전통 산업인 농업을 농작물 생산에서 벗어나 관광 산업까지 끌어들이는 6차 산업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2012년 58억 원에서 오는 2017년 1200억 원까지 지원 예산을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반딧불이를 비롯해 그 지역에서 자생하는 다양한 동식물을 관찰할 수 있으며, 팔영산과 같은 천혜의 관광 자원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지역에서 나는 특산품이나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명품마을의 관광산업 잠재력은 높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