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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형님과 운동화
최 순 태
나는 3명의 형님과 1명의 누님이 있다. 그 중 큰 형님은 나와 같은 원숭이띠이며 12살 연상이다. 형님은 고등학교 시절 문학 소년이었다. 평소 글쓰기를 좋아해서 대학은 본인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국어국문학과를 원하였으나 여의치 않아 교육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
대구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로서 최초의 임지(任地)가 그 당시 금릉군의 오지였던 대덕초등학교였다. 세월이 흘러 나의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 친구와 쉬는 시간에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 친구가 대덕초등학교를 졸업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큰 형님도 그 곳에서 선생님을 하였다고 말하는 순간 친구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반짝거렸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바로 형님이었다며 그 때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가난한 시골 농촌에서 태어난 친구는 어느 날 운동화를 잃어버려서 울고 있는데 선생님이 운동화를 한 켤레 사 주었다는 것이다. 친구의 삼촌이 아이의 신발은 내가 새것으로 사 주겠다며 만류하는 것을 형님은 본인의 성의라며 사비로 신발값을 부담하였다는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형님께 그 이야기를 하였더니 생생하게 예전의 일을 기억하였다. 교사 첫 발령지 학교의 일이라 바로 생각이 난 것이다. 형님은 “그 놈 공부 잘했다. 요즈음도 열심히 하느냐”고 말하였다.
평소 눈여겨 보아왔던 학생이었고 각별하게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형님의 제자와 동생이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우(學友)가 되다니! 참으로 대단한 인연이었다. 그 친구는 금융기관으로 진출하여 훌륭한 은행원이 되었다.
어린시절 우리 집에는 7켤레의 흰 고무신이 있었다. 발의 크기가 비슷했던 집안 남자들은 각자 본인 신발에 자기만 알 수 있는 표시를 해 놓아 고무신이 바뀌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동네 다른 집에 다녀 올 때 문제가 생겼다. 같은 시장에서 구입한 신발이다 보니 모양이 유사하여 남의 신발을 신고 집으로 오는 일이 허다하였다. 당연히 자신의 발에 맞지 않았다. 옳은 주인을 찾는 일은 대개 2~3일이면 충분하였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대개 고무신을 애용하였으나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학교에서 운동화의 종류와 색깔을 지정하여 신게 하였다. 예를 들면 “흰색에 농구화, 신발 끈은 어떻게 매어라” 등이다. 나는 막내이다 보니 형님들로부터 물려받은 운동화를 신게 되었고 그 신발이 떨어지면 새 운동화를 어머니께서 마련해 주었다.
예전에 비가 오면 나무로 만든 나막신을 주로 이용하였다고 하나 어릴 때 보았던 나막신은 신고 다니기에 많이 불편했을 것 같다. 농사일을 주로 하는 농부들은 장화를 신고 일을 한다. 아무래도 논이나 밭에서 일을 할 때 편리하기 때문이었다.
대구 경상감영공원 인근 무궁화백화점 부근에 유명한 “수제구두 골목”이 있다. 이 지역에는 맞춤 구두를 생산하는 많은 업체가 산재해 있으며 기술수준도 우수하여 대형백화점에 납품하고 있다고 한다. 지인의 추천으로 구두를 맞추었는데 내 발에 잘 맞아서 지금도 수제골목의 구두를 애용하고 있다.
옛날에 구두를 구입하여 처음 신을 때 발뒤꿈치가 까져서 며칠간 반창고를 붙이고 다녔으나 요즈음은 가죽이 부드러워 구입 즉시 신어도 불편함이 없다. 가죽이 부드럽고 제조기술이 발전한 까닭이다.
서양의 동화 “신데렐라”에서 신데렐라는 어릴 때 어머니를 여의고 계모의 학대 속에서 집안의 온갖 힘든 일을 하던 중 왕자님의 무도회에 모두 참석하라는 통보를 받았으나 여러 가지 여건상 참가가 어려워 실의에 빠져 있었다.
이 때 착한 요정이 홀연히 나타나 아름다운 드레스와 호박으로 만든 마차를 마련해 주면서 12시전에 집에 돌아와야 된다고 신신당부 하였다. 만일 12시가 지나면 마법이 풀려 원래의 남루한 모습으로 바뀐다고 말하였다.
