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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열매
<허철희의 자연에 살어리랏다> 말오줌때
부안에도 명주가 있다. 바로 변산팔선주(邊山八仙酒)이다. 변산팔선주는 예부터 부안지방의 전통 민속주로 변산에 자생하는 4근(오갈피, 마가목, 음정목, 개오동), 4본(창출, 위령선, 쇠무릎, 석창포) 등 8가지 약재를 재료로 빚는 술이다. 맛이 부드러우면서도 향이 좋을 뿐아니라, 약효면에서 뛰어나 기력이 떨어지거나 잔병치레를 할 때 공복에 마시면 효험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약효가 뛰어나다보니 술보다는 약용으로 더 많이 애음해 온 귀한 술로 6.25 때 몰매를 맞고 골병 든 사람들이 이 술을 장기적으로 마시고 회복했다는 얘기는 변산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다. 지금은 몇몇 민가에 이 술의 전통 비법이 전해 내려 올 뿐, 거의 그 맥이 끊겼는데 상서면 청림리 노적마을 장성수씨, 변산면 도청리 모항마을 박배진씨가 전통 방법 그대로 변산팔선주의 맥을 잇고 있다.
그런데 변산팔선주 재료 중 ‘음정목’은 식물도감을 뒤져도,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명쾌한 답 얻기가 어렵다. 아마도 부안지방에서만 사용하는 식물 이름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나무 표본으로 동정을 구한다면 쉽게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바로 ‘말오줌때’가 음정목이다.
말오줌때는 ‘칠선주나무’, ‘나도딱총나무’, ‘계안청(鷄眼晴)’, ‘담춘자(淡椿子)’ 등의 별명과 ‘야아춘자(野鴉椿子)’라는 생약명을 가지고 있는데도 음정목은 빠져 있다. 그러기에 한자 표기를 어떻게 하는지조차 필자는 아직 확인을 못하고 있다. 칠선주나무라는 별명은 인천이나 강화지방의 전통주 ‘칠선주’의 재료로 쓰이기에 얻은 이름으로 여겨지나, 그렇더라도 칠선주의 재료에는 말오줌때가 포함되어 있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나도딱총나무’라는 별명은 말오줌때의 열매와 흡사해 얻어진 이름으로 여겨진다.
‘말오줌때’라는 못생긴 이름을 얻은 데에는 여러 설이 있다. 많이 먹으면 오줌을 싼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홍갈색의 작은 가지와 잎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하여 지어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그런가하면 말이 소화불량을 일으킬 때 먹인다하여, 또 줄기가 잘 휘면서도 부러지지 않아 말채찍으로 쓰는데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고추나무과의 낙엽활엽관목인 말오줌때(Euscaphis japonica)는 주로 따뜻한 남쪽지방의 산기슭이나 바닷가 숲에서 자라는데, 해안을 따라 중부지방까지도 북상해 자라며, 일본·타이완·중국 등지에도 분포한다. 부안에는 비교적 흔하게 자라는 편이다. 높이는 약 3~5m 자라며, 마주나는 잎은 홀수 1회 깃꼴겹잎(羽狀複葉)으로 길이 약 25cm 정도이다. 작은 잎은 5~11개로 길이 4~8cm, 나비 2~4cm의 긴 타원형이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잎의 표면은 짙은 녹색이며 털이 없고 뒷면 밑 부분에는 보통 흰 털이 있다.
5월에 피는 꽃은 원추꽃차례에 달리는데 작은 꽃들이 녹황색이어서 눈에 잘 띠지 않는다. 말오줌때가 비로소 존재감을 드러내는 시기는 8~9월 열매가 익으면서부터이다. 열매는 골돌과로 붉게 익는다. 다 익으면 벌어지며 까만 구슬같은 씨앗을 드러내는데 그 자태가 꽃과는 달리 아주 매혹적이다.
말오줌때 어린 순은 나물로 먹으며, 생약명은 야아춘자(野鴉椿子)라 하여 꽃, 뿌리, 가지, 잎 등을 탕으로 하거나 환제로 하여 약용하는데, 기운순환을 촉진해서 통증을 완화시키고 부기를 내리며, 뱃속을 데워주는 효능이 있어 위통, 설사, 자궁하수, 탈항, 생리불순, 생리통, 이뇨, 고환의 부종이나 통증, 복통, 풍습, 풍한 등에 사용한다. 그러나 성질이 약간 따뜻해서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부안21’ 발행인. 환경생태운동가>
출처 위클리서울 허철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