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 이야기입니다
평소의 마당입니다. 거의 야산이죠.
잘 보면 야생두릅과 가시오가피가 있습니다. ^.^
취나물의 일종인 듯 합니다
봄에 찍은 거라 마당이 한산합니다. 지금은 정글..
여하튼 봄이었죠.
산비둘기도 오고
직박구리도 오고..
(사진엔 없지만 이름모를 작은 까만새, 갈색새도 매일 오죠. ㅋ)
아기고양이도...
(눈도 이제 막 뜬 아기라 도망을 못갑니다.
너무 허약합니다.)
그래서 소고기 투척
고양이는 원래 눈이 어두운데, 얘는 아주 더 심각합니다.
"여기다.. 여기!"
저 잔은 머그잔이 아닙니다. 소주잔 (크기가..)
얘는 태어나자 마자 입맛을 버린 겁니다.
소고기, 두번 다시 먹지 못할 수도 있는뎅.
아니나 다를까 어미가 다음날로 새끼를 데려갔습니다.
사람이 얼쩡거리니까 찜찜했겠죠.
집 아래 기단에 아주 크고 아늑한 개집이 있거든요.
거기서 살아도 되는데...
이게 올겨울입니다. 2015. 2월쯤? 봄인가?
그러던 어느날...
심상치 않은 일이 발생했죠.
고양이들이 자꾸 구슬프게 웁니다. 저 아래를 내려다 보면서...
지난 주 월요일(2015.6.8) 저녁..
사실은 밤이라서 그날은 그냥 모르고 잤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새벽 (6.9) 알게 됩니다.
새끼고양이가 저 옆집 벽과 우리집 담 사이에 빠졌었다는 것을...
가만보니 그 안에 있다가 담장 위에 올라왔다가를 반복하는데 더 이상의 진전이
없습니다.
갇힌 거지요.
옆집 담과 우리담 사이가 겨우 5~6센티 정도..
그렇게 비좁은 공간이 있었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보니 정말 좁고 넓은 그런 공간이 있었습니다.
양쪽벽이 점점 다가와서 압사당하기 직전의 그런 방 같은 걸 상상하면 맞습니다.
중간중간에 벽돌이 한 두개씩 박혀 있어서 그걸 계단처럼 타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듯
했습니다.
아무리 새끼고양이라지만 몸이 낑겨서, 죽을지경.
그래서 고양이에게 깡통 하나 따서 올려놓고 아래쪽을 파보기로 합니다.
쇼생크탈출 작전.
그런데 공구가 변변한 게 없습니다.
작디작은 드라이버랑 송곳밖엔..ㅋ
그래도 드라이버가 좀 더 낫네요.
하얀 벽돌이라, 뭐 할만합니다
일단 이쪽 벽돌 앞면을 깨보고..
그란데 구멍을 너무 아래쪽에다 냈는지... ;;;
허리가.. 허리가...ㅠㅠ
중간중간 허리펴고 쉬면서 사진이나 한장씩 찍어봅니다.
이것도 나중에 추억이 되리.. 이람서..
쉬는 시간이 더 잦아집니다.
망치질은 할 만한데.. 허리가...OTL
더구나 푹푹 찌는 땡볕더위.
벽돌의 저쪽면까지 뚫린게 조금 보입니다.
담배를 피워야한다면 바로 이럴 때겠지요? ^^*
끝이 보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돌들이 나옵니다.
오래된 집이라 옛날식으로 아주 튼튼하게 지어졌다더니 ..
(원래 이곳이 돌로 된 땅이었습니다.)
벽돌가루부터 삐죽삐죽 깨진 돌들..
제 주먹보다 큰돌이 줄줄이 나옵니다.
큰 걸 꺼내려니 구멍도 자꾸 커지고... 점입가경
근데 이거 파도파도 끝이 없네요.
튼튼하게 지었다더니 벽이 이렇게 두꺼웠던가요?
나중엔 제 팔뚝이 다 들어갔습니다.
뾰족한 게 팔꿈치입니다.ㅡ.,ㅡㅋ
30센티가 넘는다는 결론
사진이 희미하네요.ㅜㅜ
허리가 아파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일단 새참을 먹고...
인터넷으로 공구를 질렀습니다.
정망치랑 장드라이버(다가네? 용도..ㅋ)
이런 걸 만들어 썼거든요.