신데렐라는 궁궐로 들어가 신나게 무도회를 즐기는 사이 이윽고 12시가 되어 정신없이 무도회장을 빠져 나오면서 유리구두 한쪽이 벗겨지고 말았다. 왕자님은 유리구두의 주인공을 왕비로 삼는다고 공포하고 전국을 돌며 구두의 주인공을 찾아다녔다.
이윽고 궁에서 나온 사람들이 신데렐라가 벗겨진 구두의 주인공임을 알고 신데렐라를 데리고 가서 왕비로 삼게 된다. 이 이야기의 “유리구두”는 미천한 사람의 신분이 상승되어 성공한다는 의미로 이해되기도 한다.
지금 여성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부츠(Boots)는 원래 서양의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던 것이었다. 그 당시 무인들의 복장을 보면 기병(騎兵)들이 말을 탈 때 발에 착용한 모습이 보인다.
그렇게 이용된 부츠가 점차 여성들이 애용하게 되었고 모양도 당초 무릎까지 올라온 신발에서 더 짧아진 부츠가 등장하였다. 일명 어그부츠로 불린다. 이 신발은 추운 겨울에 맞을 것 같은데 거리의 아가씨들은 무더운 여름에도 신고 다닌다.
물론 현대는 개성의 시대인지라 각자의 취향에 따라 사용할 수도 있으나,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젊은이들의 톡톡 튀는 성향을 기성시대가 어떻게 따라 갈 수 있겠는가?
요사이 모든 사람들이 건강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집 부근의 동산이나 둘레길 등에서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즐기고 있다. 등산 및 레저문화의 발달로 다양한 가격대의 등산화가 넘쳐나고 있다.
저마다 주위의 다른 사람들이 입은 옷차림, 신발에 지나치게 신경을 써다 보니 집 주위의 야트막한 산을 오르면서도 등산화는 에베레스트나 세계적인 고봉(高峰) 등산에 어울릴 만한 고가의 신발을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고가의 신발을 구입하면 자기 과시는 되겠지만 가계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 각자 등산 목적에 맞는 등산용품을 구입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 너무 지나치지 않고 자기 실정에 맞게 신발을 마련하면 좋겠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도 있지 않는가?
이제 값비싼 물건과 고가의 차량 구입으로 자기를 과시하던 시절은 지나갔다. 스스로 독서나 다양한 경험을 쌓아서 내실을 다져야 하지 않을까! 빈 깡통이 요란스러운 반면에 오히려 꽉 찬 깡통은 소리가 나지 않는 법이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탓하지 말고 스스로 자기의 가치를 높이는 자세가 필요할 때이다.
첫댓글 외형이나 외모를 중시하는 것은 타인을 의식한 자신의 체면이겠죠 공감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신발에 얼킨 재미 있는 이야기 잘 읽었읍니다. 신발이나 옷 들이 브랜드 위주의 자기과시 용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것 같읍니다. 옷도 신발도 내몸에 맞는것이 제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형님이 제자에게 사주었던 운동화에는 남모를 사랑이 담겨 있는데 지금은 사랑보다 남앞에 자신을 과시하고픈 허영심이 돋보이는 시대입니다. 허세를 자제하고 자중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기. 그것이 덕목일 것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사제간의 신발에 얽힌 이야기가 감동을 줍니다. 글을 통하여 신발이란 것에 대하여 다시 한번 반추해 보게 되고 새로운 정보도 얻게 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인연이란 형님의 제자와 친구라 그것도 제자에게 운동화를 사주신 선생님, 어찌 그 따뜻한 사랑을 쉽게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 시대 선생님 봉급도 박봉일텐데 제자에게 얼른 운동화를 사주신 선생님 그 제자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길 선생님이 십니다.
신발에 얽힌 여러가지 이야기들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검정 고무신 한 켤레도 귀하던 시절 제자에게 새 운동화를 사 준 형님의 제자사랑, 그리고 그걸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제자의 마음씀이 감동적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사람의 인연이 참으로 묘합니다. 나도 경주에 살고있는 친구의 자녀가 우리집 사람의 제자가된 인연을 체험하였습니다. 신발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형제분들이 많으셔서 감동적인 이야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신발 잃어버리고 울며 집에 가던 아이들도 많았는데.. 참 훌륭하신 선생님을 큰 형님으로 두셨군요.. 신발의 본래 용도대로 검소하고 실용적으로 신었으면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신세대들은 신발의 기능이나 편안함보다는 패션을 추구하는 것이 요즘 트렌드이죠.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