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04 지역예선 첫상대 스페인, 우크라이나에게 연달아 패배하면서, 이번 대회참가가 불투해보였던 그리스는 이후 6차례 경기에서 무실점경기로 모두 승리를 낚는 저력을 보여주며, 당당히 조1위로 통과하였다. 스페인, 우크라이나 모두 그리스의 막강 수비라인과 골키퍼 니코폴리디스[사진: 철옹성 골문, 내가 지킨다]의 선방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리스는 지난 3월까지 11승4무로 15경기 무패행진을 이어나가는데, 무엇보다도 변화무쌍한 수비라인의 안정된 조직력과 니코폴리디스의 선방덕이 컸다. 파나티나이코스의 골키퍼 니코폴리디스는 올해나이 33세로 챔피언스리그, UEFA컵, 그리고 대표팀에서의 수많은 경기경험의 소유자인 베터랑이다. 그리스 대표팀의 항상 골문을 지킨 니코폴리디스는 수많은 대외경험을 바탕으로 수비라인의 움직임을 조율하며, 카리스마적인 팀내 리더로서 독일의 올리버 칸과 비교된다. 동물적인 감각과 뛰어난 민첩성, 유연성을 두루갖춘 니코폴리디스는 지역예선전에서 강팀들의 수많은 공격세례를 육탄방어하며, 팀을 본선으로 이끈 주인공이다. 그의 백업으로는 같은 파나티나이코스의 팀동료인 199 신장의 거인 칼키아스와 올림피아코스의 카테르기아나키스가 버틴다. 특히 칼키아스는 199의 어마어마한 거구의 소유자로 공중볼 처리능력에서 탁월한 모습을 보여준다.
수시로 바뀌는 카멜레온 수비라인
독일의 명장으로 이름을 드날렸던 레하겔 감독의 뛰어난 전술운영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레하겔 감독에게 기본틀의 포메이션은 존재하지를 않는다. 그는 상대팀의 전력과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3백, 4백, 스위퍼 시스템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다양한 전술운영의 감독이다. 이렇게 다소 변화가 심한 전술운영이 자칫 선수들의 혼란을 야기하여 쉽게 경기를 망칠수 있는 우려가 있으나, 레하겔 감독은 상대팀에 대한 완벽한 분석과 변화무쌍한 용병술로 이번 유로예선전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유로 지역예선전에서도 그렇듯이, 레하겔 감독은 그리스 팀의 전력이 약세인것을 감안하여, 수비에 역점을 두는 안정된 경기운영을 바탕으로 카운터 어택으로 공격을 해결한다. 4-4-2, 5-4-1, 그리고 예선전에서 한수아래의 전력인 아르메니아, 북아일랜드전에서는 공격력 강화를 위해 3-4-3을 들고 나오며, 상대의 허를 찔렀다. 일단, 레하겔 감독은 같은조 스페인, 포르투갈, 러시아같은 강호가 즐비하기 때문에, 3-4-3 전술은 자재할 것으로 보인다.
4백을 기본 전형으로 사용할경우, 좌측부터 S.베네티디스(올림피아코스)-N.다비자스(레체스터 시티)-T.델라스(AS로마)-G.세이타리디스(파나티나이코스)가 포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뉴캐슬에서 이미 검증된 수비수 다비자스와 AS 로마에서 사무엘, 키부와 함께 막강 수비라인을 형성한 델라스[사진: 짠물수비라인의 핵심]의 중앙 수비라인은 그 어느팀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특히, AS 로마에서 올시즌 발군의 활약을 보인 델라스는 폭넓은 수비력과 패싱력, 뛰어난 대인마크력으로 스위퍼 시스템 가동시 최후방에서 스위퍼로서도 활용이 가능하다. 스페인, 포르투갈 같은 강팀에 맞설 경우, 스위퍼 시스템 가동도 예상해 볼 수 있는데, 이때에는 수비수가 5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경우, 백업으로 대기중인 카프시스와 피사스의 투입이 가능하다. 한가지 문제라면, 좌우 윙백의 수비력이 좋으나, 그들의 오버래핑이 그다지 활발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격력에서 다양한 옵션을 줄 수가 없는게 흠이다. 하지만, 레하게 감독 체제아래, 지난 몇년간 유기적인 조직력을 바탕으로 철옹성 수비를 구축하는 그리스 수비라인을 뚫기에 공격력이 좋은 스페인, 포르투갈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단은 수비 안정화에 카라고우니스를 기대한다
미드필드 진형도 수비라인의 포진도와 상대전력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레하겔 감독의 그리스는 일단은 이번 유로 2004 본선에서는 수비력 안정화에 기인하여 기본적으로 더블 보란치(수비형 미드필더)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자고라키스와 바시나스의 출격이 유력한 상황으로 공격 강화를 요한다면, 수비형 미드필더를 하나로 놓는 방안도 구상해 볼 수 있다. 자고라키스와 바시나스는 각각 AEK 아테네와 파나티나이코스를 대표하는 중앙 미드필더로 수비력과 경기 장악능력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그리스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다. 공격형으로 눈을 돌려보면, 일단 카라고우니스[사진: 팀 공격다양화에 그의 임무가 막중하다]의 부상에서 회복되었다는 것이 레하겔 감독을 미소짓게 만들고 있다. 인터밀란의 미드필더로 탁월한 패싱력과 안정된 공수 조율을 자랑하는 카라고우니스는 그리스 미드필더의 핵심으로 간주된다. 고질적인 발목부상으로 그동안 유로 예선전에 모습을 보이질 못하였던 그는 최근 부상회복으로 인해 대표팀 스쿼드에 합류하며, 레하겔 감독에게 다양한 전술운영을 제공하게 만들었다.