딱 봐도 허술..ㅋ
구멍이 깊어지니까 작은 드라이버가 쓸모 없어집니다!
망치로 때리면 드라이버는 쏙 기어들어갑니다.
온갖 긴 물건들을 다 써봤지만 낭패!
모종삽은 구부러지고
나무는 부러집니다. 당연하지요 ㅎㅎ
식칼도.. 길이가 안 닿습니다.
그러다 무릅을 쳤습니다. 유레카!
아니, 땅을 쳤습니다. 이런 바보..!
"담은 그렇게 두껍지 않다!
난 지금 담을 뚫은 게 아니라
땅을 파고 있었던 거다."
(땅을 친겁니다-.-^
드라이버로..나무로.. 식칼로.ㅋ.)
사실 알고보니 이러저러한 이유로 우리집 마당이 옆집보다, 옆집과의 빈공간보다
깊었던 겁니다.
일명 마당 깊은 집.
그래서 모든 노가다. 중지 선언!
저녁무렵엔 이런 걸 만듭니다.
온갖 거적대기를 다 모아 테트리스.. 아니
계단.. 계단.
제발 계단을 타고 내려오라고!
아니면 어미 네가
계단을 타고 올라가서 물고 오란 말이닷~!
맨날 위에서 울지만 말고.
제 책상에서 딱 보입니다.
그러니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수도 없지요.
근데 쟤는 스티로폼이 무서운가 봅니다.
인기척에 도망갈까 저는 훔쳐봅니다. 커튼 사이로..
이런 관음증..'''
근데 다음날까지 내려오질 못합니다.
아니, 아예 내려올 생각을 모합니다.
젠장. 너는 바보
(나도 바보..)
어미도 저 위로만 다니며 웁니다.
평소엔 그렇게 마당에서 잘 놀더니.
어미뿐 아니라 형제 둘& 아빠로 보이는 얼룩이..
어른 둘, 애들 둘이 수시로 와서 절절하게 웁니다
서로 마주 보며..;;;
참, 애가 탑니다.
화요일(6.9)은 그렇게 지나갑니다.
다음날 입니다. 수요일 (6.10)
내려오지 못한다면 올라가거라.
흔들리지않게 빈틈도 꽉 채워서 그 위에서 뛰어도 되게 해놓습니다.
저 빈틈 메우기도 오래 걸렸습니다.
뚜껑 여러 개를 바꿔가며 사이즈 조절.
계단을 올라가 옆으로 폴짝하면 쉽겠죠?
이걸 해놓고는 기분이 째집니다.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더군요.
드디어 해결~!!
그런데 너무 조용합니다.
사진에는 못담았지만 나중에 새끼고양이가 몇 번이나 올라왔었는데
계단 근처로는 아예 가지도 못합니다.
하얀 스티로품이 너무 무서운가 봅니다.
그래서 소고기를 급해동해서 잘게 볶아 계단마다 놓아주었습니다.
그걸 따라 올라가거랏 제발!! --+
근데 다음날 목요일(6.11) 아침에보니 소고기만 없습니다.
OTL
이새끼(?) 고양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구슬프게
전설의 고향을 찍습니다. 흐..
그리고 또 다음날 금요일(6.12)
무기가 도착합니다
인터뿅뵹.** 배송이 느립니다. 미처 몰랐네요
다시 또 노가다..
이번엔 널널하게 위에서 팝니다.
화수목 쉬면서 허리가 겨우 제자리로 돌아왔는데 다시 또 휘청..'');;
이젠 꾼이되었습니다.
구멍쯤이야~
무기가 있으니 쉽네요.
제 할일은 다 했습니다.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고...
허리병 고치러.. 고고
박스는 고양이 취향입니다.
덜 무서워하겠지요? 제 짧은 소견일 뿐입니다.
스티로폼도 무서워하는 애라..
그런데 끝까지 마음을 놓게 그냥 놔두질 않네요.
낮에 저렇게 해놨는데 밤 늦게까지도
쥐죽은 듯 조용합니다.
구멍도 무서운가 봅니다. 아이고야~
그런데 토요일 새벽(6.13)
불길하게도 까마귀들이 울어쌉니다.
평소엔 까마귀가 울건 직박구리가 찢어지는 소리를 내건 전혀 불길할 게 없는데
그날은 괜히 새끼고양이가 죽었나 이런 생각마저 듭니다.
