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남북전쟁이라고 하면 우리는 대부분 노예해방을 생각합니다. 물론 대두된 문제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전쟁은 어느 하나의 이유 때문에 발발하지는 않습니다. 여러 가지 숨겨진 문제들이 얽히고설켜 발생하는데 다만 한 사건이 도화선이 되는 것입니다. 그 좋은 예가 바로 1차 세계대전입니다.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제위 계승자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이 보스니아를 방문했다가 세르비아 민족주의자에게 암살을 당합니다. 어쩌면 두 나라 사이의 문제이지만 이것을 빌미로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됩니다. 그 속에 숨겨진 다양한 사연들이 기다렸다는 듯 폭발로 이어진 것입니다. 남북전쟁도 노예해방은 그냥 여러 가지 문제들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물론 그 문제가 일으킨 파장은 깊게 그리고 길게 이어졌습니다. 그 후로는 인종차별 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자유평등을 부르짖어도 여전히 사람들 속에 담겨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날은 비단 흑백의 차이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당시 미국 안에서는 대단히 큰 사건이지요. 특히 미국 남부지역은 목화 생산지로 유명하고 그것으로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목화생산을 누가 담당했느냐 하는 것이지요. 바로 값싼 흑인노예들의 노동력이었습니다. 사실 그들이 없으면 이 산업은 끝장나기 십상이었다는 말입니다. 남부지역으로서는 노예해방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처지였습니다.
하기야 어디서나 비슷하겠지만 가진 자들의 불만입니다. 가난한 백성에게는 있으나 없으나 그게 그겁니다. 부자들이 자기네의 부하고 안락한 생활을 유지하려니 흑인노예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는 말입니다. 이야기 속에서 나오는 대화에는 그런 말이 나옵니다. 이 전쟁은 부자들을 위한 가난한자들의 전쟁이라고 말입니다. 갑자기 해방된 노예들이 곧바로 자유를 누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당장 먹을 것을 어디서 구하느냐 하는 문제를 떠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양식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자유란 공허한 이상일 뿐입니다. 굶어 죽느니 노예로 사는 것이 낫다는 말이지요. 그러니 자유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전쟁을 하려면 잘 알듯이 경제력이 있어야 합니다. 한 마디로 돈이 없으면 전쟁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 주로 목화생산에 의존하고 있던 남부지역은 전쟁이 길어지면서 궁핍해집니다. 그러니 일반 백성에게서 강제 징발하게 됩니다. 농사짓고 사는 평범한 농부들의 농장을 들쑤셔서 다 가져갑니다. 그러면 긴 겨울을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백성은 굶어죽어도 전쟁을 하자니 군대는 지켜야 하고 군사들부터 먹여야 한다는 것은 아주 근시안적 사고입니다. 백성이 농사를 짓지 않으면 그 다음 해에는 어찌 하지요? 먹지 않고 전쟁을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럴 만한 능력이 없다면 빨리 전쟁을 끝내고 평화조약을 체결해야 합니다.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을 택해야지요.
남군 소속으로 전장에 있던 ‘뉴튼’이 어느 날 놀랍니다. 어린 조카가 그곳에 나타난 것입니다. 징발되었답니다. 집에 있는 식량도 다 가져갔답니다. 가족도 걱정이고 무엇보다 전장에 나온 조카가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어린아이까지 동원할 수 있는가 말이지요. 자기가 지켜줄 것을 다짐하지만 얼마 가지 못합니다. 총탄이 사람을 가리는 것은 아니니까요. 조카의 시신을 마차에 싣고는 탈영합니다. 동료가 걱정해줍니다. 발각되는 즉시 총살입니다. 아들의 마지막이라도 보여주어야 한다고 극구 나서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해줍니다. 차라리 안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조언합니다. 그러나 막연히 기다리는 것보다 상처를 안고라도 마음 편한 것이 낫겠지요.
전투병과 별도로 탈영병 수색대가 활동합니다. 그만큼 남부군에 탈영병이 많았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군복무가 힘들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발각되면 재판 절차도 없습니다. 그 자리에서 충살 또는 교수형입니다. 돌아와서 장례를 치르지만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수색대가 수시로 오가고 있고 또 한편 군사들이 수시로 농장을 드나들며 숨겨둔 작물이나 가축 등 쓸만한 것은 다 가져갑니다. 부자들이나 권세자들은 자신 또는 자녀들의 병역의무까지 노예들이나 돈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다급해서 만든 편법이겠지만 그야말로 차별입니다. 가난한 농부들은 자식 빼앗기지 먹을 것 빼앗기지 남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 불만이 고조될 수밖에 없습니다.
뉴튼은 부상을 입고 흑인 여자의 도움으로 수색대를 피하여 군대가 들어오지 못하는 늪지대로 피합니다. 그곳에는 이미 많은 흑인들이 숨어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흑인뿐만이 아닙니다. 탈영병도 있고 쫓겨난 농부들도 있습니다. 소위 버림받은 자들, 공동체에서 쫓겨난 자들입니다. 대장장이였지만 그들을 도우며 함께 생활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지도자가 됩니다. 물론 지도자가 되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진 것입니다. 결국 남군은 패배하고 전쟁은 끝납니다. 그러나 차별의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닙니다. 그나마 오늘이 있기까지 많은 희생이 있었음을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영화 ‘프리 스테이트’(Free State of Jones)를 보았습니다. 2018년 작입니다.
첫댓글 고맙습니다
좋은날되세요
운영자 님도 복된 주말이 되시기를 빕니다. ^)^
@신나라제이우 감사합니다
좋은날되세요