카라고우니스 이외에도 AEK 아테네의 붙박이 미드필더로 팀내 지주로 꼽히는 트시아르타스가 존재한다. 트시아르타스는 전형적인 플레이 메이커 스타일로 자로잰듯한 패싱력과 우수한 시야과 강점이다. 여기에 좌우날개 라키스와 기아노코폴로스의 공격옵션도 존재한다. 볼튼 원더러스 소속의 기아노코폴로스는 활발한 오른쪽 돌파가 돋보이며, 지역예선에서도 최전방 공격수들에게 다양한 공격형태로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일단, 카라고우니스의 부상회복으로 그와 함께 트시아르타스와 기아노코폴로스의 주전이 예상되고 있다. 지역예선에서 문제점으로 드러났던, 최전방에게 전개되는 다양한 볼배급과 공격루트가 다소 문제되었던 점을 비추어 보았을때, 그들에게 미드필더들의 좀 더 공격에서 활발한 공격전개가 필요하다. 최전방에 충분히 한방이 있는 선수들이 포진하고 있기에, 그들에게 공격형 미드필더들의 다양한 경기운영이 이번 본선에서 그들의 공격력의 열쇠로 작용한다.
충분히 한방이 있다
올시즌 브레멘의 분데스리가 우승에 조커로서 일조한 카리스테아스[사진: 더이상 그를 유망주로 평가하지 말라!]를 주축으로 형성되는 최전방 공격라인업은 일단 모두 한방이 있다. 카리스테아스는 지역예선에서 팀내 최다골을 터트리면서, 그리스 공격의 핵으로 자리잡고 있따. 분데스리가에서도 소속팀에서 아일톤이 중심되는 공격라인에 조커로서 좋은 활약을 보인 카리스테아스는 분명 상대팀에게 경계1호 대상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와 함께 공격 파트너를 이룰 선수로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니콜라디스와 브리자스가 포진한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소속의 니콜라디스는 라리가 초반 무서운 득점포로 그 기량을 능히 인정받은 선수이다. 수많은 대외 경험으로 노련미가 돋보이는 니콜라디스는 다소 경기마다 그 기량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한편, 페루지아의 간판 스트라이커로 세리에A 무대에서 그 이름을 드날렸던 피오렌티나의 브리자스 역시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선수이다. 188의 건장한 체구를 지닌 브리자스는 이탈리아 무대에서도 중요한 순간에 골을 기록하는 해결사 기질을 갖춘 선수로, 헤딩력과 탁월한 골감각이 우수한 선수이다. 기복이 심한 니콜라디스보다는 브리자스의 감각에 좀 더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이렇게 우수한 골게터들을 지닌 그리스는 하지만, 지난 예선에서도 보여주었듯이, 공수간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면서, 최전방 공격수들이 고립되는 현상을 자주 연출하였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득점에서 상당한 애를 먹기도 하였다. 탄탄한 수비력을 자랑하는 그리스는 무엇보다도 공격력 강화를 위해 미드필더들의 활발한 공격전개와 최전방 공격수들의 폭넓은 움직임이 관건이다.
예상 코멘트
80년 유럽선수권, 94 미국 월드컵에 이어 이번 유로2004는 그들에게 있어서 3번째 메이저 대회 본선진출이다. 지난 메이저 대회에서 80년 유럽선수권 1무2패, 94 미국월드컵 3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지니고 있는 그리스는 무엇보다도 선수들의 큰 경기에서의 제기량 발휘가 걸림돌이다. 큰 경기무대 경험이 없는 그리스 선수들로서는 좀 더 자신의 기량에 대한 자신감이 그 무엇보다도 크다. 강력한 수비라인과 레하겔 감독의 변화무쌍한 전술운영은 A조의 다크호스로 작용하고 있다. 스페인, 포르투갈에 비해 다소 전력이 처지지만, 예선전에서도 스페인을 잡은 경험이 있는 그리스에게 러시아보다 좀 더 높은 점수를 매기고 싶다. 탄탄한 수비라인을 바탕으로 위축되지 않고 자신들의 플레이를 보여준다면, 착실한 승점쌓기로 예선통과도 한번 해볼만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