그래서 사다리로 올라가 확인해봅니다.
결론은...
이제 평화로운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왠지 섭섭.. 시원..
어쨌거나 쇼생크탈출 작전은 끝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 함정..
저 일이 있기 이틀전 저 녀석이 뒤뜰에 빠져서 울고 있는 걸
스티로폼 계단을 쌓아서 빼주었더랬습니다.
뒤뜰도 폭이 50센티밖에 안되는 긴 복도처럼 생긴 공간입니다.
녀석이 도시빈민 출신이라.. 허약하고 사람에 대한 겁도 많았습니다.
사람소리만 나면 쌩하니 도망가서 사람 손이 안 닿는 구석에 꼭 박혀 있으니
손으로 직접 꺼낼 도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매번 스티로폼 계단을 만들었지요.
좁은 곳에 계단 만들기는 특별한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스티로폼으로 긴 복도를 다 채울수는 없으니까요.
아주 여름마다 이눔의 새끼 고양이들이
저를 시험에 들게 합니다.
제리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제리는 저새끼 고양이 이름입니다.
제리처럼 똘똘하게 빠져나오라고 제가 이름을..ㅋㅋ
하여간 해피엔딩입니다.
주말은 아무 걱정없이 보냈습니다.
그야말로 상쾌한 토요일이었지요.
여러분도 모두 좋은 하루되세요.^^
끝
..
첫댓글 119다큐 보는거 같았어요 ㅎㅎ
고생 하셨네요
그래도 뿌듯 하시겠 습니다
지금은..
제리가 쥐를 물고 올까 걱정중입니다.ㅋ
참으로 애쓰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무도 그렇게 얘기해주질 않았어요.
아무도 모르니까요.^^
아이고ᆢ 고생하셨습니다ᆢ
동물농장 증후군인듯 합니다..^^
ㅎㅎ
고생하셨습니다
재미있게 봤습니다.
나혼자 동물농장. 제리편입니다^^
농물농장 한편 잘봤습니다
이게 다 동물농장 때문입니다.ㅋ
님의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에 감동받았습니다. 정말 좋은 일 하셨네요.
동물농장 표절논란..ㅋ
(절대 표절 아닙니다. 저를 믿어주시길..)
고양이도 나가고.. 허리도 나갔습니다.ㅎㅎ
근데 저는 재미있었습니다.
누가 시켜서 한 일이면 종이비행기를 날리라 해도 힘들다고 짜증냈을 텐데..
제가 자청한 일이라 힘든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웃기죠..ㅋ
혼자만의 동물농장 이야기,,, 일상을 사진 첨부하면서~아주 재미있게 엮어 놓으셨습니다~
야옹야옹 새끼 고양이 ,,ㅇㅇ소리~들리는 듯 합니다! 묘한님 고생 하셨습니다 ㅎ
벽을 때려 부순다는게..
묘하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ㅎㅎ
아이고~ 숨죽이며 읽었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119대원 인증을 드립니다~^*^
아마 녀석도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았을까요?
저도 새끼고양이소리만 들리면 파블로프의 개처럼..ㅋ
애쓰셨어요~~~
"에이 뭘,
별 말씀을 다..."
이렇게 얘기하고 싶었지요.
누군가 옆에서 애썼다고 말해줬다면.^^
정말 고생하셨네요... 공구도 없이 벽에 구멍도 뚫으시고....ㅎㅎㅎ
행복하세요...
ㅋ 웃기죠. 벽도 아니고 땅을.. 그것도 옆구리를 찔러댔으니..
어설픈 공구와 애기묘 얘기... 낄낄대면서 끝까지 다 읽었습니다. ^^*
재미난 분의 재밌는 얘기 잘 보고 갑니다~~~♬♪
저 모종삽에서는 고양이똥 냄새가 났습니다. ㅋ
무쇠칼도 끝이 다 구부러졌고
그걸 펴가면서 했다는 슬픈 이야기..
몇날 몇일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도 노심초사 하면서 읽어 내려갔는데~ㅎㅎ 해피앤딩이라 기분도 좋습니다^-^
왠지 톰의 심정을 알 것 같았습니다
제리, 나빴어..ㅋ
얼마나 염려하셧을지..상상이가네요.
송곳ㅋㅋ
귀요미시네요^^
다 쓸데없었어요.ㅎㅎ
저것들은 공구도 아니었어요.
멋진 대구분~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